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상호금융의 ‘가혹한 지연배상금 계산법’
상태바
상호금융의 ‘가혹한 지연배상금 계산법’
  • 강형구
  • 승인 2023.09.05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출원금에 연체이자율 더한 배상금까지 ‘빚 수렁’에 빠질 위험
“경기침체, 고금리시대 대출자 힘들게 하는 관련규정 개선 시급”

[소비라이프/강형구편집위원] 금융 소비자들이 고금리시대가 되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커져 고통 받고 있다. 크게 불어난 이자로 일반서민들은 소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꼭 쓰야 하는 기본생계비와 교육비, 의료비 등이 부족해 추가로 가계 빚을 내면서 가계대출이 크게 늘고 가정경제가 휘청되고 있다.

금융권의 고금리는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 때 경기가 침체돼 0.5%까지 내렸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18월부터 0.25%p8, 0.5%p2회 등 가파르게 올랐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 수준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약칭 연준/Fed) 금리 5.5%보다 2%p가 낮아 더 오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저금리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부담이 최소 1.5배 넘게 늘어 대출자들이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이자납부연체에 따른 지연배상금 부담까지 떠안아 서민들 생활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연체를 이유로 기한이익을 잃으면 대출원금에 연체이자율을 더한 배상금까지 물게 돼 빚의 수렁에 빠질 위험이 큰 실정이다.

 

금융사들의 지연배상금 계산방법엔 다소 차이가 있다. 금융소비자가 거래하는 일부 금융사는 지연배상금을 너무 무겁게 물려 불공정·불합리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연체이자를 일부라도 냈을 땐 대출원금에 붙이는 지연배상금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상호금융의 지연배상금 과다 부과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호금융의 지연배상금 과다 부과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연배상금, 왜 문제인가?

지연배상금은 금융소비자가 돈을 빌린 뒤 갚아야할 원금과 매달 내야하는 이자가 밀려있을 때 물게 되는 손해배상금으로 일종의 연체가산금이다.

 

지연배상금은 납부연체기간에 따라 커진다. 돈을 내지 못해 밀려있는 기간이 2개월(신용대출은 1개월) 전까지는 낼 이자에 대해, 2개월 이후부터는 기한이익(대출만기 때까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금융소비자의 권리)이 없어져 대출원금에 대한 지연배상금이 생긴다. 연체기간 2개월부터는 대출원금에도 연체이자를 내야해 금융소비자 부담이 갑자기 커질 수밖에 없다.

 

대출이자를 늦게 냈을 경우 2개월(신용대출은 1개월)까지는 월 납부이자에 대한 약정이자율에 연 3%를 덧붙인 지연배상금이, 2개월이 넘으면 대출원금에 연 3%의 지연배상금이 생긴다.

 

이때 2개월이 지나도 연체된 이자와 지연배상금을 모두 내면 기한이익이 되살아나 다시 대출금에 약정이자율이 적용된다.

 

이자 모두를 낼 수 없어 일부라도 내면 금융사는 지연배상금, 이자 순으로 충당한다. 이자납부 날짜 수만큼 최종납부일이 늦춰져 기한이익 상실일도 그만큼 늘어난다. 대출원금에 대한 지연배상금 발생일이 이자납부 날짜 수만큼 뒤로 밀려난다는 얘기다.

 

이자를 내면 지연배상금은 낮아져야

가계대출이자는 후불제다.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날부터 한 달간 날짜 수를 따져 매월 내게 된다. 이자를 정해진 납부일에 내지 못하면 그 다음 날부터 연체가 돼 지연배상금이 붙는다.

 

<그림1> 이자와 지연배상금 예시도

 

 

 

 

F 지연배상금

지연배상금

 

 

D 지연배상금

E 지연배상금

 

이자 A

이자 B

이자 C

이자

전월지급일           지급일                         지급일                        지급일               나               지급일

* 위 그림에서 약정이자와 지연배상금(연체이자)의 면적은 실제 금액과 다름.
기한이익이 상실되어 붙는 이자 C는 약정이자율에 의한 이자

 
 

위 <그림1>에서 전월이자 납부일부터 ①지급일(납부일을 약관에서 쓰는 용어) 전 일까지 생긴 이자 A를 납부일에 내지 않으면 그 다음날부터 이자 A에 대해 약정이자율에다 연 3%를 더한 지연배상금이 붙는다. 돈을 빌린 금융소비자가 계속 이자를 내지 못하면 ②지급일까지 계산한 지연배상금 D가 이자 A에 가산된다.

 

이후 계속해서 이자를 못 내면 ①지급일부터 ②지급일 전 일까지 생긴 이자 B에 대해 ②지급일 다음 날부터 연 3% 가산금이 붙은 이율로 ③지급일까지 계산한 E 지연배상금이 이자 B에 덧붙는다.

 

②지급일부터 ③지급일 전 일까지의 이자를 내지 못하면 ③지급일부터 2개월 미납에 따른 기한이익이 없어져 대출원금에 연 3%의 지연배상금이 매일 붙는다.

 

◆ 금융사 위주로 된 지연배상금의 허점

대출금액이 많아 월 이자가 많다할지라도 이자에 대한 지연배상금은 소액이지만 대출원금에 대한 지연배상금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대출이율 연 6%1억원을 빌렸을 경우 31일간의 이자는 509589원이다. 이자를 늦게 냈을 땐 약정대출이자율 6%에다 연 3%를 가산한 연 9%을 적용한 이자의 1일 지연배상금은 126원이다. 반면 기한이익이 없어지면 연 3%를 적용한 대출원금 1억원의 1일 지연배상금은 8219원으로 이자에 대한 지연배상금보다 65배나 많다.

 

금융소비자가 밀린 이자의 일부를 내어 지연배상금이 충당되고, 이자의 일부가 정리됐으면 그 날짜 수만큼 기한이익 상실일을 뒤로 미뤄 소비자 이자부담을 덜어줘야 함에도 그렇지 않아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내지 못한 이자 모두를 정리하지 않은 한 연체기산일(연체가 시작되는 날자)을 고정시켜 밀린 이자의 일부라도 내는 채무자에게 원금에 대해 지연배상금을 물리는 건 너무 가혹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 채무자 힘들게 하는 약탈적 금융관행

상호금융업감독업무시행세칙 제6조 제2항은 자산건전성을 분류하는 감독기준이지 지연배상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아니다. 더구나 대출을 받은 금융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감독규정이 아니다. 여신거래약정서와 여신거래기본약관이다. 이는 적용근거가 잘못된 것이란 견해가 많다.

 

이자를 1개월씩 늦게 냈더라도 약관상 납부할 때부터 계속 2개월간 밀린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자의 일부를 내면 그 날짜 수만큼 연체일수가 줄어 연체기산일과 기한이익 상실일이 그 날짜 수만큼 늦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약관엔 밀린 모든 이자를 지급(납부)해야 연체가 없어진다는 조항은 없다.

 

밀린 이자를 모두 내지 않았다고 해서 연체기산일을 고정하는 건 빚의 일부라도 갚은 채무자의 상환의욕을 꺾고, 지연배상금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부정책까지 무력화시키며 채무자를 힘들게 하는 약탈적 금융관행이란 시각이 많다. 관계전문가들은 이는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하는 규정이라며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사 등을 전수조사해 부당하게 받아낸 자연배상금을 모두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실제사례로 본 이자납부 어떻게 이뤄지나

금융소비자가 밀린 이자를 내면 금융사는 비용, 지연배상금, 이자, 대출원금 순으로 충당한다.

금융소비자가 주택담보대출 이자납부를 2개월 이상 지체해 <그림1>일에 내지 못한 이자와 지연배상금을 모두 갚으면 지연배상금 D E F, 이자 A B 순으로 충당되고, 기한이익이 부활돼 대출원금에 다시 약정이자율이 적용된다. 이자 C는 납부일인 ④지급일에 내면 된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②지급일에 D 지연배상금과 이자 A10일치 이자를 대출자가 내면 기한이익 상실일을 10일 늦춰준다. 대출원금에 대한 지연배상금을 적용하지 않고 수시로 이자를 내면 곧바로 이자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상호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K씨의 사례 ]

모 상호금융사에서 집을 담보로 67천만원을 빌린 K씨는 ①지급일에 이자를 내지 못해 ②납부일에 D지연배상금과 이자 A를 내고 ③납부일에 이자 BE 지연배상금을 갚았다. 이후 일에 ②지급일부터 ③지급일 전일까지의 이자가 26천원임에도 영수증에 기록된 F 지연배상금이 115만원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K씨는 직원에게 그렇게 된 이유를 물었다.

 

상호금융사 직원은 이자를 2개월 이상 내지 않아 기한이익이 없어져 대출원금에 대한 지연배상금이 붙어 F지연배상금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K씨는 이자지급을 1개월만 연체했다고 항의하자 직원은 상호금융업감독업무시행세칙 제6조 제2항에 연체기산일이 최초연체일로 지체한 이자 모두를 내야 연체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K씨는 사채 돈을 구해 일에 ㉯ 지연배상금과 ㉯이자를 내고 ④지급일에 ③지급일부터 전일까지의 이자를 모두 낼 수밖에 없었다.

 

상호금융 여신거래기본약관 제7(기한전의 채무변제) 2항에 이자를 내야할 때부터 계속 2개월(신용대출 1개월)간 밀렸을 땐 기한이익이 없어진다는 조항과 금융사의 건전성 분류기준인 상호금융업감독업무시행세칙 제6조 제2항 연체대출금은 최초의 연체기산일 기준으로 분류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K씨처럼 금융소비자가 이자를 1개월씩 지체했지만 계속 냈음에도 ①납부일이 연체기산일이 돼 2개월간 계속 납부지체로 기한이익이 없어졌고 대출원금에 연 3%의 지연배상금까지 붙어 납부부담이 커진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

khk5916@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