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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사가 들려주는 배상이야기] 손해사정 ‘분쟁사례’, ‘특이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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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사가 들려주는 배상이야기] 손해사정 ‘분쟁사례’, ‘특이사례’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23.12.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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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앞바다서 숨진 채 발견된 회사원, ‘사고사’ 판단
철골운반 중 차 뒤집혀 숨진 운전자 ‘차량결함보상’ 판정

[소비라이프/신성호 손해사정사] 
 

신성호 손해사정사 - 강산손해사정(주) 이사
신성호 손해사정사 - 강산손해사정(주) 이사

【손해사정 분쟁사례】

회사원 A씨는 부산항 부두 앞 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영상으로 명확히 확인됐다. 입건 전 조사결과보고서상 부검결과 사인도 익사로 판단된다는 소견이었다. 정신과 진료내역 외 사망과 관련, 특기할 만한 사항과 범죄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불입건 결정됐다. 손해사정사로서 A씨의 상해 및 재해사망여부를 다룬 사례를 소개한다.

 

자살 아니란 입증책임 제시는 피보험자보호어긋나

이 사고와 관련, 먼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사실여부를 판단해보자. 자살했다면 약관의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면책약관을 검토해보면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등에 대해선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법원은 입증책임 및 예외조항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대한 입증책임과 관련, 법원은 보험계약의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자가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 위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보험자는 자살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정황사실을 증명해야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12495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70540 판결의 경우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여부는 ▲자살자 나이와 성행(性行)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시기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 행태 ▲자살행위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을 결정했다.

 

보험약관 예외규정은 너무 추상적

이는 보험약관에 나와 있는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란 예외규정은 너무 추상적인 것이어서 정신질환정도 등 더 자세한 규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이 약관규정을 방치함으로써 불명확한 약관규정으로 인한 불이익은 약관작성자인 보험사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춰 위 판단기준으로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의미는 피보험자 사망원인이 우울증 및 정신분열병에 따른 자살행위라 해도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보험자 면책사유와 관련한 자살입증책임 소재 및 정도에 대해 법원은 보험사고요건인 사고의 우연성개념에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것이란 의미가 들어있음으로 해석하고 입증책임을 보험금청구권자가 진다고 보는 건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면책사유로 보고 입증책임을 보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과 모순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문제다. 다음 4가지 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을 지급 않는 사유로 규정한 보험약관은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관한 상법 제659조 제1, 732조의2, 739조 등의 규정을 확인한 것이므로 자살이 문제되는 경우 관련 입증책임을 보험자가 부담함은 분명한 점

❷보험금청구자가 사고목격자나 객관적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것이란 소극적 사실을 명백히 입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뚜렷이 곤란한 점

❸그럼에도 약관에서 보험사고요건으로 규정한 사고의 우연성개념요소 중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것이란 면을 강조해 보험금청구자에게 엄격한 입증책임을 지우는 건 상법상 위 규정 등에서 피보험자의 고의를 보험자면책사유로 규정, 보험자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킨 취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 입증책임을 사실상 보험금청구자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는 점

❹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호가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 취지 등에 비춰보면 보험금청구자로선 보험사고가 사고외형이나 유형상 피보험자 과실 또는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 기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으로 생길 가능성이 있거나 그것이 통상적 과정으론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증명하고, 객관적 정황상 고의에 따른 사고임이 명확하지 않다면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 등을 다한 것으로 봄이 옳다. 이 경우 보험자로선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로 생긴 것임을 일반인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해야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바다에 떨어지는 모습 본 사람 없어

법원판례를 보면 보험금청구권자는 보험금청구요건으로 사고의 우연성에 대해 일반인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우연히 일어났을 가능성만 입증하면 우연성 요건을 다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자 측에선 그런 가능성에도 고의로 일어난 것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해야한다는 게 피보험자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 고의사고입증책임과 관련한 약관조항에 대한 법원해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피보험자 고의사망이 이 사건처럼 피보험자 자살과 상해, 재해에 따른 사망사이의 경계에 걸쳐있어 자살여부를 판단할 직접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고의 우연성에 대해 보험금청구권자에게 엄격한 입증책임을 지우는 건 보험계약자 보호관점에서 옳지 않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종합해보면 망인이 떨어지는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이 없는 상황에선 추단(推斷 : 알고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미뤄 판단)할 수 없다고 본다. 추단할 수 있다고 해도 바다에 실수로 떨어진 것인지, 스스로 뛰어든 것인지를 알 수 없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는 사고 및 부검결과 독극물 등이 남아있지 않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경찰조사에서도 자살 또는 실족사에 대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사안이다.

A씨 사인이 익사로 판단된다는 소견이라면 급격성, 우연성, 외래성의 요건충족과 재해분류표상 의도미확인사건에 있어 Y21의도미확인의 익사 및 익수항목에 해당하는 사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고처리 특이사례】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산재초과

다음은 운전자 B씨 사례다. 그는 철골공사현장에서 비계(飛階 : 높은 곳에서 공사할 수 있도록 설치한 임시가설물) 해체 후 뜯어낸 자재들을 창고로 옮기기 위해 카고트럭을 운전하던 중 옹벽에 부딪혀 차가 뒤집힌 사고를 당했다. 그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여기서 의문이 든 점은 차가 왜 옹벽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났을까?”하는 것이다. 이 경우 차량결함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게 손해사정사로선 해결해야할 사안이었다. 피보험자 지휘·통제아래 작업하던 중 일어난 사고라면 업무상재해에 해당, 산재보험처리가 되므로 다툼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사용자는 피용자(被傭者 : 계약에 따라 임금을 받고 노동하는 사람)가 노무제공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정비 등 필요조치를 해야 할 보호의무를 갖고 있으므로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았느냐를 판단해야할 사안이다.

 

의무 다하지 않아 손해 입었을 땐 배상책임

현장조사 및 자동차공학적 면에서 짚어보고 연구한 결과 의문점들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에게 묻고, 그 결과를 받는 과정에서 경험칙 또는 연구결과가 빗나가지 않았다.

이 카고트럭은 유랍크레인을 설치한 것으로 제조사의 모델상세제원표를 참조하더라도 장착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닌데다 차량브레이크 이상여부에 있어 사고 때 타이어진행방향을 알 수 있는 가로방향줄무늬가 관찰됐다. 가로방향으로 미끌림이 일어났음을 의미해 사고차량타이어흔적은 비정상적 선회과정에서 생긴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로써 제동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 급커브구간에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원심력에 따라 차로를 벗어난 사고로 판단했다.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 사용자배상책임담보 특별약관 제1(보상하는 손해)에 따르면 재해보상관련법령(산업재해보상보험법, 재해보상에 관한 기타 법령을 포함)을 적용, 재해보상금액을 초과해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손해보상책임이 있다.

따라서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따르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 피용자가 노무제공과정에서 생명, 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정비 등 필요조치를 해야 할 의무를 갖고, 이런 의무를 다 하지 않음으로써 손해를 입었을 땐 배상책임이 있다. 이는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에 있어 지나칠 수도 있는 사례다.

해당사건을 끝까지 믿고 맡겨주신 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어서 망인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준 큰 보람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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