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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역사 앞에 부끄러운 위안부 소녀상’ 저자 김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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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역사 앞에 부끄러운 위안부 소녀상’ 저자 김영관 
  • 왕성상 대기자
  • 승인 2022.08.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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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근거로 한 ‘도쿄여성인권선언’ 하라!” 일본에 경고
위안부 피해자할머니들 본질적 인권 중요…‘정치적 이용’ 안 돼

한·일갈등으로 두 나라 관계가 살얼음판이다. 특히 ‘위안부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혐한·반일(嫌韓·反日)이란 내셔널리즘(nationalism, 자국주의·민족주의)만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일본은 우리 쪽 말을 무시하고 반성의 낌새가 전혀 없다. 

게다가 우리 안에서도 두 시각으로 나뉘어져 심각성을 더해준다. 평화의 소녀상, 위안부할머니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 서로 삿대질이다. 긴 세월 가슴에 묻어뒀던 김학순 할머니 증언으로 1991년 위안부 실상이 드러났음에도 문제해결은 되지 않고 있다. 수요집회, ‘평화의 소녀상’은 세계인권운동의 상징이 됐지만 갈등의 고리는 그대로다. 일본의 지난날 제국시기의 행보, 각국 정부의 반일·반한감정 정치적 이용, 일본정치권이 과거 일본제국과 군국주의를 미화하면서 그때로 돌아가려는 흐름을 보이는 게 원인이다.

우리와 일본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국교가 정상화된 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역사 앞에 부끄러운 위안부 소녀상’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한·일갈등을 바라보는 국민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양국 위정자들과 시민단체 등에게 따끔한 회초리를 든 것이다. 기존의 위안부관련 책들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책을 쓴 김영관 오렌지나무시스템(주) 회장을 서울 삼성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역사 앞에 부끄러운 위안부 소녀상‘ 책 표지
△’역사 앞에 부끄러운 위안부 소녀상‘ 책 표지

Q__언제부터 ‘위안부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
1987년 베텔스만코리아 사장으로 있을 때 발간된 ‘빨간 기와집’(저자 : 가와다 후미코 川田文子 / 1943년 이바라키현 출생)을 읽고부터다. 일본군위안부가 된 우리나라 여성 이야기로 배봉기 할머니(1914~1991년)가 주인공이다. 역사가 할퀴고 간 식민지 조선여성들 상처와 발자취를 더듬은 책으로 감명 깊었다. 저자가 배 할머니를 처음 만난 건 1977년 겨울. 이후 10년에 걸쳐 만남을 거듭하면서 70여 시간분의 증언을 녹음테이프에 담았다. 책은 할머니의 가슴시린 지난 날 얘기와 저자의 꼼꼼한 사료조사·취재가 바탕이 됐다. 식민지 한국사회에서 가난한 집 딸로 태어나 ‘일하지 않고 돈 벌 수 있는 곳’이란 말에 속아 자신도 모르게 위안부 길에 들어선 배 할머니 사연이 너무 가슴 아팠다. 과장도, 꾸밈도 없는 첫 증언으로 그는 오키나와로 끌려가 ‘빨간 기와집’이던 위안소에서 성노예가 됐다. 30살 때인 1944년 도카시키섬에서 위안부로 살았다. 1972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다시 귀속되면서 불법체류자로 강제퇴거대상이 되자 체류허가를 얻기 위해 조사받는 과정에서 위안부로 오키나와에 끌려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특별체류허가를 받는 대가로 ‘전 위안부’ 증언자로서 나선다.

Q__책 쓴 동기가 궁금하다.
‘빨간 기와집’ 책을 읽어보니 배 할머니 삶에서 전쟁, 식민지 한국사회, 딸들의 굴레가 보였다. 전쟁이 끝나고 수 십 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일본군위안부 생존자들 절규가 배 할머니 삶에 깊이 스며있음을 느꼈다. 끌려가고, 버려지고, 잊혀졌다는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위안부 관련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Q__책 내용의 초점은?
우리 민족의 치욕인 위안부 피해자문제를 정치인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악용하고, 일부 시민단체들도 인권운동을 앞세워 피해자할머니들 삶을 이념화하는 데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높은 사회적 신분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가 없는 조선후기의 썩고 무능한 지배계급이 민족의 비극을 불러왔다고 본다. 분열주의역사관을 뛰어넘어 더 나은 우리나라를 만들자는 목소리를 담았다. 반성이 없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과거사를 놓고 서로 헐뜯으며 제 살 깎기를 하는 우리들의 근원문제를 찾아 올바른 역사인식을 제시하려 했다. 우리 안의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피해자중심주의, 저열한 진영논리 등을 짚었다. 그런 맥락에서 위안부할머니들의 인권문제가 중요하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나라가 무너지면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본다. 위안부문제와 관련된 과거, 현재를 짚어보면서 미래에 대한 질문으로 해법을 찾고 지혜도 모으려 했다. 원인과 책임소재를 큰 시각에서 따져보고 객관적 현실진단이 절실하다는 게 핵심주제다.

Q__주 독자층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정치인, 공무원을 비롯한 위정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다. 교육자, 역사가 등도 읽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학생과 후손들에게 진실을 제대로 알렸으면 한다.
   
Q__책을 내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2년 6개월 걸렸다.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을 건 1987년이지만 본격 쓰기 시작한 건 2020년 초부터다. ‘코로나19’로 밖에 잘 나가지 못해 주로 집에서 썼다. 논문, 책, 영상물, 기사내용 등을 찾고 방향을 잡으면서 집필기간을 1년으로 잡았으나 자료검증, 내용확인에 꽤 시간이 걸려 발간이 늦어졌다.

위안부 소녀상 옆에서 포즈를 잡은 저자 김영관
위안부 소녀상 옆에서 포즈를 잡은 저자 김영관

Q__책을 내기까지 어려웠거나 아쉬운 점은?
널리 읽히기 위해선 대중적으로 써야하는데 쉽지 않았다. 전문역사자료, 딱딱한 내용들을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풀어쓰는 게 어려웠다. 다양한 내용과 시각을 담고 싶었지만 정치쟁점이 되거나 외교적 갈등이 빚어질까 조심스러웠다.
 
Q__다른 위안부 책들과 달리 사진 대신 그림들이 실려 이채롭다.
독자들에게 상상력을 주기 위한 것이다. 위안부관련 기존 책의 사진들이 명확치 않은 게 있고 잔인한 장면이어서 그림으로 실었다. 작가는 조영륜 화가(미술가)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 쌍용그룹에서 건축 및 주택사업본부장을 지냈다. 광고회사를 운영하다 퇴직,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홍익대 예술원에서 동양채색화를 3년간 공부했고 현대미술대전에서 특별상도 받았다. 마포미술협회 회원, 한국풍경화가회 회원으로 초대개인전 2회, 단체전시회 17회를 열었다. 동양화를 시작한 건 동양화가 아버지 영향이 컸다. 어릴 때 맡았던 먹 냄새와 일본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의 먹에 대한 예찬론에 빠져 먹 펜 드로잉을 시작했다. 펜 드로잉 500여 점 중 우리나라 근대풍경을 담은 게 200여 점 된다. 서양화기법으로 사물과 일상, 현실을 그리는 데 열심이다.

Q__‘평화의 소녀상’ 현황은?
2011년 12월 14일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풀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수요집회 1천회를 맞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처음 세웠다. 김서경·김운성 부부작가가 만든 것이다. 그 후 시민모금으로 세워진 소녀상이 전국 200여 곳에 이른다. 이어 외국교포사회로까지 확산돼 일본, 미국, 호주, 중국, 대만, 독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도 있다.

Q__‘위안부 얘기’가 맨 처음 나온 건 언제며 얽힌 문제는? 
위안부문제는 1970년 일본기자가 처음 폭로했다. 1965년 한일협정 때 우리 지도자와 정치가들은 관심이 없었다. 1991년 김학순할머니 증언 후 여성운동단체가 위안부문제를 쟁점화해 국민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국민정서에 기대어 정쟁에 이용되거나 사회적 쟁점이 될 뿐이었다. 인권문제, 중대한 역사적 과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역사인식부족 때문이다. 반일이 아니면 친일로 낙인찍고 피해자중심주의를 외치면서도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자기모순적 행태를 불러왔다.
 
Q__‘역사 앞에 부끄러운 위안부 소녀상’이 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일본은 ▲도교여성인권선언 ▲야스쿠니신사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워야 한다.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국내 소녀상, 외국에 있는 소녀상 숫자 최소화 ▲화해와 평화의 역사관, 박물관 건립 등도 필요하다. 소녀상의 경우 상징성 있는 역사관 한 곳에만 세워 국민들이 줄을 서서라도 의미 있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__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은?
위안부문제 관련강의, 저자특강 등을 할 예정이다. “여성인권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역사의 진실을 큰 틀의 객관적 시각으로 전하려 한다. 청소년, 어린이 대상의 책도 내고 싶다. 원고를 쓰는 중이다. 

왕성상 대기자 wss4044@hanmail.net


 

‘역사 앞에 부끄러운 위안부 소녀상’은 어떤 책?

위안부피해자, 소녀상에 대한 냉철한 분석·성찰 담아1~5부, 68개 주제…348쪽, 사진 대신 그림 37컷 눈길

‘역사 앞에 부끄러운 위안부 소녀상’(김영관 지음, 조영륜 그림 / 와이즈북 발간)은 반일(反日), 혐한(嫌韓)의 대립 속에 오욕(汚辱)의 반세기를 살아온 위안부피해자와 소녀상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성찰을 담았다. 우리 안의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분열주의역사관, 저열한 진영논리를 객관적 시각으로 비판하고 있다. 위안부소녀상에 대한 본질적 접근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바로 인권이다. 정치가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위안부문제를 악용하고 여성운동단체들은 피해자중심주의를 외치면서도 실상은 다르다는 것. 피해자할머니들 삶을 인권운동을 앞세워 이념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안부피해자의 인권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견해다. 저자는 위안부문제와 관련, 원한만 있지 반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책은 모두 348쪽, 1~5부로 이뤄졌다. 맨 앞머리에 ‘여는 글’과 뒤쪽 끄트머리에 ‘맺음말’(올바른 역사 인식, 한반도의 미래를 바꾼다)이 실렸다. 
책엔 화가가 그린 37컷의 관련그림들이 컬러로 실렸다. 일제강점기 때 모습, 위안부 사진들이 실린 기존의 위안부관련 출판물과 차별화했다.


【주요 목차】
▲1부 : 반성 없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국치와 전쟁의 비극 / 위안부, 침묵의 40년 /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과 한일 공방 / 일본에서 시작된 폭로 / 위안부의 처참한 세월 / 분쟁, 일본이 더 키웠다 등 14개 주제) 
▲2부 : 소녀상의 두 얼굴(수요집회 30년 / 소녀상의 탄생 / 한일 갈등의 불씨 / 공공예술에 붙은 저작권 / 소녀상이 울며 서있다 / 페미니즘시선으로 본 소녀상 / 소녀상에 평화가 없다 등 14개 주제)
▲3부 : 잊을 수 없는, 지울 수 없는 역사(반일과 혐한 뒤에 숨어있는 정치 / 제국의 위안부 / 위안부운동, 비판과 성찰 / 위안부운동과 윤미향 / 위안부 역사관과 박물관 / 위안부 없는 위안부운동의 시대 / 도쿄여성국제전범법정의 의미 등 15개 주제)
▲4부 : 망국의 역사, 100년을 돌아보다(조선의 세도정치와 망국의 서막 / 천주교 100년의 수난 / 1852년생, 고종과 메이지 / 갑신정변과 청년지사들 / 청일전쟁과 조선의 운명 / 민비와 을미사변 / 러일전쟁과 조선의 멸망 / 조선은 왜 몰락했는가 등 16개 주제)
▲5부 : 역사의 기억은 반성에서 시작 된다(부끄러움이 없는 일본 / 부끄러움이 없는 한국 / 왜 반일은 있는데 반중은 없는가 / 분열주의역사관에서 벗어나자 / 기억의 역사에서 극복의 역사로 / 미래세대를 위한 한일관계 / 대한민국을 고발한다 등 9개 주제)

저 : 김영관   그림 : 조영륜   출판사 : 와이즈북   발행 : 2022년 06월 10일   쪽수 : 348   값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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