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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경제사] 네덜란드가 네덜란드일 수 있었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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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경제사] 네덜란드가 네덜란드일 수 있었던 배경
  • 이강희 칼럼리스트
  • 승인 2023.06.07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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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를 최초로 구성··· 쌈지 돈 모여 거대 자본
낮은 해수면, 농지 간척한 농민들이 투자자였다

오늘날 자본주의를 꽃피는데 이바지한 존재가 있다. 기업이다.

기업은 사람들의 소득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물론 기업의 이윤까지 창출하면서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성장하는데 기여한 공이 있다. 오늘날 기업의 대부분은 주식회사다. 왕이나 귀족같은 특정 소수의 거대자본이 아니라 이익이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모인 불특정 다수의 크고 작은 여러 자본(쌈지 돈)이 모여 거대한 자본을 만들어졌다.

이때 투자된 자본에 대한 증서를 투자자에게 지급했는데 그 증서가 바로 주식이었다. 모인 자본이 들어간 투자를 기반으로 기업(주식회사)은 이익을 내기 위해 모험적인 사업 진행을 했고, 달콤한 성공의 꿀물을 투자자에게 배당이라는 형식으로 돌려주었다.

배당할 때 지급기준은 투자할 때 받은 증서인 주식 수에 비례했다. 주식의 수는 곧 지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식은 일종의 투자라는 개념을 가져왔다. 결국 회사가 잘못되면 손실이 생기지만 잘만 운영되면 가진 주식의 수만큼 나에게 이익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었다.

주식회사의 장점은 큰돈을 모아야 하는 수익사업을 할 때나, 혼자 부담할 수 있는 자본의 크기가 작을 때, 투자가 실패할 위험부담의 확률을 나누기 위해서와 같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이런 이유들이 모여 네덜란드에서는 주식회사가 만들어졌다.

중소상인, 일반시민,군인,노동자 등 중산층이 네덜란드 자본주의를 만들었다.
중소상인, 일반시민,군인,노동자 등 투자 가능한 중산층이 네덜란드 자본주의와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소액재산 가진 개미들이 투자

기존에 없던 창작물인 주식회사를 만든 근거에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은 물론 타 지역과 달랐던 경제적 배경이 작용했다. 그 배경의 답은 네덜란드라는 국가 이름에 숨어있다.

네덜란드(Nederland). ‘낮은(Neder)’+‘(Land)’이라는 국호의 의미답게 전체 국토의 60%가 댐과 제방으로 조절하지 않으면 폭우에 홍수와 같은 재해를 입을 수 있는 곳이다. 실제 국토의 26%가 해수면보다 낮다. 네덜란드 국민은 평상시에도 자연재해의 위험과 함께 생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환경이 투자의 위험마저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줬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지금과 같은 근〮현대 과학시설의 도움이 없던 시절 이런 환경에 놓여있던 네덜란드는 왕족과 귀족들에게 매력적인 곳이 아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연의 변화에 따라 땅의 크기가 바뀌기도 했다. 멀쩡했던 땅에 비가 와서 홍수가 나면 물속에 잠기다 보니 농작물을 심을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네덜란드보다는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부르고뉴 공국의 기름진 땅을 서로 가지려고 욕심을 냈다. 이런 이유로 유럽은 대부분 왕족〮귀족〮교회가 땅을 소유하고 농사를 짓던 농민이 소유한 땅은 거의 없었지만 오늘날 네덜란드가 있는 홀란드주 지역을 기준으로 1500년경에는 토지의 약 45%를 농민이 실소유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비율은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던 모습이다. 유럽에서 비옥한 토지를 가진 지역일수록 농민이 가진 토지보다는 지배층이 가진 토지가 많았다. 농민은 말 그대로 농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네덜란드에 있는 토지에 대해서는 재산권을 논하며 다투기에는 가치가 낮았기에 지배층이 욕심을 부리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갈등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덕분에 농민들에게까지 소유의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암스테르담 교환소 – 다수가 참여한 주식시장

이런 환경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되었을까? 힘들기는 했지만 간척을 벌였다. 새롭게 개척한 농지에서 얻은 생산물은 땅의 소유자인 농민의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중산층이 확대될 수 있었다.

경제와 금융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그 사례는 동인도회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 소수에게 몰려 있던 잉글랜드에서는 소수 자본가가 모은 자본으로 16001231일에 잉글랜드 동인도회사가 설립되었다.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1602320일에 설립된 동인도회사가 출범하면서 8월에 투자자를 모집하는 청약이 이뤄진다. 왕족과 귀족이 가지고 있던 거대자본이 아닌 중소상인, 일반시민, 군인, 노동자처럼 일반시민에게 투자라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자금모집에 성공한 동인도회사는 동인도로 항해를 떠날 배를 구하고 선원을 모집했다. 다수의 네덜란드인들이 참여해서 모은 자본으로 설립한 동인도회사는 이렇게 출범한다. 이런 네덜란드동인도회사와 잉글랜드동인도 회사에 참여자 숫자에 차이가 나는 것은 자본의 집중화 정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동인도회사에서는 자본의 집중화가 이익의 집중화를 가져왔다. 네덜란드에서는 동인도회사에 참여한 숫자가 많다 보니 참여한 사람들의 사정도 서로 달랐다. 돈이 급한 사람의 경우 동인도회사의 권리를 팔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많은 사람이 참여한 덕분에 가지고 있던 주식의 거래가 시작되었고 이를 거래할 수 있는 주식시장이라는 게 생긴다. 암스테르담 교환소라는 뜻을 가진 암스테르담 보르스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결국 시장은 소수의 참여자보다 다수의 참여자가 참여했을 때 여러 가지 경제적인 효과를 파생시킨다는 것을 네덜란드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자본의 집중화로 가고 있다. 다수가 참여하는 시장에서는 거래가 줄고 있다. 거래의 감소는 시장의 동력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경제 참여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저자이강희 (칼럼니스트)

maestoso44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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