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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갈아타기, 소비자들만 골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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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갈아타기, 소비자들만 골병든다!
  • 조성문기자
  • 승인 2013.10.31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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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양모(37·여)씨는 최근 보험설계사와 상담하던 중 몇 년 전 가입한 보험의 보장 내용이 완전히 바뀌어 있어 깜짝 놀랐다. 양씨는 몇 달 전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장범위가 확대된 새로운 보험으로 갈아타라”는 전화 권유가 떠올랐다. 보험료 변동은 1000∼2000원에 불과하고 보장범위가 늘어난다는 말에 보험을 교체했지만 알고 보니 축소된 보장 내용이 더 많았다. 보험료는 모두 ‘갱신형’으로 전환돼 있었다. 양씨는 “보험료 변동은 없다더니 비갱신형을 갱신형으로 바꿔놓아 소득이 줄어드는 60대에 ‘보험료 폭탄’을 맞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보험업계의 ‘부당 승환계약’ 근절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세계일보가 보도했다. 승환계약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기존에 있던 보험을 신상품으로 갈아타도록 권유하고 교체계약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가 구계약의 장점과 신계약의 단점을 감춘 채 신계약의 장점만 부각, 또 다른 형태의 불완전판매를 양산하고 있다. 보험료와 보장 내용, 보장 기간 등이 복잡해 일괄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보험상품의 특수성을 이용한 ‘꼼수’다.

30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부당 승환계약 문제로 지난 3개월간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주의,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은 보험사는 동부화재, 동부생명, KDB생명, 알리안츠생명, 흥국생명 등이다. 피해건수는 3700건이 넘는다. 주의·견책 조치를 받은 보험사 임원도 60여명에 이른다. 이들 보험사는 부당 승환계약 문제 등으로 총 5억5000만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었다.

보험사가 부당 승환계약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보험금 지급이 많아 손해율만 높이는 상품을 도려내는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보험사에서 교체를 권하는 계약 대부분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금이 잘 나오는 ‘좋은 계약’이다. 일부 ‘철새 설계사’들이 보험사를 옮기며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기존 고객의 보험을 바꾸는 것도 승환계약이 이뤄지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신상품으로 갈아타라는 전화를 받으면 그냥 끊어버리라고 주변사람들한테 조언한다”고 말했다. 인터넷보험 관련 사이트에서는 “전화안내원의 말에 속아 의료비용이 100% 보장되는 실손보험을 80%만 보장되는 보험으로 바꿨다”, “고금리 상품을 저금리 상품으로 바꿨더라” 등 피해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부당 승환계약은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 보험업법 97조는 새로운 보험계약 성립 1개월 전후에 기존 보험계약을 소멸할 경우와 6개월 이내에 구계약을 해제하며 보험기간과 예정이자율 등 중요사항에 대해 비교설명하지 않을 경우 부당 승환 행위로 간주해 해당 수입보험료의 20% 이하 범위에서 과징금을 매기도록 하고 있다. 부당 승환계약의 경우 소비자가 6개월 이내에 문제를 제기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 대부분 불완전판매 상품이 그렇듯 계약 당시에 소비자는 ‘숨겨진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

부당 승환계약을 포함한 보험사 민원 발생은 2010년 4만334건, 2011년 4만801건, 2012년 4만8471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영업실적 압박을 받는 설계사들로 인해 부당 승환계약 등 보험모집 관련 민원이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8월 민원감축 표준안을 내며 부당 승환 점검을 강화하도록 했다”며 “부당 승환계약에 따른 민원평가 가중치를 확대하고 설계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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