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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보험산업이 '민원(民怨) 산업'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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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보험산업이 '민원(民怨) 산업' 된 이유?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23.02.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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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진 손해사정제도, 불법 의료자문의 때문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보험국장

우리나라 보험은 민원(民願)이 많다. 보험을 들라 할 때는 왕처럼 대하지만, 보험금을 탈 때에는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 보험산업은 민원이 많기 때문에 보험산업을 민원(民怨) 산업이라 비꼬기도 한다.

연간 금융감독원에 접수되는 민원은 10만 건에 육박한다. 2020년 9만334건, `21년 87천건, 22상반기만 77천건의 민원이 발생했다. 이 중 보험 민원은 2020년 53천건으로 58%를 차지하고 있다. 대략 금융감독원 민원의 60%가 보험 민원이다. 보험 민원이 많은 이유는 보험업계가 소비자 신뢰를 잃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금융위와 보험사가 잘 못 만들어 놓은 손해사정 제도와 불법적인 의료자문의 제도 때문이다.   

손해사정제도는 보험에 문외한 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40여년전 도입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권을 보험사가 빼앗아 갔다. 상법 767조 2항은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비용은 보험자가 부담한다“ 라고 보험자부담을 명확히 해 놓았다. 하지만, 하위법인 보험업법시행규칙 제9-16조(보험계약자 등의 손해사정사 선임) 2항 1에 ”손해사정이 착수되기 이전에 보험계약자 등이 보험회사에게 손해사정사 선임의사를 통보하여 동의을 얻은 때“로 동의 조항을 하위법이 삽입해 소비자손해사정권을 빼앗아 갔다. 이렇게 만든 것은 금융위가 보험업계의 로비를 받아 소비자손해사정권을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민원과 문제가 많이 발생하자, 최근 금융위가 소비자선임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으나, 말 뿐이지 아직도 이핑계 저핑계로 그대로 있다. 또한, 현재 대부분 보험사는 자회사인 손해사정회사에게 일감을 모두 몰아주며,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보험금을 산정하고 있다. 보험금 전액 지급이 어렵고 몇% 정도 가능하다는 등 보험계약자를 압박하여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줄이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소비자를 위한 공정하고 중립적인 손해사정제도가 공급자를 위한 손해사정제도로 변질되어 민원을 양산하고 있다. 손해사정사의 중립성이 훼손되고 소비자의 피해가 늘고 있다. 

다른 이유로는 보험회사의 자문의제도 때문이다. 보험회사가 임의로 지정한 자문의사의 소견을 근거로 소비자가 청구하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여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보험회사 자문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소견서를 작성하고, 소견서에 이름을 적지도 않은 소견서를 발급하고 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깍는다. 의료법위반의 소지가 크다. 일례로, 소비자가 퇴행성 관절염으로 ‘양무릎 슬관절 치환술’을 받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왼쪽 무릎과 오른쪽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이 동일 원인이 아니라 각각 다른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 질병”이라는 보험회사 자문의사의 의료자문 결과를 근거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 보험사의 불법적인 의료자문의 제도로 우는 소비자들은 비일비재하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대학병원급의 자문의사를 수십명씩 두고 있으며, 자문의사는 보험사에게 소견서를 작성해주고 보험사로부터 자문료를 병원 모르게 직접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분석에 의하면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여부 판단을 위해 연간 10만 건 정도의 자문을 하고 있다. 자문수수료를 월급보다 더 많이 받는 의사들이 수두룩하다. 보험사와 자문의사가 직거래하고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 결여된 보험사가 의도한 자문소견을 작성해 줄 개연성이 높다. 보험회사의 자문의사 제도가 보험금을 적게 주거나 지급 거부 목적으로 악용되기 때문에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으나, 금융위원회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 

보험민원이 많은 이유는 이 이외도 많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민원은 보험사의 일방적인 손해사정과 불법적인 자문의소견 때문에 발생한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고치면 보험 민원을 절반 이상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접수 민원을 보험회사로 이관시켜 민원건수를 줄이려는 ‘꼼수’를 부리는 정책을 구상할 것이 아니라, 민원 발생의 근본 원인인 잘못된 제도를 하루빨리 띁어 고쳐야 할 것이다. 이제는 금융위원회도 산업보호가 아닌 소비자보호로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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