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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식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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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식당은 없다
  • 이득영
  • 승인 2023.06.20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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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업계, 키오스크로 메뉴 주문 불편 증가
고령층 소비자를 위한 배려 필요하다
자료 출처: 연합뉴스
자료 출처: 연합뉴스

[소비라이프/이득영 소비자기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맥 메카시 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코엔 형제가 감독하고 ‘안톤 시거’ 역을 맡은 하비에르 바르뎀이 명연기를 펼쳐 유명해진 할리우드 영화다.

요즘 이 영화의 제목을 보면 사람에서 키오스크(무인기기)로 바뀐 음식업계의 모습으로 소비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 소비자들이 떠오른다. 현재 음식업계의 과도한 경쟁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해, 이미 프랜차이즈를 시작으로 골목상권의 개인음식점, 심지어 휴게소까지 키오스크를 채택하는 음식점이 상당히 많아졌고 그 수도 상승추세에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민간분야에 설치된 키오스크의 수는 2019년 8,587개로 9,000개가 채 되지 않았지만 2021년 2만6,574개로 약 3배까지 증가하게 되었다. 더불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으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433만 6000명으로 지난 2019년 2월 이래로 43개월 연속 증가하였다. 이러한 지표로 보아 키오스크 설치의 급격한 상승세를 알 수 있고 시간이 더 흐른 현재에 이르러서는 키오스크가 설치되지 않은 곳을 찾는 게 더 쉬울 정도이다. 

키오스크는 업주에게 인건비 절약이라는 혜택을 준다. 최신기기와 디지털시대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때때로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방식이 더 편리할 때도 있다.

하지만 노년층 소비자는 그렇지 않다. 2022년 5월, 서울디지털재단이 발표한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층의 45.8%만이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55세 미만에서 같은 답변이 94.1%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층이 키오스크를 이용할때 어려움이 크다는 뜻이다.

화면에 빽빽하게 채워진 글자들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젊은 소비자들에 비해 고령층 소비자들에게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2021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를 보면, 일반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할 때, 55세 이상은 69.1%에 불과했고 그만큼 일반 젊은 소비자에 비해 고령층 소비자는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고령층 소비자들이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탓에 정치권도 대책을 만들고 있다.  2021년 1월, 고령층 및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 모든 구성원이 소외와 차별 없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디지털포용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포용 기본계획을 설립하고 국무총리 소속 디지털포용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2022년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보장원에서는 지난 2016년 제정된 ‘공공 단말기 접근성’을 개정한 키오스크 국가표준인 ‘무인 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글씨크기 등을 정량화 하는데 목표를 둔다. 하지만 이는 공공기관에 한정되고 다소 포괄적이며 강제성도 없다. 그렇기에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음식점을 방문하는 고령층 소비자들은 키오스크를 이용할때 불편을 느껴 소비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갖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과 업계가 고령층 소비자들을 배려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히 노인을 위한 식당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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