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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자본주의 나라 대한민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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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자본주의 나라 대한민국의 민낯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23.02.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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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표현 중에서 산업적으로 많이 쓰이는 표현이 바로 ‘제조업의 나라’다. 정부는 경공업위주로 성장하던 60년대를 지나 70년대에 접어들면서 중공업분야를 성장시키기 위해 포항제철을 세웠고 조선업을 비롯한 중화학공업을 발전시켰다. 80년대에는 첨단산업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반도체산업을 육성하였다. 제조업 회사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설비가 필요했다. 이에 따른 자금을 조달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장기자본시장인 보험이나 주식시장 같은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험을 가입했고 보험사들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모아 우량회사의 채권을 매입해 자금 조달을 해주었다. 또 여유자금이 있는 가계와 기업이 은행의 예금과 주식시장을 통해 국내 산업의 우량기업에 자금을 조달했다. 이렇게 주식시장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신뢰를 통해 유지되어 왔다. 물론 IMF환란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IT버블 등 여러 요인으로 변동성이 심한 경우를 맞기도 했지만 기업에게 투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조달시장의 선순환 역할로 인해 주식시장은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 법원에서 내린 한 판결이 나오면서 주식시장의 선순환 역할에 또 하나의 오점을 추가하고 있다. 2009년 12월부터 3년간 진행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주가조작은 주식거래가 이뤄지는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다. 동시에 자본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금융시장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중대한 사건이다. 이런 행위에 대해 법원은 주가조작을 지시한 수괴(首魁) 권오수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은 물론 벌금까지 내도록 선고했다. 

 경중을 떠나 법원이 시장교란행위에 대해 처벌을 내렸다는 것에 박수를 보낼 뻔 했다. 가볍다고 느껴지는 벌금과 징역까지는 그나마 나쁘지 않았지만 집행유예라니... 권오수는 법원을 당당히 걸어 나왔다. 법원의 판결은 쉽게 이해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엄연히 잘못한 것은 맞는데 벌을 주지 않다니 말이다.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다른 재판과도 연계되면서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에  의하면 도이치모터스가 주가조작을 하려고 동원한 사람만 91명에 그들이 소유한 계좌가 150여개다. 여러 갈래로 얽히고설키게 하여 주가조작을 감추려고 노력하면서 동원된 숫자다. 이중에는 임기 1년이 채 되지 않아 서슬 퍼런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현직행정부수반의 부인과 장모까지 연관되어있다. 이들이 연관되어있기에 이런 가벼운 판결을 받았다고 보는 세간의 눈이 많다. 

 권오수가 법정구속 되었다면 현직행정부수반의 부인과 장모를 수사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기에 더욱더 봐주기 판결이라는 의심을 살만하다. 법 앞의 만민평등을 법원 스스로가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유령주식(위조주식)이 거래되었던 지난 2018년 4월의 사태에서도 제대로 된 대응은 물론 처벌을 하지 못해 대외적으로 신뢰도를 깎아먹었던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이 또 한 번 대외적인 신뢰에 흠집을 만든 것이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 외국인이 우습게 보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문제가 있을 때마다 법원이 일벌백계(一罰百戒)를 하지 않고 봐주기에만 급급하다보니 ‘론스타’같은 먹튀 사건이 발생하고 그를 돕는 행정관료권력(이하 관권)이 법을 무서워하지 않고 판을 치는 것이다. 사법부 눈치보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아무리 자본주의 세상이라지만 중세도 아닌데 면벌부(Indulgentia)를 이렇게 남발해도 되는 것일까?’라는 탄식도 해보지만 혹자는 말하더라. ‘자본주의니까 주고받는 것이다.’고 말이다. 일반 국민사이에서 그런 생각이 많아질수록 좀도둑보다는 대형사기사건이 많아지게 될 것이고 관권이든, 정권이든, 군권이든 권력과 유착된 비리가 사회에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다. 

 사회의 정의를 실현시키겠다는 사탕발림에 국민이 율사출신에게 정권을 맡겼지만 법을 잘 알다보니 오히려 더 잘 악용하는 게 아닌가싶을 정도로 정의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금융권의 여러 기관에 율사출신들이 수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부실자산에 대한 과감한 정리보다는 과거의 정권들이 해왔던 돌려막기에 동원되는 이들의 모습에서 법치라는 것은 아득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법원의 판사와 율사출신의 기관장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면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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