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사용한 남편 폰번호, 미망인이 사용을 원하지만 복원약관 없어 양해?
[소비라이프 / 특별취재팀]
010-620*-7000, 이 폰번호는 골드번호다.
이 번호의 사용자인 양모씨는 지난해 9월 병사했다. 평균수명 83.5세 시대에 50대후반 나이에 질병으로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했다. 유족인 미망인 추모씨는 남편이 30년동안 사용하여 추억이 담긴 이 폰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미망인이 명의변경 절차를 다 지켜 사용하려고 했지만 사망자의 폰번호를 KT가 직권해지하여 가져가 버렸다. ‘ 이럴수가 있나...’ 다
KT가 해명한 논리는 이렇다.
사망자 휴대폰은 통신사가 직권해지할 수 있다. 다만 1년에 2회 행정안전부에게 사망자 정보를 받아 유족에게 명의변경 안내문자를 보낸뒤 답이 없을 때 직권해지를 한다고 규정을 근거로 든다. 미망인 추모씨에게는 명의변경 안내문자를 4회 보냈지만 통신상 오류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직권해지 절차가 끝났기 때문에 해지복구 규정이 없어 직권해지된 사망자 폰번호는 복원이 불가능해 유가족의 양해를 바란다고 했다.
KT의 답변은 분노를 일으킨다.
미망인 추모씨가 복원이 불가능한 폰번호는 어디에 쓰냐는 질문에 KT 고객보호센터의 담당자는 사망자 폰번호가 골드번호여서(010-620*-7000) 명의변경용으로 내놓지 않고 KT의 마케팅인 '골드번호를 잡아라' 이벤트에 행사에 당첨자 상품으로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30여년을 사용한 폰번호를 유가족이 명의변경하여 사용하겠다는데 직권해지로 회수하여 누군가에게 인생번호,평생번호로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유가족의 분노를 일으킨다.
KT는 변명할 수 없는 세가지 업무실수를 과정에서 범했다.
첫째는 사망자 휴대폰의 사용정지기간에 직권해지 안내문자를 보낸 것이다. 미망인인 추모씨는 남편 휴대폰을 안고 살다시피했는데 어떤 문자내용도 수신받은 바 없다고 했다. 사망자 휴대폰이 사용정지기간에 있을때(2023년 6월 29일까지) 확인도 않고 직권해지업무를(2023년 5월8일 해지) 진행해버린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업무 태만이다.
둘째는 사용정지와 명의변경 절차를 안내해 놓고 KT 스스로가 절차를 위반한 점이다. 남편 휴대폰을 명의변경하려고 KT플라자(혜화지점)를 방문한 미망인 추모씨에게 KT고객센터상담원이 휴대폰 요금 절약방법을 안내해 따르게 했다. 사망자 휴대폰 회선의 경우 1년에 2차례 총180일(1회당 90일)이 인정되는 휴대폰 이용정지 신청을 권유한 것이다. 추씨는 실제로 안내에 따라 사용정지를 했고, 정지 만료일 전인 올해 6월7일에 명의변경을 신청했더니 이미 직권해지가 되었다고 통보 받은 것이다. 합리적 이해가 안되는 어설픈 변명이다.
셋째는 휴대폰 직권해지가 통신사 실수였다고 해도 번호복원은 복구절차 규정이 없어서 불가능하는 책임전가 문제다. 30년간 사용한 사망자의 휴대폰을 유가족인 아내가 사용하고 싶어서 절차대로 명의변경하는데 KT가 업무실수로 직권해지를 시켜 놓고 복원약관이 없어서 안된다는 변명이 납득이 될 리가 없다.
이런 사연을 확인한 금융소비자연맹(회장 조연행)은 KT와 같은 대기업 통신사가 큰 매출을 내면서 소비자들의 작은 권익을 무시하는 전형적 사례를 묵과할수 없다면서 KT가 세가지 합리적 요구를 수용하고 해당 소비자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첫째, KT통신 약관을 개정하여 사망자의 휴대폰 명의변경시 직권해지와 번호복원 규정을 포함하도록 요구한다. 직권해지가 휴대폰 명의 이용 범죄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방안이라면 별도로 세심한 규정이 필요하다. 선의의 명의변경과 불가피한 경우를 위한 복원조치를 따로 규정한 약관이 준비되어야 한다.
둘째, 사망자의 폰번호를 골드번호라는 이유로 직권해지하여 회사 마케팅용 경품으로 쓰겠다는 통보에 대해 사망자 유가족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고, 번호복원을 조치하거나 상응하는 손해배상을(위자료 지급 등) 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조치들이 시행되지 않을 시 사망자 휴대폰 명의변경 요청을 직권해지하여 통신기기 사용권리를 묵살 당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를 모아 단체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본지는 미망인 추씨에게 해명을 맡은 이준수실장(KT고객보호센터 담당)에게 7월10일 연락하여 취재를 요청했지만 할말이 없다는 입장만을 밝혔고, 홍보실 담당자가 연락할 것이라고 답변을 했지만 이후 구체적 해명 등 대응이 없다는 점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