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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국내 특화은행 설립에 얼마나 영향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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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국내 특화은행 설립에 얼마나 영향 줄까?
  • 강지은
  • 승인 2023.03.30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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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화은행 설립 추진 영향 분석 한창...

[소비라이프 / 강지은 소비자기자]  지난 3월 10일 미국에서 16번째로 규모가 큰 실리콘밸리은행(이하 SVB)이 파산한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3월 9일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국채 매각으로 인해 SVB는 18억 달러의 손해를 입고 주가가 급락했다. 이후 주요 투자자와 기업이 예금을 인출하며(뱅크런), 3월 10일 유동성 부족과 지급불능 위기로 파산했다. 3월 10일 오전 캘리포니아 금융당국은 48시간 만에 SVB 파산을 선고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법정 관리인이 되었다. SVB의 파산은 3월 12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으로 이어지며 금융권에선 해당 사태가 연쇄적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파산의 이유는 SVB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의 특수성 때문으로 보인다. 1983년에 창립한 SVB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보유한 스타트업 특화 은행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증시 상장법인 중 테크, 의료, 벤처기업 등 44%에게 자금을 제공했다. 다만 SVB 내부에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며,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미국 국채로 구성하게 되었고, 국채 중에서도 장기채를 다량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테크 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침체에 빠지며 기업들이 예금인출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8억 달러의 채권손실액을 입게 되었다.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약 23억 달러 증자를 시도했으나, 이를 자본잠식의 위기로 감지한 투자자와 기업들이 뱅크런을 일으킨 것이다. 실제로 10일 이 은행 전체 예금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420억 달러 규모의 ‘초고속 디지털 뱅크런’이 진행되었다. 이는 모바일뱅킹의 발달 등에 따라 예금자가 온라인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해 빠르게 예금을 인출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서  보안요원들이 예금주들을 입장시키는 장면 - AP·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서 보안요원들이 예금주들을 입장시키는 장면 - AP·뉴시스

 

 이에 놀란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는 3월 12일 공동 성명을 내고 모든 예금주의 돈을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하는 구제 금융조치를 빠르게 발표했다.

 미 SVB의 파산사태는 단기적, 직접적으로 우리나라 금융 시장에 큰 타격은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무역협회에 의하면, 해당 사태 이후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미국 은행들이 연준으로부터 1주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인 215조원 이상을 대출하여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화은행들에 이어 연준의 지속적인 국채 금리 인상을 고려한다면, 장기채를 보유한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초고속 뱅크런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현재 도입 추진 중이던 특화은행 설립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특화은행은 스타트업중소기업소상공인 등 특정 소비자에게 기업대출이나 지급결제 등 일부 금융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전문은행이다이번 SVB파산은 글로벌 고금리 기조 속에서 특화은행이 경기 변동과 리스크 관리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노출시킨 것이다. 국내 은행들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으로 검토 중이었던 국내 특화은행 설립의 롤모델이 SVB였기때문에 충격이 큰 편이다.

 재정 건전성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규제와 소비자 보호관련 장치가 보완되지 않으면 특정 여신에 집중하여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특화은행의 설립과 운영이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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