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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고마움·그리움 담은 국민애창가곡 ‘어머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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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고마움·그리움 담은 국민애창가곡 ‘어머니 마음’
  • 왕성상 대기자
  • 승인 2023.05.15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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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동 작시(作詩), 이흥렬 작곡…1930년대 때부터 불린 명곡
서울 중동고 교문 앞에 노래비, 저작권 송사 휘말리기도 해 눈길

양주동 작시(作詩), 이흥렬 작곡의 어머니 마음은 국민애창가곡이다. 58일 어버이날기념식에선 물론 부모님 고희잔치, 팔순잔치 때 많이 불리는 효도관련 대표곡이다. 가사는 3절까지며 4분의 3박자다. 앞 대목에서 잔잔하고 평범하게 흐르다 마지막 8개 소절 중 앞쪽 4개 마디 멜로디가 강력하게 말하는 듯 호소력을 줘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어머니 마음' -양주동 작시, 이흥열 작곡
'어머니 마음' -양주동 작시, 이흥열 작곡

 

경성방송국(현재 KBS), 전국에 노래 소개

노래가 만들어진 건 1930년대 일제강점기 때다. 양주동이 자신을 지극정성 키워주시다 세상을 일찍 떠난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아 지은 시가 노랫말이 됐다. 작품은 1941 잡지 삼천리’ 9월호에 실렸다.

양주동은 일제로부터 가정가요(家庭歌謠)에 맞는 작사를 의뢰받아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 나오는 부모님으로부터 입은 10가지 은혜를 게송(偈頌)으로 노래한 대목을 참조하고 그 뜻을 시에 담았다. 게송이란 불경을 성격과 형식에 따라 12개 유형으로 나눈 것, 12부경의 하나다. 가정가요는 1939 경성방송국(현재 KBS)이 대중에게 노래를 지도하기 위해 펴낸 것이다. 1집에 ‘어머니 마음’, ‘즐거운 우리 집20여 곡이 실렸다. 양주동이 시를 쓸 때 참조했다는 불설대보부모은중경1432년 조선 태종의 후궁인 명빈 김씨(明嬪 金氏) 발원으로 간행된 불경(목판본)이다. 부모은혜에 대한 보은을 가르치는 내용이다. 위경(僞經 : ‘거짓된 책이란 뜻)이지만 효를 강조하는 중국, 우리나라에서 많이 간행됐다. 부모은혜 관련내용 중 회건취습은(廻乾就濕恩)은 어머니 자신은 진자리에, 자식은 마른자리에 눕힌다는 어머니은혜를 뜻하는 구절이다. ‘어머니 마음노랫말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판본은 21장의 도상이 실려 있고 뒤쪽에 불설부모은중태골경이 있다. 흔치 않은 경우로 권수제(卷首題) 다음에 역자이름이 적혀있다. 보물 제1125호로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어머니 마음작곡은 이흥렬이 경성방송국 근무 때 했다. 전파를 타고 전국에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불렀다. 악보는 1938년 조선방송협회가 발행한 가정가요 제1에 실렸다.

 

노랫말 저작권자, 손해배상 청구

노래가 국민애창곡이 되면서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 중동고 교문 앞에 시비(詩碑) 성격의 노래비가 세워졌다. 중동고 64회 졸업생들이 20011027일 선배인 양주동 박사 시비제막식을 가진 것이다. 송석구 전 동국대 총장, 김무성 전 국회의원 등 이 학교 졸업생 1백여명이 참가했다. 비엔 어머니 마음가사가 새겨져 있다. 양 박사는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초부리 산64-1 용인공원묘원에 잠들어있다.

어머니 마음은 저작권문제로 송사에 휘말리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어버이날 많이 불리는 동요 어머님 은혜와 함께 소송을 당한 것이다. 두 노래 가사의 저작권을 갖고 있던 김 모 씨가 20166월 재단법인 기독교서산제일감리교회와 학교법인 중동학원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서산제일감리교회는 20149월 교회근처 공익카페 앞에 어머님 은혜작사가이자 이 교회 담임목사였던 윤 모 씨 업적을 기리기 위해 어머님 은혜가사가 적힌 노래비를 세웠다. 그러자 김 씨는 어문저작물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각각 1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이에 교회는 백방으로 수소문해 연락이 된 유족으로부터 저작권이 다른 사람에게 양도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유족에게 노래비제작 승낙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중동고 또한 원저작자는 학교졸업생으로 영어교사로도 일한 적 있는데 졸업생들이 원저작자를 기리기 위해 저작권을 상속한 원저작자 자제로부터 사용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법원은 20178월 교회에겐 400만원, 중동학원엔 3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재판부는 교회 측이 원저작자유족에게 문의해 저작권등록을 한 바 없음에 대한 확인을 받고 사용승낙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승낙을 받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이런 과실(사용승낙을 받지 않은 점) 추정이 번복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해당노랫말이 어머니 사랑과 희생을 소주제로 삼아 어머니마음을 나타낸 것으로 가사가 갖는 어문저작물로서의 독립성과 개성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중동학원은 해당노래비가 학생들 정서와 효심을 키우기 위한 교육목적으로 세운 것으로 저작권법에서 정한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노래비 설치와 위치를 보면 학생들 정서순화나 효심함양도 목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저작권법에서 정하는 저작재산권 제한사유로서의 학교교육목적 등 이용에 해당하려면 수업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공표된 저작물 일부분을 복제 등의 방식으로 쓸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 사건처럼 학교담장 밖에 노래비를 세운 것을 수업목적상 필요한 경우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봐 피고들 항소를 기각했다. 이 판결에 교회와 학교 쪽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20194월 그 내용이 확정됐다.

 

작시자, 작곡자 모두 북한출신

이 노래 작시자, 작곡자는 북한출신이다. 시를 쓴 양주동은 1903624일 개성에서 태어나 황해도 장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인이자 국문학자, 영문학자인 그는 고시가(古詩歌) 주석에 힘을 쏟았다. 국내 처음 신라향가 25수 모두를 해독, 이름을 날렸다. 서울 중동고, 일본 와세다대 영문과 졸업 후 동국대 교수로 몸담았다. 동아방송(DBS) 프로그램 유쾌한 응접실패널로도 유명세를 탔다. 그는 문학동인지 금성문예공론등을 냈다. 1954년 대한민국학술원 종신회원이 된 뒤 1962년 동국대 대학원장을 지냈다. 대한민국학술원상,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인간국보 제1로 자처했던 그는 197724일 세상을 떠났다.

작곡자 이흥렬은 1909717일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일본 동양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1931년 귀국, 원산에 있는 모교(광명보통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33년 서울로 와 경성보육학교에서 작곡가 홍난파와 교편을 잡으며 동요작곡에 힘썼다. 서라벌예술대(19726월 중앙대학교 예술대로 합쳐짐) 교수, 고려대 강사, 숙명여대 음대 교수·학장을 지냈다. 예술원 회원, 한국작곡가협회장, 한국방송가요심의위원장, 한국음악협회 고문으로 활동했다. ‘바위고개’, ‘봄이 오면’, ‘꽃동산’, ‘섬 집 아기진짜사나이등 가곡, 동요, 군가를 작곡한 현대음악선각자로 19801117일 서울 북아현동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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