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금융의 질풍노도] 코인의 딜레마
상태바
[금융의 질풍노도] 코인의 딜레마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25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필자의 취미는 술을 만드는 것이다. 막걸리나 비어, 시드르 같은 발효주부터 소주와 위스키, 브랜디 같은 증류주까지 웬만하면 만들어서 마신다. 오래전부터 가끔씩 술을 만들면서 알고 지내던 지인이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열심히 일에만 매달리던 그답지 않게 코인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한다.

2억원이 넘는 돈을 넣었는데 지금은 가격이 하락해서 8000만원이 안 된다고 한다.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묻는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것은 버티라는 것 외에 해줄 말이 없었다. 손해가 너무 크다 보니 손절하라 할 수도 없었다. 이것이 코인을 투자한 사람들의 현실이다. 더 심각한 상황을 가진 사례도 많을 것이다.

주식과 함께 코인은 위험자산에 속한다. 주식은 위험자산임에도 실제로 존재하는 회사가 눈에 보이는 생산과 소비에 관련돼 눈에 보이는 재화를 거래하고 있다. 재화를 만드는 기술과 판매를 통해 만들어낸 부가가치, 기업이 하고 있는 경제활동이다. 거기에 숫자로 찍히는 매출과 이익은 금융시장의 신뢰를 이끌어 낼만한 요소다. 

그러나 코인은 그렇지 못하다. 거래소에서의 거래가 아닌 실물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으면서 가격만 움직이는 코인은 금융시장의 신뢰를 얻기가 힘들다. 자신들의 생산품과 거래되도록 하겠다며 지금까지 코인에 힘을 실어주던 테슬라마저도 약속을 뒤엎었다. 팔지 않겠다던 회사보유분의 코인도 처분했다. 그로인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을 기대하고 코인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고 하락하는 자산 가치를 보며 좌절하고 있다. 

당분간 Fed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크건 작건 금리인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인해 위험자산의 가격은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위험자산인 주식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리가 오를수록 코인처럼 지수가 하락하기보다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며 오히려 오르고 있다. 

물론 실질적인 경기하락이 늦게 올 거라는 관점도 있기에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어쨌든 주식시장과 코인시장은 같은 위험자산임에도 동일한 환경에서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어느 순간 코인도 바닥을 찍고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문제는 투자자들이 과연 그 엄청난 굴곡의 시간을 버틸 수 있느냐다. 

투자는 심리싸움이다. 모두가 수익을 볼 수 있는 것처럼 꾸며져 있지만 모두가 수익을 볼 수 없다. 투자는 GDP나 CPI, PPI처럼 시장이 부가가치 창출로 성장하지 않는 한 제로섬 게임이다. 모두가 수익을 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버블이 수반되는 상황에서만 존재한다. 지금처럼 버블이 꺼지면서 시장 축소로 인해 손실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일반투자자에게 버티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유지하거나 늘려야한다는 사실이다. 불황이 온다는 것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버블을 형성해야 할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결국 어느 순간에는 Fed가 금리를 낮춰야하는 시점이 온다는 거다. 침체에서 벗어나 경기에 활기를 띠게 하려면 금리가 낮아져야 한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통화를 가진 미국과 버금가는 또 다른 한축인 EU가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이다. 달러 인덱스를 구성하는 6개국 중 하나인 캐나다도 같은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조촐하게나마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상황에서 코인을 가진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은 없다. 또 다른 하락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희망적인 부분을 찾는다면 계속적인 금리인상으로 버블이 어느 정도 줄어들고 경기가 침체국면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순간 경기침체를 다시 살리기 위해 또 다른 버블을 조금씩 키워갈 것이다. 그때가 반등의 기회라고 볼 수 있다.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을 하게 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불확실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는 것이다. 

앞으로 코인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지금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가 무리한 투자를 했음을 자각하고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적당히 줄여야한다. 위험자산에 대한 분산투자가 아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간 분산투자가 이루어져야한다. 남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확신에 의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 모든 코인이 성공할 수 없다. 옥석을 가려야한다. 주식은 옥석가리기를 위해 공부를 한다. 산업에 대한 공부, 같은 업종내의 다른 기업에 대한 분석, 기업의 가치평가 등등.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고로 공부하기 좋은 사회에 살고 있다. 수많은 지식들이 우리의 자세에 따라 내 것이 될 수 있다. 인생에서 사람은 몇 번의 기회를 얻는다고 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잡으려면 준비가 되어야 한다. 너무 과도한 리스크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몇 번의 기회가 와도 바닥을 기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오랜 역사를 두고 검증된 것 중에 하나는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실낱같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힘듦을 경험했다면 자신만의 기준을 잡으라고 말하고 싶다. 공전과 자전을 하는 지구처럼 지금의 고통을 넘기면 반드시 좋은 시기가 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