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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톨, 소비자 신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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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톨, 소비자 신뢰 추락!
  • 조성문기자
  • 승인 2013.09.06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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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도 아무 이상이 없고 과일이나 야채를 씻어도 안전하다고 광고해 온 수입 세제인 데톨 주방 세제가 산성도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제조사가 수입 제품 230여만 개를 모두 회수하고 환불 조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해당 제품이 의사협회에 수억 원을 주고 추천 마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잃어버린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향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경메거진이 밝혔다.

의사협회의 ‘추천 마크’등으로 소비자들의 신뢰가 두터웠던 데톨 주방 세제가 최근 산성도 기준 위반으로 전량 회수 처리됐다.

 


지난 8월 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주방 세제 ‘데톨 3 in 1 키친 시스템’ 3개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평균 산성도(pH)가 4.0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은 사람이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과일·채소 등을 씻는데 사용되는 1종 세척제로 분류돼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법적 기준인 pH 6.0~10.5보다 산성도가 강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맨손으로 설거지를 계속하게 될 경우 강한 산성 세제에 노출돼 피부가 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수세미에 직접 묻히는 제품 원액의 pH가 평균 3.1로 지나치게 낮아 충분히 씻어 내지 않으면 손이나 피부의 민감도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해당 제품은 그림과 설명 문구를 통해 ‘손에 사용할 때 효과적인 세균 제거로 위생적이고 피부에 순하게 작용합니다’라고 부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어 소비자가 잘못된 방법으로 제품을 사용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수입 판매원인 옥시레킷벤키저에 2012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생산된 제품 전량에 대해 자발적 회수를 권고했고 업체도 이를 수용해 판매중지·회수·환불 조치에 나선 상태다.


산성도 ‘위반’…230만 개 전량 회수
이번 조사는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 7월에 발표한 ‘주방 세제 품질 테스트’ 발표에 기초해 정밀 검증한 결과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애초에 ‘옥시레킷벤키저 제품’만 표적으로 실험한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마트·인터넷몰 등을 통해 구입하기 쉬운 주방 세제 10종류에 대해 가격 조사 및 품질 테스트를 실시했다고 했다.

국제 공인 시험 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이를 의뢰했는데, 전체 테스트 제품 가운데 ‘데톨 3 In 1 키친 시스템’만 산성도 기준을 위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옥시레킷벤키저는 “제품을 물에 충분히 희석하지 않고 잘못 사용하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우려에 대해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예방 차원에서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매장에서 수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즉 소비자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회수 조치를 취했을 뿐이며 해당 제품을 용법에 따라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옥시레킷벤키저 측이 이러한 내용을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고지하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주부 윤모(33) 씨는 “그동안 대용량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었던 터라 뉴스에서 해당 보도를 접하고 너무 놀랐다. 바로 환불해 줬지만 수입 업체에서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소비자들만 약자인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그동안 손이 따갑고 가려웠는데 세제의 영향이 큰 것 같아 배신감이 컸다”며 “그런데도 해당 업체가 용법대로만 쓰면 문제가 없다고 하니 누구 말이 맞는지 더 혼동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다른 누리꾼들은 “찜찜해서 욕실 청소용으로 사용했다”, “업체에 전화 연결을 하려면 하루 종일 걸린다”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한편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들은 발 빠르게 문제가 된 제품을 치웠다. 한 대형 마트의 관계자는 “지난 8월 9일부터 환불을 진행했는데 초반에 많은 소비자들이 매장을 직접 방문했고 전국적으로 4000여 건을 처리했다”며 “영수증이나 제품의 용기가 없더라도 회원 카드에 남아 있는 기록 등을 토대로 전액 환불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마포구·용산구 등 서울 시내의 대형 마트 몇 곳을 둘러본 결과 ‘데톨 3 in 1 키친 시스템’ 3개 제품은 주방 세제 코너에서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해당 제품은 판매가 중단됐다.

이와 맞물려 ‘데톨 3 in 1 키친 시스템’이 대한의사협회로부터 돈을 주고 ‘추천 마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2004년부터 주방 세제 데톨이 좋으니 소비자들에게 써보라는 의미로 협회 마크의 사용을 허락했고 옥시레킷벤키저는 그 대가로 매출액의 5%를 지급한다는 협약서를 작성, 지난 9년(2004년 4월 1일~2013년 7월 회계 기준)간 21억7000만 원을 대한의사협회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가성 추천’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의사협회 측은 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또한 지난 8월 14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옥시데톨 주방 세제에 대한 협회 추천을 취소하기로 정식 의결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측이 이처럼 ‘추천 마크’ 협약을 맺은 기업은 현재로서는 옥시레킷벤키저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억 원에 ‘추천 마크’ 준 의사협도 ‘불똥’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사스와 조류독감 등 전염성 질환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자 질병 예방의 첫 단계인 손 씻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고민하던 차에 데톨 비누가 손 씻기 캠페인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2004년부터 옥시레킷벤키저와 업무 협약을 체결해 왔다”고 했다.

그간 대한의사협회 측은 비누·스프레이·3 in 1 키친 시스템 등 총 3가지 제품에 대해 추천하고 있었으며 문제가 된 주방 세제는 지난해 11월 옥시레킷벤키저 측이 의사협회의 추천 로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먼저 제안해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조건부 승인’ 형태였다며 “제품의 함유 성분과 사용에 따른 추가적인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면 우리 협회는 추천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추천에 동의한 것”이며 “해당 제품의 산성도 기준에 문제가 발생하자 추천을 즉각 취소하게 된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논란이 됐던 금전 거래 부분에 대해서도 의사협회를 위해 사용된 것이 아니라 남북의료협력사업, 범국민손씻기운동사업 등 전액을 공익사업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현재 매장에서의 제품 회수 및 환불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만 표명할 뿐 기자의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중에 유통된 주방 세제 제품의 전체 양, 향후 생산 계획, 주방 세제 논란과 함께 타 제품에 미치는 판매량의 영향, 리스크 관리, 국내 이외에 ‘데톨 3 In 1 키친 시스템’이 판매되는 나라 등 어떤 부분에도 답변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서현정 옥시레킷벤키저 부장은 “소비자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자발적인 회수 및 환불을 결정한 것이지 현재 공식적인 리콜 절차(회사 측이 제품의 결함을 발견해 보상해 주는 소비자 보호 제도)를 진행 중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녀는 “해당 주방 세제는 필요한 모든 검사 및 인증을 거쳐 적법하게 판매됐던 제품이었다. 다만 물과 함께 사용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우려를 밝히기 위해 관계 기관과 이야기 중”이라며 “당사는 앞으로 보건복지부의 어떠한 시험 검사 방법이나 지시 사항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선 녹색소비자연대 부장은 “옥시레킷벤키저가 영국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규정과 테스트 방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빠른 회수 결정은 바람직하지만 검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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