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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대부업 광고 막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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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대부업 광고 막힐까?
  • 양수진 기자
  • 승인 2014.01.10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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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VS 소비자단체한 판 승부

대부업 광고 막힐까?
대부업체 VS 소비자단체
한 판 승부


대부업체와 소비자단체(이하 금융소비자네트워크)가 크게 한판 붙었다. 소비자단체가 ‘대부업 광고’를 막겠다고 들고 일어선 것이다. 돈다발이 날아다니고 전화 한통화로 ‘단박’에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광고가 서민 소비자들에게 ‘대출’을 부추기고, 청소년들에게 ‘빚’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21일 종로 엠스퀘어 빌딩 12층에서 ‘대부업 광고 반대 시민행동’ 출정식이 열렸다. 소비자단체가 대부업체의 광고를 막겠다는 것이다. 막을 수 없다면 대출광고의 시간이나 횟수 만이라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부업체는 대출광고 역시 허가받은 정식 영업이며,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합법적인 활동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전화 한 통이면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다는 케이블TV의 ‘무대리’,‘봉대리’광고는 어린이들이 쉽게 흉내내며 따라하는 대출광고다. 한편 최근 주택가와 회사 주변에서는 중화요리식당 전단보다 대출광고 전단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싼 대출 전문업체’,‘타사보다 무조건 싼 이자’,‘어떤 조건이든 무조건 대출’등의 문구로 돈이 급하게 필요한 서민들을 유혹하는 대출광고 전단은 97%가 미등록업체에 의한 불법광고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대부업체의 대출, 고금리 사채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쉽고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광고의 영향이 크다. 소비자단체는 특히 사회초년생의 경우 케이블 TV, 인터넷 광고, SNS에 대한 접근성이 이전 세대들보다 높아 제대로 된 금융정보, 상식,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광고에 노출되면서 대부업 대출의 위험성을 모르고 고금리 사채를 이용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2007년 지상파에서 대부업 광고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케이블 TV, 종편 채널, 명함형 전단지, 버스, 지하철 등 눈만 돌리면 돈을 빌려준다는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종편채널 같은 경우는 한 프로그램 사이사이 광고에도 평균 3개의 대부업체 광고가 나와 이는 광고 공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한 수준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2002년 465조원에서 2012년 말 기준으로 959조원을 넘어서며 두 배 이상 늘었다. 사실상 가계대출로 간주할 수 있는 자영업자 대출 350조원까지 더하면 1,300조원 이상의 부채를 가계가 짊어진 것이다.
현재 가계부채의 과잉 팽창과 원리금 상환 부담의 증대는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일수록 가계에서 부채 상환에 사용하는 금액의 비중이 크다. 제1·2 제도 금융권에서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기 어려운 저소득층은 대부업체를 이용해 자금을 융통해 왔지만 높은 금리 때문에 원리금 상환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등록된 대부업체에서 풀려나간 대출 잔액만 해도 2011년 말 기준으로 8조 7,000억원에 달하며 이용자 수는 무려 252만명이 넘는다. 등록되지 않은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 액수는 집계조차 하기 어렵다.
가계부채를 비롯한 금융소비자문제는 전문성, 복잡성으로 인해 명확한 해결방안을 찾기가 어렵다. 이에 금융소비자연맹, 금융정의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민생연대, 에듀머니, 희망살림, 참여연대, YMCA는 금융소비자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금융소비자네트워크는 케이블 TV, 전단지, 인터넷 등 무분별한 광고로 고금리 대부업의 늪에 빠지게 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대부업광고 반대를 위한 시민행동’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블 TV, 종편채널에 아직도 빈번하게 나오는 대출광고, 명함전단지 광고문구 심의, 불법적 대량 살포 규제 등 대부업광고를 규제하는 각종 법률, 제재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23일에는 국회에서 ‘대부업 광고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했다. 대부업체 대표가 참석하지 않아 반대 의견 없이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만이 일방적으로 펼쳐졌다.

윤형호 서울연구원 실장은 세미나에서 “8%에 달하는 중계수수료와 연체이자비용 14% 등 불필요한 비용이 금리에 반영돼 금리거품을 형성하고 있다”며 “상위 대형대부업체들은 조달금리가 중소형 업체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최고금리(39%)를 부과하고 있어 중소형 부실업체가 공존가능하게 하고, 이에 금리담합의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정최고금리를 인하한다면 한계영세업체가 퇴출됨과 동시에 대형 대부업체의 과도한 이익이 정상화돼 대부시장의 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대부업체도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대부중계업의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라는 것이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의 고상연 보좌관은 “대부업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평균소득 15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 많다”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업광고로 개개인의 경제사정과 상환능력에 상관없이 쉽고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채무에 시달리는 서민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여러 정책들이 원칙적으로 부적절한 부분이 많으며, 대부업에 관한 텔레비전 방송 광고를 엄격히 제한해 금융소비자들이 이같은 광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고, 보다 명확한 정보와 책임 하에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담배, 마약과 같이 사회적으로 위험성이 있는 상품은 광고를 통해 방송에 내보내지 않으며, 대부업의 해악 역시 이들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이들에 대한 광고를 전면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옳다.
이에 이학영 국회의원은 대출광고에 대해 텔레비전 광고를 전면 금지시키는 강력한 법안을 제출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의 4항을 신설, 방송법 제2조 1호에 ‘TV 방송에 대부업 등에 관한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조항을 삽입했다.
또한, 심재철 의원은 시간대를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의 5항을 신설하여 ‘대부업자 등은 청소년 보호법 제19조에 따라 청소년 유해 매체물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되는 방송시간에는 방송법 제2조 1호에 따른 방송을 이용한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라고 명시했다.
이외에도 과태료 금액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안과 대부업 피해 예방 공익광고방영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대부업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대부업계는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까지 제한하는 건 자본주의 국가에서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마케팅 컨셉을 전달하는 게 광고의 속성인데, 꼭 대부업 광고에만 다른 광고와 다르게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에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청소년들에게 ‘빚’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사회적으로도 여러 해악이 예상되는 무분별한 대출을 권하는 광고에 대한 적정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최근 국회본회의에서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대부업체 이자율 상한선을 현재 연리 39%에서 오는 2015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34.9%로 낮추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011년 6월 연 44%에서 연 39%로 5%포인트 떨어진 지 2년 만에 최고 이자율이 4.1%포인트 추가로 내려가는 것이다. 새 규정은 오는 4월 1일부터 2015년 말까지 적용된다.
결국 대부업체와 소비자단체의 명분과 힘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부업은 이익과 직결된 문제로 사활을 걸고 반대할 것이고, 힘은 약하지만 소비자의 권익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운 소비자단체 역시 만만하지 않아 쉽사리 결과가 예측되지 않는다.


대부업체와 소비자단체의 한 판 승부. 과연 누가 이길까? 귀추가 주목된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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