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치사한 용량 줄이기' 슈링크플레이션 남발하면 불매운동 필요
상태바
'치사한 용량 줄이기' 슈링크플레이션 남발하면 불매운동 필요
  • 이민주 소비자기자
  • 승인 2023.10.11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용량 축소, 품질 저하
처벌규정 없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불매 등 대처 필요

[소비라이프/이민주 소비자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 상승을 이어가면서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3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전월보다 0.3%포인트(p) 오른 수치다. 이는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변화에 따른 영향이다. 더 벌어도 가난해지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다가오고 있다. 

주로 인플레이션 시기에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의 크기 또는 수량을 줄여 이윤을 그대로 가져가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을 많이 볼수 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줄어든다는 의미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의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단어이다.

원자재 비용과 임금 상승 등에 직면한 기업은 생산비용 급등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고 한다. 이때 비용전가 사실을 소비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을 내는데 유리하다. 소비자는 가격인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만, 양이 조금 줄어듦에 있어서는 큰 신경을 쓰지 않거나 꼼꼼히 확인하지 못해 제품의 중량이나 품질이 변화하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은 소비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용량을 줄여 실질적 가격을 인상한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극성을 부릴 때마다 기업들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논란이다. 


글로벌 젤리 회사인 하리보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자사 일부 제품의 중량을 100g에서 80g으로 20% 줄였다. 롯데칠성의 델몬트는 지난 7월부터 주스 제품의 과즙 함량을 축소했다. 델몬트 오렌지, 포도 제품의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조정했다. 글로벌 오렌지 원액 가격이 급등하여 용량을 줄인 것이다. 오비맥주는 올해 4월 초부터 카스 묶음 팩 중 375㎖ 번들 제품 용량을 5㎖ 줄여 370㎖로 출시했다. 묶음 팩 6캔 기준으로 총 30㎖가 줄었지만 가격은 기존 375㎖ 제품과 같다.

같은 가격에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사진:연합뉴스)
같은 가격에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사진:연합뉴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동일해도 제품의 무게나 크기가 줄어 품질이 저하가 되었고 그 결과로 보면 제품 가격이 오른 것과 같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1호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상품의 가격을 정당한 이유 없이 결정·유지·변경(가격남용 행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 위원회는 이 조항의 예시로 비스킷 3사(해태제과·롯데제과·크라운제과)가 제품의 용량을 줄여 생산하면서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도록 작은 글씨로 표시한 행위’를 들었다. 하지만 이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만 해당되며, 정당한 이유 없이 가격인상을 했을 때만 성립된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제조 단가가 오르면 기업은 가격을 올리거나 용량을 줄일 명분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기업의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비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처벌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의 지속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제품 중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취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들은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감을 줄이기 위한 기업의 '눈속임'이자 소비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가격을 올리는 ‘꼼수’라고 지적한다.

기업은 가격 변동처럼 용량 변화도 소비자에게 공지해야 한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이 줄어든 것을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파악하기에는 힘들다.  큰 글씨로 제품의 가격을 명시하고 소비자들은 구매할 때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시대에서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제품의 가격뿐만 아니라 용량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현명하게 소비해야 한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기업 전략으로 활용되지만 과도하게 활용해 소비자를 속이면 소비자 불매운동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