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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고정금리, 소비자는 '변동금리'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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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고정금리, 소비자는 '변동금리' 로
  • 조성문기자
  • 승인 2013.09.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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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충격 완화를 위해 줄곧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해 왔지만, 저금리 장기화로 소비자들은 오히려 변동금리로 돌아선 것.

 

23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잔액 기준)은 23.0%로 6월 말 23.2%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 2011년 5월 이후 26개월 연속 상승하다 처음으로 떨어졌다.

그 동안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은 당국의 유도 탓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말 현재 9.5%에 불과했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년 만인 올해 1월까지 20.7%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최근까지도 이 같은 고정금리 대출 유도는 지속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초 국회에서 열린 '가계부채 청문회'에서도 "변동금리를 고정금리 쪽으로 가계부채 구성 형태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상승기로 접어들게 되면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져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고정금리 대출을 늘려 금리 변동에 따른 충격을 줄이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금리 상승기'는 좀처럼 현실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로선 더 이상 이 같은 정부의 유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변동금리형 대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의 대표적 고정금리 대출상품인 '적격대출'의 경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금리가 오르고 있다.

한때 최저 연 3% 후반이던 적격대출 금리는 지난 13일 현재 연 4.34∼5.05%(비거치식·10년만기 기준)까지 상승했다. 반면 은행연합회에서 이달 공시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분할상환식·만기 10년 이상)는 연 3.60%~4.25% 수준이다. 변동금리 대출보다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고정금리 대출자로선 "금리가 오를 것"이란 기약 없는 전망을 참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에는 정부와 은행권의 말을 믿고 고정금리로 갈아탄 일부 대출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적격대출 등 고정금리 금리가 연 3%대로 저렴했을 때 고정금리를 이용하게 된 소비자들은 몰라도, 올해 초부터 뒤늦게 갈아탄 소비자들은 불만이 특히 심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과 은행권은 이 같은 저금리 상황이 조만간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여전히 고정금리 유도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2016년까지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대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각 은행별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점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전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기 때문에, 금리 상승과 주택가격 하락 등 외부여건 변화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은 갈수록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감독당국의 입장"이라며 "당국과 소비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 은행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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