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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를 쓴것 같은 찝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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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를 쓴것 같은 찝찝함
  • 송대길
  • 승인 2014.03.12 15: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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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오일 상태를 확인하러 카센터에 갔을 때, “엔진오일을 갈아라”, “엔진오일이 세니 어디를 고쳐라”, “바퀴를 교체해라”는 소리를 들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꼭 해야 하냐는 질문에 “당장은 안해도 되지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답변에 덜컥 겁이 나 추가 수리를 맡기곤 했을 것이다.

장례식에서도 이런 경험은 많을 것이다. 관이나 제례용품을 고를 때 싼 것과 비싼 것의 품질 차이가 심해 마음에도 없던 비싼 것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안경점에도 마찬가지. 별 차이도 없는 것 같은데 안경과는 거리가 먼 해외패션브랜드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안경의 몇 배 가격을 지불해야만 했던 경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경험들은 소비자에게 아주 불쾌하고 찝찝한 감정을 남게 한다. ‘바가지를 쓴 것 같은 기분’ 말이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동일 제품과 서비스를 이미 구매해 본 경험이 있을 수 있고, 주변 평판을 통해 해당 제품과 서비스에 어느 정도 가격이 합당한지 나름대로 계산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어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한꺼번에 구매 할 나름대로의 양과 범위도 설정되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마케팅적 장치, 강요 등에 의해 계획한 지출·구매 범위·양 등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 아주 불쾌하고 찝찝한 감정이 발생하며 심하면 욕지거리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우선 다른 행동을 취하며 이 께름칙한 감정을 해소하려 노력한다.

다른 카센터나 안경점을 찾거나, 수리나 구매를 미루는 등의 행동을 하다가는 급기야 구매나 수리를 포기하고선 신차를 구매하거나 안과 수술을 택하기도 한다. 이런 불필요한 상황은 소비자에게도 손해지만, 공급자에게도 역시 손해다. 구매자나 공급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요즘은, 앞서 예를 들었던 분야의 많은 공급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들을 바라보고 있음이 느껴진다. 카센터는 차량의 전반적인 상태를 점검한 후 단계별로 교체 및 수리시기를 제시해주며, 안경점은 합리적인 가격의 국산 전문브랜드를 다량 취급해 소비자들에게 넓은 선택 폭과 기준을 제공해 준다. 장례식장들도 대규모화되면서 고가의 용품만을 사도록 유도하는 행태가 상당부분 개선되고 있다. 아직 미흡한 부분은 남아 있지만, 보다 더 소비자를 배려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모든 공급자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기준과 범위에 맞는 합당하고 투명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 아니면, 소비자가 합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게끔 투명한 기준과 범위를 제공해 소비자로 하여금 선택 폭과 범위를 바꿀 수 있게 해, 소비자가 느낄 찝찝함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이로써 소비자는 동일한 구매를 지속하고, 공급자는 장기적인 고객을 얻게 되어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불행히, 모든 거래가 이렇게 진일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투명하지 못한 거래가 우리 주변에 많이 남아 있다. 조속히 이러한 거래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개선되길 바란다. 그 길만이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송대길 인사이트 마케터(Insight Mark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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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 2014-03-12 20:15:46
소비자라면 한번쯤 고민 해보았을 이야기...공감됩니다...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