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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대체육을 맛있게 먹을 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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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대체육을 맛있게 먹을 때가 온다
  • 황교익 맛칼럼리스트
  • 승인 2023.10.25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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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량 15%인 축산과 육우 대체 고민할 때
'최적먹이이론' 처럼 맛있는 음식으로 배양육 먹게 될 것

[소비의 창 / 황교익 맛칼럼리스트]

황교익 - 맛 컬럼리스트
황교익 - 맛 컬럼리스트

지구 전체 탄소 배출량의 15%가 소 돼지 닭을 키우는 축산에서 나온다. 지구 전체 농지의 3분의 1이 가축 사육을 위해 쓰인다. 지금처럼 고기를 먹었다가는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 지는 오래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대체육이다. , 돼지, 닭의 고기가 아닌 또 다른 고기가 대체육이다.

 

대체육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콩이나 견과류 등의 식물성 재료로 고기 맛이 나게 만드는 음식,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서 얻는 음식, 곤충 음식, 식물로 동물 맛이 나게 하는 요리법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두부요리가 대표적이다. 식용곤충도 인류역사에서 낯선 것이 아니다. 한민족 역시 오래 전부터 메뚜기와 번데기를 먹어왔다. 배양육은 최근의 과학기술로 새롭게 등장했다. 이 세 종류의 대체육은 최근의 성적을 보면, , 돼지, 닭의 고기가격과 경쟁할 만한 위치에 이르렀다. 특히 배양육기술이 혁신을 거듭하면서 가격 경쟁력은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그럼에도 대체육 소비시장은 요란하기만 할 뿐 실질적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체육 소비시장이 성장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말이 많다. 대체육 개발이 돈벌이를 위한 거품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체육산업에 돈이 몰려다니는 것을 보면 거품이라는 주장에 일리가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다. 나는 맛칼럼니스트이다. 과연 인간은 대체육을 맛있게 먹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하려고 한다.

 

또다른 고기인 대체육을 식탁에 올릴 때

독자 여러분은 대체육을 먹어보았는가. 대체육을 먹어보고 대체육을 지속적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면(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우주적 인류애가 넘치는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입맛은 원래 보수적이다. 음식은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줄곧 먹어온 음식에 대해서만 강한 기호를 보이지 낯선 음식에는 거부감을 가진다. 물론 낯선 음식이라고 해도 맛있게 먹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인간집단에서 오래도록 맛있게 먹어온 음식임을 확인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대체육은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투철한 사람들이나 채식주의자들의 식탁에 한정적으로 오르고 말 것이라고 추측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대체육 소비시장은 코딱지만할 것이니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분들의 논리가 대체로 이러하다.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한 집단이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의 법칙을 최적먹이찾기 이론으로 정리한 바가 있다. 우리가 먹이를 구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동에 대응해 칼로리를 최대한 얻을 수 있는 먹이만을 쫓거나 수확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효율성을 따져 먹을 것과 먹지 않을 것을 구별한다는 뜻이다.

 

한반도 사람들이 쌀밥을 일상음식으로 선택한 이유는 쌀밥을 맛있어 하는 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한반도는 벼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기후대에 있고, 따라서 한반도 사람들은 쌀밥을 먹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며, 쌀밥이 생존에 유리한 음식이니 맛있는 음식으로 여겨야 한다는 집단의식이 한반도에 자리를 잡았다.

 

대체육 소비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도

이슬람지역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게 된 것은 돼지를 키우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옥한 초원이 건조해져 돼지사육에 자원소모가 많고, 먹고 보관하는 것도 비효율적인데다가 사회적 갈등까지 커지자 돼지고기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못하게 종교적 신념 단계에서 금기음식으로 지정하였다.

 

한반도에서 쌀밥이 맛있는 음식으로 정착하기까지, 이슬람 지역에서 돼지고기가 혐오 음식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했을까. 비교적 근래인 임진왜란 무렵에 유입된 고추도 우리 음식에 적극적으로 쓰이기까지 200년 정도 걸렸다.

 

한 인간 집단에서 특정의 음식이 사회적으로 맛있는 음식으로 정착하기까지는 대체로 3대의 문화세대를 거쳐야 한다는 게 음식인문학에서 통념이다. 한 문화 세대를 30년으로 잡으면 100년이 걸린다. 대체육의 등장이 아직 한 세대도 되지 않았다. 대체육 소비시장이 확장할 수 있는 단계가 아직 아니다.

 

최적먹이찾기 이론에 따라 대체육 소비시장을 예측해보면, 한순간에 문득 대체육 소비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사건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어느 시점에서는 전지구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그때에는 최적 먹이로 대체육, 특히 배양육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과학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황교익 맛칼럼리스트  foodi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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