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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법은 주가조작을 묵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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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법은 주가조작을 묵인하는가?
  •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럽니스트
  • 승인 2022.09.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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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경제사범에 대해 관습이 있다. 마땅히 이어가며 지켜야할 전통이라기보다는 사회가 성숙된 만큼 버려야할 악습이자 인습으로 내려오는 관습이다.

경제사범에 대한 징역3년·집행유예5년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 현대, SK를 비롯한 수많은 재벌의 총수와 경제인들은 법원에서 제공하는 같은 메뉴로 법의 그늘에서 편안히 생활을 하는 특권을 누리셨다. 실제로 형이 집행되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고위직에 있었던 판·검사출신의 변호사가 즐비한 로펌의 A/S를 통해 보석과 가석방, 사면 등으로 풀려난다. 역시 사람이 먼저다. 돈 있는 사람이... 

 이들이 다루는 주된 종목은 횡령과 배임, 탈세다. 가끔 뇌물이라는 독특한 분야로 진출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남에게 주는 것보다는 내 것을 안주려고 몰래 빼돌리다 걸린 경우들이 태반이다. 이들의 일으킨 문제들에 관련된 돈은 대부분 건당 300억 원 이상이다. 기왕이면 큰돈을 횡령·배임·탈세해야 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려주는 내용이다. 이는 경제인들에게 적용되는 법칙으로 정치인들의 경우에는 좀 더 관대한 메뉴가 법치로부터 제공되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일례로 대선 직전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장동 50억 원사태의 주인공인 전직국회의원은 검사출신답게 구속된 지 185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되었다. 경제인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전광석화다. 50억 원보다 딱 두 배인 100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은 이보다 늦은 349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되긴 했지만 50억 원당(100억=370일) 날짜를 기준하면 짧다고 할 수 있다. 올해 3월 8일에는 뇌물혐의로 작년 10월 5일에 구속되었던 현직국회의원이 구속된 지 154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범죄가 드러난 사람들에 대한 처리도 이러한데 드러나지 않은 이들에 대해서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집행유예나 보석석방받기에 불리한 95%의 국민은 돈 없는 부모와 고위직이 되지못한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다. 문득 ‘이런 분들이 사회의 지도층이랍시고 윗물에 있으니 아랫물이 맑을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적당히 흐려야 모르는 척 눈감고 넘어가 줄 텐데 너무 대놓고 하는 짓이 많다. 그런데 신인이 나타나 일을 크게 벌였다. 기존에 활동하던 선배들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부끄러움도 모르는 괴물급 신인이다. 신인은 현직 대통령직의 부인(이하 신인)이다. 대선 때부터 제기되었던 주가조작혐의에 대해 증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음에도 묵묵부답이다. 평범한 시민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 생각해보자.

 일반인이었다면 주가조작자체만으로도 처벌되었을 뿐만 아니라 얻은 이익과 손해의 경중에 따라 가중처벌이 가해졌을 것이다. 형사적인 형벌 외에도 조작으로 얻은 이익에 대해서는 추징을 당했을 것이다. 법이 일반인에게 가하는 현실적인 처벌의 모습이다.

1980년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장영자 사건’처럼 인맥과 배경으로 힘 있던 사람의 경우를 보더라도 우리는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신인과 같은 이가 자신이 가진 신분을 이용해서 처벌되지 않는다면 법치의 훼손은 물론 우리나라 국격은 심각하게 훼손된 모습으로 외부에 비쳐질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신분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법치가 유효한 나라는 썩어있는 독재국가와 비리가 난무하는 후진국에서나 벌어지는 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형편상 관료의 힘이 세다보니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증거까지 드러난 죄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는 평등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는 재판과 같은 법률적 판단에 있어 증거주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황을 넘어 증거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법률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 사법체계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도이치모터스라는 회사의 주가가 일정한 기간 동안 몇몇의 세력에 의해 조작되었을 것이라고 품었던 의심은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정황상 확신이 되어가고 있다. 더불어 언론의 취재를 통해 증거로 선택될만한 내용들이 드러나고 있다. 사법체계는 무엇을 더 주저할까? 의심이 확신이 되어간다는 것은 실제로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가조작을 저질렀다면 이는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을 넘어 다수의 시장참여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조성된 가격이 아니라 소수에 의해 조작되거나 담합되는 가격을 막고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의 기준을 정한 것이 아닌가? 금융이라는 플랫폼만 다를 뿐 도이치모터스의 가격이 대표이사를 포함한 관계자와 신인이 주가조작에 개입한 것이 확실하다면 금융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의 돈을 갈취한 것과 다름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흔적은 명확해지고 있다. 윤곽이 드러난 이상 덮지 말고 드러내 실상을 파악해서 제대로 된 법치체계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주가조작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공정한 잣대를 가지고 죄에 따른 벌을 주어야한다. 그것이 국민이 정부에 부여한 임무이고 선택을 받은 정부가 따라야 할 책임이며 법이 올바르게 집행되는 법치국가의 모습이다. 현직 대통령은 일평생 법치를 위해 일해 온 인물이기에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더 잘 알 것이다. 

 자신의 경력을 부풀리기 위해 논문을 복사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받고 싶은 욕심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라고 치부하더라도 주가조작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논문복사나 주가조작 모두 자신의 이득을 취한 것은 맞지만 부풀려진 경력으로 피해를 본 사람의 수는 적고 금액도 많지 않다. 반면 주가조작은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넘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대한 대외신뢰도를 추락시키는 행위다. 사인(私人)의 일탈로 보기에는 이로 인한 다수의 금전적 피해자까지 발생한 상태에서 주가조작을 가만히 둔다는 것은 법률로 당선되어 헌법과 법률에서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정통성에도 흠이 갈 수 있는 문제다. 시장이 조작되었었던 정황은 드러나 있다. 이미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일반시민이었다면 법의 처벌을 받았을 사유는 충분하다. 

 지금의 상황은 올바르게 법을 다뤄야할 사람들이 법의 허점을 가지고 새로운 신인을 위해 법의 화살을 그릇되게 사용하는 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들의 오(誤)조준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대로 처벌되지 않는다면 고위직은 주가조작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선례를 만들 수 있다. 기업에 대한 횡령·배임·탈세는 기업의 윤리적인 문제다. 투자자들의 선택으로 범죄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업의 손실로 끝날 수 있지만 주가조작의 묵인은 앞서 언급한대로 금융시장의 일부이면서도 영향력이 큰 주식시장의 신뢰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기에 파괴력이 크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청렴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신분이기에 더욱 강하게 윤리적 기준을 적용해야함에도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그것을 미루고 있다. 

 다수의 돈을 갈취해서 얻은 명예와 인맥. 이를 활용해 또 다른 부가가치의 결과물로 창출된  정치권력. 이런 결과물들이 인정되고 유지되고 있다. 결국 국민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줄서기에 급급한 인사들이 지금 정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법의 전문가들이 정(正)조준 하지 않는 현실.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글을 읽는 독자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시고 느껴지면 행동하시라. 그런 행동이 결국 세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의 세금이 언제까지 범죄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품위유지를 위해 소모되어야 하는가?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시간이 지났더라도 고위층의 주가조작이라는 금융범죄가 단죄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시장에 대한 신뢰가 유지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국민은 권력을 소수의 집단에게 주는 것임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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