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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한전 30조 원 적자 해부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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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한전 30조 원 적자 해부_1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24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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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볼 게 아니라 돈을 봐야한다.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행정부수반과 장관을 포함해 로펌의 변호사들이 함께한 심야의 술자리’라는 자극적인 내용이 언론을 뒤덮었다.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하 의원)이 폭로한 사실로 장관은 ‘모든 것을 걸자.’는 식의 히스테리를 부렸고 국회의원은 ‘그만하자’며 꼬리를 내렸다.

국정감사를 벌이던 국회는 판돈을 걸어야하는 투전판으로 바뀌었다. 승부의 갈림길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 판돈과 동격일 수 있는 지위 같은 무언가 중요한 것을 걸고서 도박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권력을 쥔 사람들의 말다툼은 어지러운 경제로 인해 지쳐있는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언론에서는 연이어 의원이 언급했던 청담동술자리에 대한 내용이 오르내렸다. 

 동시에 언론에 언급되던 법무법인에 속해있는 변호사들과 장관, 행정부수반이 같이했다는 늦은 저녁시간의 술자리는 정가의 주요 쟁점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첼리스트와 언론사기자의 스토리까지 등장하며 소위 ‘막장드라마’적인 요소까지 가미되었다. 진실공방을 운운하며 설전이 오갔고 결국 경찰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어느 한쪽에게는 치명타가 될 거 같다. 여기에 한국자유총연맹이라는 단체의 전임 권한대행까지 등장하며 판을 달궜다. 

 언론의 보도가 수반, 장관, 로펌의 변호사, 연주자, 언론사기자, 술집 그리고 폭로한 의원에 집중되면서 세상 모두의 관심이 술자리에 쏠렸다. 수많은 정보가 떠벌려질 때마다 언론의 지면과 보도가 관련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필자의 관심은 유난히 ‘한국자유총연맹(이하 한자연)’이라는 단체에 쏠렸다. 한자연은 예전부터 부의 상징으로 불리는 서울클럽과 아시아 최초의 국립극장이면서 대한민국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국립중앙극장의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가끔씩 필자가 남산을 지나며 규모의 거대함에 놀랬었다. 지금은 서울에서 가지기 어려운 외형적인 규모일 뿐만 아니라 시설을 통해 웨딩이나 여러 행사를 유치하고 주차장 등을 통해 꾸준히 수익사업을 하고 있는 덕분에 한자연은 상당히 튼튼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아픔으로 인해 반공을 주요이념으로 삼는 우리나라에서 한자연은 전초기지역할을 하고 있는 민간단체다. 다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곳이다. 그런 단체에 있던 인물이 정계와 얽힌 일로 세상 입에 오르내리자 필자는 평소처럼 한자연에 관심을 가졌다. 

 한자연은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거 정부에서 주는 민간단체법정운영비를 보조받는다. 더불어 필요에 따라 지방정부에서도 조례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비영리단체다. 하지만 자체사업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충분히 창출하고 있기에 지원을 굳이 받을 필요가 없는 현금흐름이지만 법으로 보장해준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누리고 있다. 이런 중앙과 지방의 지원덕분에 보기 드물게 넉넉한 씀씀이를 누리는 비영리단체다.  

 1962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씨는 지금의 한자연이 위치한 중구 장충동 1만여 평 부지를 반공이념을 전파하는데 사용하라는 의미에서 제공했다. -이런 의미 때문인지 초대 총재 공진항씨 이후 3대 총재 김정렬씨를 시작으로 현직(2022년) 총재 송영무씨까지 총 26명의 역대 총재 중에서 11명이 장성출신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자연은 예식장사업과 주차장, 야외극장에 관련된 사업을 하며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물론 이후에 여러 이권사업에 관여해서 한자연의 규모를 키우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관을 바꿔가면서까지 이권사업에 참여한 경우가 있었다. 정관을 바꾼다는 것은 원칙을 바꾼다는 것이다. 그만큼 꼭 가져야겠다는 욕심을 부릴 정도의 가치가 있어야한다. 그런 사업이 바로 ‘한전산업개발’의 민영화사업이었다.

 물론 당시 노른자대우를 받던 민영화사업이다 보니 혼자 단독으로 덤빈 것은 아니었다. 때는 바야흐로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임기였던 2002년 4월이었다. 얼마 뒤에 열릴 월드컵에 국민의 모든 관심이 쏠려있을 때 한전산업개발 민영화에 참여할 ‘입찰참가의향서제출’ 공고가 나간다. 한국자유총연맹을 비롯해 누리텔레콤, 대한상이군경회, 반도, 신일종합시스템, 신천개발, 월남참전전우회, 전북도시가스 등 8개 회사가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다. 거기에서 3곳을 추렸다. 한국자유총연맹과 반도, 신천개발이었다. 11월 초 한전산업개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은 한국자유총연맹이었다. 한전산업개발의 지분을 인수할 자금이 충분한지가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또 비영리단체였던 한자연의 지위에서 영리사업에 대해 참여여부도 문제였다.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자연은 정관을 바꾸기로 했다. 한자연이 비영리사업을 계속 추진해나가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범위를 넓혀 민영화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당시 한자연의 수장은 국회의원을 세 차례 했었던 퇴역군인 권정달 씨였다. 전두환 정부의 대통령으로 있던 전두환 씨와 군(軍)에서부터 같이 일한 인연으로 제5공화국은 물론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때까지 국회의원을 포함한 권력의 중심에서 활동하던 인물이었다. 

 그랬던 그가 소속된 정당에서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자 탈당을 했고 김대중 정부로 옮겨와 옷을 갈아입고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낙선을 하게 된다. 김대중 정부 때 실세로 불리던 국회의원 출신 권노갑 씨에 의하면 스스로 찾아온 것이지만 낙선하자 이때 그의 부인 도영심 씨가 나서서 남편의 낙선을 보상하라고 생떼를 썼고 한자연의 총재를 요구했다. 이때 한자연의 총재는 당시 대통령이던 김대중 씨의 정치절친 양순직 씨였다. 결국 굴러온 돌을 위해 박힌 돌을 파낸 것이다. 부인의 생떼 덕에 한자연의 총재가 된 권정달 씨는 역대 가장 오래 총재직에 머문다. 그의 임기동안 대통령 세 명을 보았으니 속칭 ‘단물’을 제대로 먹은 셈이다.

 그가 총재로 있던 2003년 ‘한전산업개발’ 민영화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자연은 한국전력이 매각한 한전산업개발 지분 51%를 665억 원으로 매입한다. 이때 한자연에서 조달한 인수금액은 전체 인수금액에서 1%(6억6천만 원)였다. 나머지 99%의 자금은 전부 빚이었다. 가히 봉이 김선달과 무엇이 다를까? 이를 ‘차입인수(LBO, Leveraged Buyout)’라고 한다.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M&A)에서 구입하는 단체(A)가 대상기업(B)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현금이부족할 때 사들이는 방법이다. B가 우량기업일 때 주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일반국민은 절대 누릴 수 없는 특별한 혜택, 바로 특혜다. 이런 특혜로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한 한자연의 총재 권정달 씨는 이후 2004년부터 2009년 초까지 한전산업개발의 대표이사를 겸직한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한전산업개발이 하던 업무였던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석탄회의 있었기에 가능했다. 석탄회는 시멘트의 대체제로 사용되던 것으로 이를 한전산업개발로부터 받아 사용하던 업체 두 곳에게서 한자연이 인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보증금이라는 명목으로 210억 원의 돈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한자연이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하면 석탄회를 기존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겠으니 미리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두 업체는 권정달 당시 총재의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한자연이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하게 되면 자신들이 얻을 이익에 집중했다. 두 기업은 한자연에 210억 원을 제공했다. 2010억 원이라는 자금이 확보된 것을 확인한 은행은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FI)와 함께 자금을 공급했다. 이런 99%가 모여 한자연은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하는데 성공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3년 3월 18일에 한전산업개발의 주식을 한국전력으로부터 인수한 한자연은 2010년까지 매년 51%에 대한 배당을 40~60억 원 정도 받게 된다. 9년간 받은 배당만 618억 원 정도다. 자기자본 1%를 가지고 99%의 대출을 활용하는 금융기법은 일반 개인이었다면 전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민주화된 정부였다고 하지만 당시 권력이 얼마나 기울어져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한자연이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하고 얻은 이익은 지금까지 열거한 것들만 보더라도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들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음에는 알짜자산들이 권력에 의해 난도질당하면서 한전이 적자기업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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