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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소비자운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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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소비자운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23.01.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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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소비자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고, 생산자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헌법 124조는 “소비자운동을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명시해 서 소비자권리를 헌법에서 보장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소비자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국가는 매우 드물다. 


 이 헌법정신을 이어받아 소비자기본법에는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소비자의 권리와 책무,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사업자의 책무, 소비자단체의 역할 및 자유시장경제에서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관계를 규정함과 아울러 소비자정책의 종합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 개인은 힘이 없다. 소비자피해를 입었을 때 기껏해야 공급자에게 클레임을 걸거나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나, 클레임으로 해결이 안되면 소송은 실익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소비자단체가 필요하다. 소비자단체는 피해소비자를 도와 클레임을 해결하거나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보상하게 하거나, 문제가 있는 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비자운동을 펼친다. 이런 소비자운동의 결과로 소비자들의 권익이 증가하고 생산자는 품질향상의 노력을 하게 된다.   

 소비자운동을 하는 단체는 소비자단체로 등록을 하게 되어 있다. 소비자단체의 등록은 소비자기본법 29조에 따라 “1. 소비자권익보호 업무를 수행할 것 2. 물품 및 용역에 대하여 전반적인 소비자문제를 취급할 것 3. 대통령령이 정하는 설비와 인력을 갖출 것 4.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의 요건을 모두 갖출 것”으로 간단한 요건을 규율해 놓았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법상 요건은 간단하지만 공정거래위원의 공무원들이 판단은 다르다. 단지 등록업무일 뿐인데 사실상 ‘허가’ 보다 더 까다롭다. 

 어느 한 소비자단체는 2002년 전문가 소비자운동의 기치를 내걸고 ‘보험’ 분야 소비자운동을 최초로 시작했다. 민주화의 기치를 내건 노무현 정부에서 소비자단체의 등록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이 시비 저 시비 걸면서 서류를 반려하기 일쑤였다. “설비 및 인력이 부족하다, 전문적인 소비자 운동을 한다”는 등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대고, 관련 이익단체에게 물어보고, 기존 소비자단체에게 물어보고도 시비를 걸었다. 행정소송을 걸어 대법원까지 가도 ‘행정행위’라며 복지부동 꿈적거리지 않았다. 이 단체는 10년동안 NGO단체로 활동하다 공정위 공무원 출신이 회장으로 오면서 겨우 등록시켜 줬다. 

 한국소비자원장 출신이 소비자운동을 하고자 소비자단체를 만들었다. 평생을 소비자학 교수로 대표적인 법정 소비자조직인 ‘한국소비자원’의 원장의 임무를 할 정도면 우리나라에서는 충분한 검증을 마친 인물로 평가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공정위 공무원의 평가는 달랐다. 산하단체의 전 조직장이 소비자운동을 하겠다고 등록신청을 했음에도 등록 불가에 불가통보를 이어 왔다. ‘설비 및 인력이 부족하다’, ‘지부가 부실하다’, ‘회원이 부족하다’ 이 핑계 저 핑계로 3년이 지나서 겨우 등록해 주었다.  

 소비자 운동가가 떠나가고 이슈가 식어가는 소비자운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자 연대단체를 개편하여 9개 전문 소비자단체를 규합하여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을 재창립했다. 당연히 소비자단체로 등록하고자 공정위에 신청하였더니, 10년 넘게 활동해온 이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1년이 안 되었다며 등록을 거부했다. 1년이 경과한 후 다시 서류를 접수하였으나 이번에는 소비자단체가 아닌 단체가 회원단체로 들어와 있다며 등록불가 처리했다. 다시 총회를 개최해 소비자단체만 회원단체로 하여 접수했더니 이번에는 회원단체장이 영리행위를 하는 주식회사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어서 안 된다는 등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등록불가 처리하였다.     

 헌법과 소비자기본법에서 소비자운동을 보장하고 지원한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들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소비자운동에 몸담게 인력과 재원을 끌어들이고 지원해야 하는데 소비자운동을 하겠다는데 못하게 가로 막아서는 안 된다. 소비자운동을 전개함에 있어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 먼저 파악하고 지원해도 부족할 텐데 ‘등록’ 조차 가로막고 진입장벽을 치는 것은 공무원들이 할 일이 아니다. 헌법에서 소비자운동을 지원하는 권리이다. 어떤 깊은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제발, 보수와 댓가 없이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헌법상의 권리인 소비자운동을 하겠다는 소비자운동을 제발 막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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