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지구를 떠도는 富] 러시아가 동쪽으로 달린 까닭은?
상태바
[지구를 떠도는 富] 러시아가 동쪽으로 달린 까닭은?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3.29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동양의 광활한 대륙은 물론 유럽까지 장악했던 대제국 몽골이 넓은 땅을 차지하면서도 가지않았던 곳이 있다. 시베리아다. 드넓은 땅에 내린 눈이 녹지 않을 정도의 추위와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은 거친 몽골 군대마저 피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물론 정복할 대상도 없기도 했다. 그런 시베리아를 향해 달린 곳이 있다. 모스크바 공국을 모태로 성장한 러시아였다. 차르(잉: Czar, Tsar, Tzar)의 나라 러시아는 동으로 동으로 육지의 끝이 나올 때까지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시베리아를 모두 영토로 만들었다.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향해 달렸던 이유는 영토를 확장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정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금을 찾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시베리아에서 금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없는데 당시에 금을 찾아 시베리아로 갔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금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금(Au, Gold)가 아닌 ‘부드러운 금(Soft Gold)’이라고 불렸던 모피다. 유럽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동물의 털이 달린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을 위한 원초적인 이유가 아니라 지위와 소유에 대한 만족을 위해 모피를 찾았다. 이런 이유로 모피를 입은 것이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자리 잡기도 한다. 왕족과 귀족이 사용해서인지 모피의 가치는 계속 상승하였고 모피의 값도 올랐다. 

 실제 잉글랜드와 프랑스, 네덜란드처럼 추운 계절이 있는 나라일수록 원래의 쓰임새와 함께 모피를 가지려는 귀족과 왕족에 의해 수요는 계속되었다. 거미줄과 같은 혼맥으로 얽혀있던 유럽의 상류층의 특성상 여러 왕실과 귀족은 주변 나라의 왕족이나 귀족과 서로 비교 하였다. 그리고 남보다 우월하기 위해 경쟁하듯이 모피를 구입했다. 그렇다보니 여러 나라의 왕이나 제후, 귀족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에서 모피를 입고 있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이유로 모피는 값비싼 사치품임에도 찾는 이가 많았다. 신분을 과시하고 재력을 과시하기에는 알맞은 재화였다. 이런 이유로 신대륙에서는 훗날 ‘비버 전쟁(Beaver Wars)’이 일어나기도 한다. 

 러시아의 모피 상인들은 이런 수요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을 만족시켜줄 재화가 공급된다면 돈을 벌 수 있었고 계산이 끝난 러시아는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동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USA의 골드러쉬가 서부 개척이었다면 러시아의 골드러쉬는 동부 (시베리아)개척이었다. 시베리아를 누빌수록 다니는 동물은 상인들에게 모두 돈으로 보였다. 숲을 다니며 삶을 영위하던 동물들은 이들에 의해 사냥되었다. 모피 상인들은 코사크 용병을 고용했다. 전투를 위해서라기보다 속도 때문이었다. 이들의 활약 덕분에 빠른 속도로 많은 곳을 차지할 수 있었다. 많은 땅을 확보할수록 많은 동물을 사냥할 수 있었고 많은 모피를 확보할 수 있었기에 상인들이 고용한 용병의 움직임은 차르의 군대보다도 빨랐다. 시베리아 점령은 점령지의 크기가 곧 돈의 크기였기 때문에 일종의 속도전이었고 탐욕의 발현으로 진행되었다. 

 시비르 칸국이 차르의 군대에 망하자 시베리아로 향하는 관문이 열리게 되었다. 드넓은 침엽수림 지대에서 사는 검은담비, 북극여우, 스라소니와 같은 동물을 보자 러시아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잔인한 사냥을 시작했다. 식량으로 사용하거나 필요한 것 외에는 수렵을 하지 않았던 원주민과 달리 러시아 상인들은 크고작은 돈을 위해 살아움직이는 것은 모조리 사냥했다.  

 러시아 모피 상인들의 사업에는 시베리아에서 살던 원주민까지 동원되었다. 원주민들은 모피에 대한 유럽의 이런 사정을 알 수 없었다. 원주민에게 러시아인들은 약탈자였지만 힘없는 원주민들은 이들이 말하는 보호비인 세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는 원주민에게 모피를 바치게 했고 이에 대해 담배나 시베리아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량을 주었다. 

 러시아는 이렇게 얻은 모피를 유럽의 여러 왕족과 제후 귀족에게 아주 비싼 가격에 팔았다. 특히 러시아의 상인들은 한자동맹에 가입하여 각종 비용까지 절감하면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러시아는 동쪽으로 달리면 달릴수록 더 많은 모피를 얻을 수 있었다. 모피 상인들의 돈벌이를 위해 막대한 양의 모피가 거래되었던 만큼 많은 동물의 생명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갔다. 

 돈 앞에서는 노예를 바다에 버리던 잉글랜드 못지않게 많은 동물의 생명이 인간의 탐욕에 의해 희생되었다. 결국 러시아는 막대한 부를 이루었다. 그리고 더 많은 부를 위해 바다를 건너는 결정을 내린다. 바로 베링해를 건너 새로운 땅에 영토를 확보한 것이다. 이른바 러시아령 아메리카다. 이곳에서도 시베리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돈벌이를 위해 수십만의 동물이 희생되었다. 이런 광기는 자신들을 무자비하게 지배했던 몽골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대상이 인간이냐 동물이냐의 차이였을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