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소비자들을 위해 쉽게 알아보는 실리콘 밸리 은행 파산
상태바
소비자들을 위해 쉽게 알아보는 실리콘 밸리 은행 파산
  • 노은수
  • 승인 2023.03.22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어떤 투자자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

미국 연방준비재도 (Fed/연준)의 금리발표가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과 미국 증시의 투자 위험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과 달리 SVB 파산 사태가 일어나자마자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의견이 78%에서 0%로 떨어졌다고 한다. 파격적으로 긴축을 실행하고, ‘빅스텝을 밟을 것이다’, 혹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다’ 가 우세했던 작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빅스텝: 미 기준 금리 0.5p 인상을 뜻하는 용어 / 자이언트 스텝: 미 기준 금리 0.75p 인상을 뜻하는 용어)

그렇다면, 이렇게 미국의 기준 금리까지 뒤흔들 만큼 큰 일인 ‘실리콘 밸리 은행(SVB)의 파산’은 도대체 어떤 일이고, 왜 벌어진 것인가? 그리고 이런 크고 화제성 있는 사건은 실질적으로 우리와 같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가계의 투자와 소비 방법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 은행은 2022년 12월 기준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었다. 이 은행에 대한 뱅크런을 시작으로 2023년 3월 10일 주가가 66% 빠지면서 주식거래가 중지되고, 결국에는 미국 은행 역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의 파산사태로 이어진 것이 이번 사태의 대략적인 과정이다. 이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은 리만 사태를 떠올리며 긴장한다. 2008년 미국에서 손꼽히는 거대 투자 회사인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함에 따라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낳았던 사건이 금융위기를 몰고 왔듯이 이번 사건도 경제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 과정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알면 우리 경제와 우리 가계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연계해서 생각해보기 쉽다. 일단, 실리콘밸리은행은 설립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스타트업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위주로 진행한 바가 있다. 여기서 실리콘 밸리 은행의 주고객이 되는 스타트업 기업은 일반 기업들과 달리 대출을 해서 수익을 창출하지 않고, 현금 보유량이 높다. 그리고 안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그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뚜렷하지 않다. 이렇게 은행이 현금 보유량이 많아지지만 현금을 빌려줄 곳이 없어지다 보니 SVB은행은 다양한 투자를 하기 시작한다. 그 중 하나가 SVB 보유 자본 중 다량을 미국국채, 장기채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수입이 크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미국 국채를 투자한다는 것은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되고,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안정적이었으나, 계속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이 SVB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미국 국채 금리도 같이 인상된다. 이자율이 오르면 수익이 늘어날 텐데 왜 SVB가 문제를 안게 되었을까? 바로 이자율이 낮던 시점에서 미국국채 장기채를 다량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자율이 오르니까 SVB가 소유한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의 국채는 그 가치가 매우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실리콘밸리은행의 자산 평가 가치 또한 같이 하락하게 된다. 수익이 나올 구멍이 없는 실리콘 은행의 특성 뿐만 아니라 자본의 유동성도 달라졌다. 코로나19 동안 새로운 스타트업의 수익 획득으로 자본의 유동성이 좋아졌다가 2022년에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경색되었다. 이에 스타트업은 SVB에서 현금을 인출하기 시작했고, SVB는 그것을 메우기 위해 채권 매각으로 자산 손실을 계속 내게 되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예금자의 불안심리가 증가되어 SVB는 무차별적인 현금 인출로 파산하게 되었다.

이런 미국의 은행 파산과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는 무슨 관계가 있기에 이런 장황한 설명이 필요할까? 첫번째는 금리의 영향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미국이 양적 완화를 시작하거나 소극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우리나라 또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진다. 두번째는 미국의 영향력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SVB와 관련된 투자가 소액이었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SVB 파산 직후 유럽의 증시가 출렁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 또한 안도할 수 만은 없다. 경제가 흔들릴 때 한국에서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위기가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조심해야 한다.

현금유동성이 최고 수준인 올해, 금융전문가들은 올해 주식의 장이 활성화되고, 주가도 많이 뛸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하지만 SVB파산 여파로 출렁이는 대출 금리와 불안정한 경제는 우리의 투자가 절대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와 가계는 모험심이 강한 투자는 안도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계속 가지고 신중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