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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멀쩡한 국유지를 파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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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멀쩡한 국유지를 파는 정부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18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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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실패를 줄여나가려는 데 있다. 그래서 역사를 인문학의 핵심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역사 속에 등장하는 많은 나라가 부국강병을 꿈꾼다.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 각 나라는 예전부터 인구를 늘렸고 농사 지을 땅을 넓혔다. 땅은 농사뿐만 아니라 사람이 머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래서 땅위에 왕과 귀족, 영주들은 성을 지었고 일반백성은 집을 지어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를 했다. 그랬기 때문에 예전부터 땅은 굉장히 소중한 재산으로 간주됐고 중요했다. 땅은 최고의 재산이었기에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은 끊이질 않고 계속되었다. 

고대 로마시대에 초기와 다르게 후기로 갈수록 국가가 소유한 땅보다 개인이 소유한 땅이 많아졌다. 특히 라티푼디움처럼 소수의 대지주가 소유하는 땅이 많아지면서 국가의 힘은 떨어지고 황제의 지배력까지 약해지면서 로마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권리장전과 권리청원이다. 세계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는데 큰 족적을 남긴 역사적인 두 사건도 땅과 관련되어 있다. 잉글랜드에서 있었던 두 사건은 땅을 가진 자본가들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왕과 이권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왕을 죽이거나 내쫓아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배경을 가진다.
 
자본가들은 왜 왕을 바꾸려고 노력했을까? 그 기초에는 자본가들이 왕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충성할 줄 알았던 신하(자본가)들이 땅이라는 힘을 가지자 거대한 권력층이 되었다. 그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본가들의 이익에 반대되는 정책을 추진했기에 왕은 제거되거나 교체됐다. 

중세와 절대왕정시절 왕의 명령은 곧 법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하들과 자본가들은 힘을 모아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역사에서 땅을 소유했을 때 왕의 권력은 강했지만 자본가들이 땅을 가지는 순간 왕의 권력은 무시당했다. 왕의 권위가 사라진 왕정은 나약했고 신하들에 의해 폐위되었다. 

잉글랜드의 자본주의가 성장하는 기초가 되었던 동인도회사가 설립될 당시만 해도 왕(엘리자베스1세)의 권위는 막강했지만 서서히 왕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대외전쟁을 치르면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조세를 걷기보다 땅을 팔아 비용을 부담했다. 국가소유의 땅을 요먼(Yeoman)과 젠트리(Gentry)에게 팔아넘기던 엘리자베스1세의 현명한(?) 통치 덕분에 후대의 왕과 왕실, 정부의 힘은 줄었고 토지를 사들인 자본가가 득세하게 된다. 

정부에서 파는 땅이 많을수록 왕과 왕실의 권력은 줄어들었다. 반대로 이를 사들인 자본가들이 모여 있던 당시 의회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의회를 장악한 요먼과 젠트리는 자신들의 이권을 해치는 조세를 많이 걷지 말아달라고 왕에게 요구했다. 조세를 함부로 걷거나 조세율을 올리지 못하게 왕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것이 권리 장전과 권리청원이다. 왕은 조세를 더 걷으려면 의회의 허락을 얻어야했다. 땅의 주인이 바뀌면서 통치의 주체가 바뀌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역사 이래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땅을 가진 세력이 나라를 통치했다. 땅은 국가의 무게중심이기 때문이다. 고려는 문벌이 땅을 과도하게 소유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개혁하려는 과정에서 파벌이 나뉘고 멸망해 조선이 개국한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서 땅 외에도 재화를 생산하는 다양한 수단이 있지만 아직도 땅은 인간의 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그렇기에 국가가 소유한 국유지를 민간에게 넘기는 것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과거부터 보수색채를 가진 정부가 들어서면 민영화에 열을 올렸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다. 그런 분위기를 눈치 챈 것일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국유지를 매도하려는 시도다. 정부는 국고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라고 하지만 누가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는가. 

지금 정부가 내놓으려고 하는 국유지 대부분은 큰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땅이다. 이를 소수의 민간에게 내놓으려하지 말고 국민연금공단에 내놓아야한다. 국민연금이 고갈된다고만 하지 말고 국민연금의 적립금이 더 증가할 수 있도록 이익사업에 적극 참여시키기 위해서라도 국유지를 민간이 아닌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매각해야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의 재산은 국민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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