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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잇따른 배임·횡령사건’에 금융소비자 불안, “내 돈 안전이 걱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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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잇따른 배임·횡령사건’에 금융소비자 불안, “내 돈 안전이 걱정 된다”
  • 김현식기자
  • 승인 2023.11.02 0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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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5년8개월간 국내 금융사고피해액은 1조1067억원이다. 이 기간 동안 매월 163억원의 ‘내 돈’이 불법으로 사라졌다. 횡령규모가 커지고 있고 횡령금 회수도 10%가 되지 않는다. 은행에 내 돈을 맡겨도 안전한지 의심이 들 정도다. 금융소비자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고 실상을 들여다보고 어떤 대책이 마련 중인지 짚어본다. - 편집자

[소비라이프/ 김현식기자]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코로나19’ 이후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늘어난 통화유동성을 줄이려고 기준금리가 올랐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이자장사로 수입이 크게 늘어 역대급 순이익을 얻었다. 덕분에 직원성과급을 크게 늘려 다른 기업들 부러움을 샀다. 고금리시대가 되면서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예대마진)로 은행은 돈을 더 벌고 금융소비자는 이자부담이 커지는 실정이다.

 

횡령꾼들에게 휘말리는 금융업계

금융사고유형엔 횡령·유용, 업무상 배임, 사기, 도난·피탈(강제로 빼앗는 것) 등이 있다. 금융업계에선 특히 횡령꾼이 계속 나와 횡령의 시대에 휘말리고 있다. 금융소비자 돈을 책임관리 해야 할 은행임·직원들이 금융회사 돈과 고객 돈을 자기주머니 돈처럼 쉽게 써버렸다.

금융감독원이 조사·분석한 최근 6년간 금융업계 횡령사고 건수와 피해액은 모두 증가세다.<1>

건수는 상호금융이 136건으로 으뜸이고 금액은 은행이 약 894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금융업권별 횡령사고 인원과 횡령액 및 환수액(2017~2018.8.31)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업권별 횡령사고 인원과 횡령액 및 환수액(2017~2018.8.31) 자료: 금융감독원

 

은행의 횡령사고는 최근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2022년엔 우리은행 기업매각담당직원이 6년간 707억원을 가로챈 사고가 일어났다. 8월엔 BNK경남은행(이하 경남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 부동산사업성과 장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법, 이하 부동산PF) 담당부장이 2009년부터 13년간 2988억원을 가로챈 일이 벌어졌다. 역대 최대 규모다. 해마다 230억원을 13년간, 77번이나 횡령했음에도 은행 내 다른 직원들은 전혀 몰랐다.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 모 씨는 부동산PF 대출업무를 맡으면서 PF사업장에서 허위 대출업무을 취급(1023억원)하거나 서류를 위조(1965억원)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공금을 가로챘다. <그림1>

 

경남은행 횡령사고 구조
<그림1> 경남은행 횡령사고 구조

 

이 모 씨는 부동산 PF대출 차주들이 대출을 요청한 일이 없음에도 자금인출요청서 등 서류를 꾸며 13차례 사고자의 가족과 지인이름의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1023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그림2>

 

그림2 - 대출원리금 횡령 때 작성한 경남은행 전표
<그림2> 대출원리금 횡령 때 작성한 경남은행 전표 (자료: 금융감독원)

 

업무내부 통제절차, 규정 전혀 작동하지 않아

이 모 씨는 20095월부터 13년간 PF대출 차주(16개 시행사)가 대출원리금 상환자금을 냈음에도 자금집행요청서 등 대출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해당차주의 대출계좌가 아닌 다른 차주의 대출계좌로 송금하거나 사고자가족, 지인 및 관련법인(대표이사 : 사고자 가족) 이름의 계좌이체로 64차례 1965억원을 횡령했다.

경남은행의 조직은 어떤 문제로 이처럼 거액이 빼돌려지는 과정을 몰랐을까.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에 대한 내부통제관련 서면점검을 하면서도 경남은행을 지주 편입한(201410) 이후 고위험업무인 PF대출 취급 및 관리업무를 점검한 적이 없다. 경남은행은 2020년부터 PF대출이 크게 느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업무내부 통제절차와 규정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모 씨가 15년간 PF대출업무를 맡았고 PF대출 사후관리업무까지 담당했으며, 이를 검토하기 위한 명령휴가조차 한 번도 없었다. 명령휴가란 범죄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무를 하는 임·직원에게 갑자기 며칠간 휴가토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여신승인조건과 약정내용 일치여부 대출집행·인출절차 적정여부 등 감사대상인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감사하지 않아 적발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문제는 부실한 횡령금 회수다. 최근 6년간 은행의 횡령금액은 가장 많지만 환수비율은 20228월까지 8.3%에 머문다.<표1>

 

 

믿음이 깨어지는 금융기관처벌은 솜방망이

금융기관은 신뢰(믿음)가 생명이다. 신뢰를 깨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처벌받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은행과 금융기관 대표자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으로 적절한 처벌받아야 횡령, 유용에 따른 금융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에서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입법과정에 있다. 지난 911일 금융회사 내부통제관리의무와 사전감시역할을 강화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일부개정안이 대표 발의됐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입법과정부터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받고 있다. 이 개정안은 대규모 횡령과 펀드의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책임에 대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기준이 불명확한 면책조항이 들어있어 CEO가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2020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때 지켜야할 절차가 내부통제기준에 명시됐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책임을 물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중징계(문책경고)했다.

이에 손 전 회장은 중징계 취소행정소송을 냈고, 법정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법원이 현행법상 내부통제 마련의무만 있을 뿐 준수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 마련 추진

국회가 진행 중인 개정안 핵심은 경남은행 같은 천문학적 금액의 금융사고가 나더라도 경영진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판례를 감안, 내부통제책임을 나누어 묻는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를 만든다는 점이다. 개별임원에게 소관영역별 내부통제관리의무를, 이사회에겐 내부통제장치 심의·의결·관리감독의무를 주어 경영진 감시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림3>

 

책무구조도
<그림3> 은행 책무구조도의 개념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고경영자(은행지주 CEO)는 임원에게 겹치거나 빠짐없이 배분한 내부통제와 관련책무구조도를 의무적으로 만들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내야한다. 또 내부통제시스템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면 최종 책임은 대표이사가 진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사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하고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로 위임할 수 없도록 원칙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직무담당 일반 임원뿐만 아니라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기 어려웠던 대표이사에게 내부통제의 시스템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법적 근거가 생기게 된다.

대표이사가 내부통제관련 총괄관리의무를 어길 경우 지배구조법 35(직원에 대한 제재조치)를 적용, 위반행위의 중대성이 클 경우 금융당국에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 내부통제강화 입법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 불리는 이유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관련 법규위반에 대해 적용하는 제재조치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낸 윤 의원은 내부통제 전반의 최종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총괄적인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를 주고 회사 안에서 장기간, 반복적·조직적 또는 광범위한 문제가 생기는 등 내부통제시스템적 실패에 대해 책임을 명확히 하고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개정안 실효성 약하다지적

다만 금융회사지배구조법개정안의 실효성은 여전히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사고 가 났을 때 책임경감 또는 면제 가능한 면책조항에서 상당한 주의나 감독의무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규정 때문이다. 판단기준이 모호하면 횡령사건별 사법부 판단과 그 판례로 해석이 이뤄져 횡령사고가 나도 내부통제시스템의 실패를 일률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내부통제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은행도 다수다.

​​표준 내부통제 도입
​​표준 내부통제 도입

 

 

금융당국은 2022년 우리은행의 거액 횡령사건을 계기로 장기근무자에 대한 인사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명령휴가대상자에 동일부서 장기근무자, 동일직무 2년 이상 근무자도 포함하는 등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사의 PF대출 영업업무와 자금송금업무의 분리여부 지정계좌송금제 자금인출 요청서 위·변조 대책 등이 내부통제시스템으로 상시점검토록 보완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남은행은 내부통제혁신방안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경남은행 CEO가 책임져야하는 상황이라는 게 법조계 여론이다.

횡령과 공금유용 등을 막는 내부통제혁신안과 시행령 등 법적기준 및 시행령이 준비됐고, 이를 실행·관리하는 CEO의 책임권한도 뚜렷해졌다. 금융소비자들은 은행과 금융권이 내 돈을 제대로 쓰고 관리하는지 지켜보고 책임을 묻는 감시견(watchdog) 역할에 나서야 할 때다.

김현식 기자(소비라이프Q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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