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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희 소비경제 칼럼] 우리의 호주머니는 누가 통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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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희 소비경제 칼럼] 우리의 호주머니는 누가 통제하나?
  • 이강희 칼럼리스트
  • 승인 2023.10.13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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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세 인상 시도는 조세형평에 어긋난다
부자감세 기조로 생긴 세수결손은 직접세 세수조정 필요

[소비라이프 / 이강희 칼럼]

자신의 호주머니는 스스로가 통제한다고 누구나 생각한다. 사실일까? 스스로 통제한다는 기준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독자분들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의 호주머니, 즉 소득은 현실적으로 다양한 곳의 통제를 받는다.

우리가 제공하는 노동의 값은 근로조건에 따른 고용주의 통제를 받는다.

정부에서 걷는 소득세율에 따른 조세의 통제를 받는다.

4대 보험에 의한 통제는 덤이다.

주거 환경에 따라 집주인이 통제하는 월세,

금융기관 대출에 의한 전세나 주택 구입으로 발생하는 이자 비용이

우리의 호주머니 사정을 통제한다.

 

이런 통제를 통과해서 나의 호주머니에 들어온 돈은 안전할까?

안전하다고 방심하며 소비를 시작하는 순간 당신의 호주머니에 공격을 가하는 것은 각종 소비에 달라붙어 있는 이름 모를 세금이다. 당신이 사용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여러 소비재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 소비가격에는 가격 이외에 부가적으로 붙어있는 세금이 있다.

바로 부가가치세다. 즉 소비는 곧 납세다.

부가가치세는 197771일부터 아시아 최초로 부과되기 시작했다.

기본세율은 13%였고 3%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했지만 1988년부터 적용된 10% 단일과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가가치세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세금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해보자.

세금에는 직접세와 간접세가 있다.

직접세에는 상속세, 증여세, 법인세, 소득세(근로, 배당, 사업, 연금, 이자, 임대, 기타 등) 등이 있다. 직접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이루는 근원인 자본이나 재화를 많이 가지는 것에 대한 세금이다. 그래서 얻는 소득이나 가진 재산의 정도에 따라 세율에 차이가 있고 누진율이 적용된다. 이런 이유로 소득과 재산이 적을수록 적게 내고 많을수록 많이 내기 때문에 소득과 재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조세저항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조세형평을 어느 정도 맞추면서 세금을 내는 것이 직접세다.

이에 비해 간접세는 부가가치세, 인지세, 주세, 증권거래세, 특별소비세 등이 있다. 또 간접세는 재화의 소비가격에 포함되는 세금이다 보니 재화가 필요해서 소비하는 사람의 조세저항이 적다. 재화를 구매하면서 납세가 이뤄지기 때문에 납세자는 편리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조세를 납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입장에서는 간접세를 선호한다. 조세저항에 따른 행정상의 불편과 지연이 적고 납세자의 소득이나 재산을 조사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면서도 조세수입을 늘리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역진성(소득이 적은 사람이 조세부담은 많이 지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소득의 적고 많음에 상관없이 같은 조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소득에 따른 공평한 조세부담의 원칙에는 어긋난다. 이 때문에 소비재에 붙는 대표적인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바꾸는 것은 상당한 논란이 야기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을 검토하는 현 정부 (사진 : 연합뉴스)
부가가치세 인상을 추진하는 현 정부 (사진 : 연합뉴스)

 

일본 잃어버린 40은 간접세 조절로 물가인상 촉발 영향

인지세나 증권거래세처럼 상대적으로 사용자의 수가 적은 분야는 간접세여도 물가에 주는 영향이 적지만 우리나라에서 소비가 많은 술에 붙는 주세와 많은 국민이 사용하는 다양한 재화나 서비스에 기본적으로 붙는 부가가치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따라서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면 할수록 앞서 언급한 역진성으로 인해 조세형평에 어긋나는 것으로 간주한다.

간접세는 주로 생활 속에서 사용해야 하는 소비재에 과세하다 보니 물가와 직결된다. 따라서 간접세를 조절해서 물가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가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일본이다. ‘잃어버린 10이라는 표현이 있다. ‘플라자합의(1985)’ 이후 일본경제에 거품이 불어닥쳤다. 1989년 닛케이225지수는 최고 정점(38,957.44, 1229)을 찍었지만 1990년에 들어서 부동산담보대출에 제한(출자총액제한)이 생긴다. 이를 시발로 모든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내리막길을 내달렸고 1991년부터 본격적인 경제 빙하기를 겪는다. 살기 힘들어지자 결혼이 감소하고 출산이 줄었다. 이런 불황이 2001년까지 이어지자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이 20년을 넘어 잃어버린 40을 향해 갈 거라는 걸 말이다.

이런 일본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려고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인상을 시도한다. 당시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일컬어지는 부양책을 시도했다.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20134월부터 양적완화를 시작했다. 이후 소비세까지 기존(1997년에 이미 3%에서 5%로 인상)5%에서 201448%로 올리면서 물가상승을 유도해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려고 시도했다. 이후 2019101일에는 소비세를 10%까지 인상한다. 일본 소비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간접세 인상은 물가상승을 촉발하려는 시도다.

최근 우리나라의 현 행정부는 초기부터 여러 대학과 연구소의 각종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기 위한 시도라고 보이는 물밑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의 경우와 조금 다르다. 우리의 경우 현 행정부 초기부터 추진했던 감세조치와 금리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발생한 역대급 세수 결손을 채우려는 시도로 보인다. 직접세를 잘못 손대면 총선을 앞두고 조세저항으로 인한 여론악화와 겨우 유지하고 있는 행정부의 지지율마저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소득세에는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조세저항이 거의 없는 부가가치세(간접세)에는 많은 변화를 주려고 방향을 잡은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어느 나라든 조세정책은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과 직결되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세정책을 함부로 내놓아서 44일 만에 퇴임 당한 리즈 트러스 잉글랜드 총리 사례가 국제적으로 알려진 좋은 본보기다.

 

부가가치세 인상으로 세수결손 채우려는 시도는 위험

선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어느 나라나 다수의 돈은 소수의 국민이 가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후진국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민주화된 선도국일수록 법과 제도를 통해 부의 균형을 맞춰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많이 가진 부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직접세의 비율을 높인다. 반대로 부()자와 빈()자가 모두 동일하게 내는 소비세인 간접세의 비율은 낮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OECD 다수의 국가가 부의 쏠림을 막고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현 행정부는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역행하려고 노력하는 듯 보인다. 현 행정부가 선보이려는 것으로 의심되는 조세정책(부가가치세 인상)은 소수의 부자 호주머니 사정을 위해 다수의 일반 국민 호주머니를 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종의 보이지 않는 범죄이며 합법적인 강탈이다. 특히나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주도로 인상한 금리로 많은 국민이 힘들어하는 시점이기에 이런 시도는 다수의 국민에게 상실감을 주는 것이다. 이런 정책 시도는 꿈조차 꾸지 않고 삭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강희 maestoso44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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