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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가계 빚은 2000조, 기업유보금은 1000조 시대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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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가계 빚은 2000조, 기업유보금은 1000조 시대_2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21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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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 나름 순환이 건실한 나라였다. 우리나라 국민은 유난히 국가의 말을 잘 듣는다. 정부의 정책방향대로 국민은 가진 돈을 은행에 저축했다.

기업은 은행에서 빚을 얻어 생산 활동에 필요한 공장을 세우고 기계와 원자재를 구입해 근로자를 고용해 제품을 생산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내수와 수출을 통해 시장에 공급되었고 기업은 돈을 벌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했다. 근로자는 임금으로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구입했고 남는 돈은 은행에 저축을 했다. 은행은 근로자에게 받은 돈으로 또다시 기업에게 대출을 해주었다. 기업은 계속적인 생산 활동을 하며 성장했고 근로자도 성장했다. 

 기업은 은행에서 얻은 대출에 대한 이자를 지급했고 은행은 중간에서 예대마진이라는 취급 수수료를 제외한 뒤에 나머지 대부분의 이자를 돈을 맡겼던 근로자와 가계에 지급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가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에 대해 과세했다. 정부는 모든 경제활동에서 거둔 조세를 통해 나라의 행정 시스템을 유지했다. 정부는 기업과 가계가 경제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치안과 국방을 튼튼히 하고 항만과 도로 같은 사회 기반시설을 확충했다. 

 기업 활동과 정부 활동, 국민의 가계 활동이 모두에게 행복한 미래로 나아가는 청사진으로 비쳤다. 그러나 외환위기는 이런 선순환 구조를 깨버렸고 그 깨진 빈틈에 외국자본은 IMF라는 합법적인 기관을 선두로 우리나라에 경제적인 침략을 감행했다. 그리고 금융시장 개방이라는 빨대를 꽂았다. 지분투자를 핑계로 각종 이권에 개입을 했고 구조조정이라는 형태로 기업 활동에 간섭했다. 흡사 구한말의 열강이 각 지역의 이권을 차지하던 모습이었다. 

 당시를 비난하던 지금의 역사와는 다르게 당시의 언론과 정치권이 IMF의 개입을 인정하면서 외세 개입은 정당화되었다. 물론 훗날의 역사에서는 우리가 구한말의 정치인을 평가하듯이 외환위기 당시의 정치인을 비슷하게 평가할 거라고 생각된다. 금융 외세가 만들어준 시스템은 25년 동안 계속 유지되어 왔다. 25년은 30년이 되고 40년이 될 거다.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이 우리를 위해서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에 유입된 외국자본은 그때 자신들이 점령했던 금융회사와 재벌체제의 국내 주요대 기업의 많은 지분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변화 이후 우리는 계속되는 혼란을 겪으면서도 꾸준한 성장을 지속해왔다. 부동산가격으로 GDP를 끌어올렸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찌 되었든 꾸준한 성장세를 걷고 있다. 팬데믹 상태에서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겪은 나라들과 달리 우리는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이런 성장의 기반에는 국민의 노력이 있었지만 그 과실은 국민에게 온전히 오지 않고 있다. 매년 역대급 수익을 내고 있는 금융회사의 성장에 따른 이익은 지분을 많이 가진 외국자본에 유출되고 있다. 외국자본의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매출과 영업이익의 한계를 넘어 인건비 감축까지 여러 형태로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이런 이익은 금융의 역할 왜곡으로 인해 회사의 지분이 높은 외국인에게 흐르고 있다. 더불어 국민에게 와야 할 노력의 과실은 점점 줄고 있다. 

 더군다나 사회 기반 시설에까지 외국자본이 들어와 우리가 내는 통행세를 비롯한 사용료는 외국으로 흘러나가고 있다. 거기에 국내 연구기관은 외국자본이 투자한 사회기반시설의 이익을 과도하게 책정해 줘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의 상한선을 높이기도 했다. 상한선이 높다 보니 손실이 났을 때 보전해 주어야 할 금액도 크다. 이를 국민의 세금이 쓰이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줬다. 추가로 국유재산은 주권자인 국민의 자산임에도 국가의 재산을 민영화라는 명목하에 헐값에 매도하고 있다. ‘언제까지 국민은 기업과 정부, 이름 가린 외국자본에게 퍼주기만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줄 정치인과 관료는 있는가?

 가계부채 2000조는 이런 사회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계속 늘어날 것이다. 가계의 소비는 기업과 외국자본의 배를 채우고 있다. 정부가 거둬가는 세금의 일부는 다시 기업과 외국자본의 배를 채운다. 여러모로 한 정치인의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라는 헛된 욕망과 외교 미숙이 빚은 외환위기라는 대 참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참사와 때를 잘 맞춰 꼽은 빨대의 덕을 보는 이들의 시스템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가의 방관으로 인해 기업과 외국자본에게 빨대가 꽂혀있는 한 사람으로 진정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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