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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험] 판매비중 25% 규제 없애면  누구에게 ‘득’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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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험] 판매비중 25% 규제 없애면  누구에게 ‘득’ 될까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2.08.09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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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20년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 ‘필요성’엔 공감... 방향은?  
'방카슈랑스 제도 시행의 법, 규제 측면의 이슈 및 평가' 세미나 

방카슈랑스란 보험사가 은행과 제휴를 맺고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3년 8월부터 시행, 올해 20년째를 맞았다.

방카슈랑스는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다. 은행에서 판매하므로 소비자 접근성이 좋고 금융사의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방카슈랑스의 가격이 낮은 것은 보험업 감독규정에 방카슈랑스 상품은 일반 설계사 채널 상품에 비해 상품 종목별로 판매 수수료를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간 규제로 인해 산업이 크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방카슈랑스의 대표적인 규제는 크게 세 가지다. △판매상품 규제: 저축성보험, 실손보험은 가입 가능하나 종신보험, 개인보장성상품, 자동차보험 등은 판매할 수 없음 △판매비중 25% 규제: 한 보험사 상품의 모집액이 신규로 모집하는 상품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음 △판매인수 규제: 점포별 최대 2명 제한 등이 그것이다.  

제도 시행 20년이 지난만큼 과거의 규제를 오늘날 그대로 적용하는 건 맞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방카슈랑스 규제를 돌아볼 때가 됐다는 데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총론의 측면에서는 일치하지만 어떤 규제를 어떻게 손 볼 것인가 하는 각론에 있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이런 논의는 지난달 15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방카슈랑스 제도 시행의 소비자 및 법·규제 측면의 이슈 및 평가’ 세미나(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펼쳐졌다.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은행, 보험사, 소비자 전문가가 모여 방카슈랑스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나눴다.  

채널 만족도, 신뢰도, 재이용 의향 높지만
전문성, 사후관리, 불완전판매 등 불안함 ‘여전’ 

세미나를 준비한 한국금융연구원은 방카슈랑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보험·연금연구실장은 지난해 12월 800명의 소비자와 58명의 방카슈랑스 판매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방카슈랑스 규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발표했다. 

<방카슈랑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 선문조사의 주요 결과 및 시사점>을 살펴보면 방카슈랑스 이용자는 보험 가입 시 판매채널을 선택할 때 저렴한 보험료, 적합한 보험 상품 추천, 간편하고 신속한 가입절차 등의 사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데 이 중 저렴한 보험료를 보험가입 채널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입을 원하는 보험상품으로는 저축보험, 연금보험 등의 비중이 높았고 수치가 높진 않지만 종신보험에 대한 가입 요청도 꾸준하다고 밝혔다. 

방카슈랑스 이용자에게 채널 만족도, 신뢰도, 재이용 의향을 물어본 결과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만족의 이유로는 적합한 보험 상품 추천, 접근성, 간편하고 신속한 가입절차 등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사후관리, 완전판매 여부 등에서는 만족한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방카슈랑스 미가입 이유로 보험상품이 다양하지 않고 전문적인 상담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사후 관리가 미흡할 것 같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 때문에 불편함을 겪은 소비자는 전체의 약 18% 정도였다. 나아가 방카슈랑스의 판매비중 규제, 판매상품 규제에 대해 판매자, 이용자, 일반 보험소비자 모두 과반 이상이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연구원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가격 저렴성이나 편리성은 확인되고 있고, 만족도와 신뢰도도 절반 이상으로 나타나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소비자의 편의성이 확대될 것이라 유추해 볼 수 있다”며 “소비자가 실제로 불편함을 경험하기 때문에 제도 측면에서 규제 완화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는 ‘갈라파고스 규제’
원하는 상품 가입 어렵다면 소비자의 자기 결정권 침해 가능성

법적인 측면에서 방카슈랑스 3대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는 전형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교수는 <은행 보험대리업 규제의 개선 방향>에서 지난해 3월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판매 행위 규제가 강화되는 등 금융 환경이 변화되는 시점에서 불완전 판매로 인한 사후 구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며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방카슈랑스를 규제해야 한다는 건 맞지 않다”며 불완전 판매는 사후적으로 조정해 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25% 룰 같은 경우 일부 대형 보험사나 지주사의 독점을 막기 위한 공익적인 측면에서 규제를 만든 것인데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했는데 비경쟁적인 규제 때문에 상품을 팔 수 없다면 오히려 보험사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신용카드사 보험대리점의 경우 전화, 우편, 컴퓨터 통신 등의 수단을 이용한 모집도 가능하고 점포 당 2인 이내의 모집인 숫자 제한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기관인 은행 보험대리점은 통신 판매가 되지 않는다. 이같은 행위는 ‘평등의 원칙’에 위반될 가능성도 있다. 

이뿐이 아니다. 보험상품의 판매 비중의 제한 규제는 헌법상의 직업의 자유 내지 경쟁 및 기업의 자유원칙에도 위배되며, 특히 규제로 인해 원하는 보험 상품을 구입할 수 없는 건 소비자의 자기 결정권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 침해 가능성도 있다. 과거 지역 소주 제조업자의 소주를 의무적으로 총 구입액의 50% 이상 구입하도록 한 조항이 지금은 당연히 위법으로 여겨지는 것과 비슷하다. 

토론에 참가한 패널들은 3대 규제에 대해 판매상품 다양화와 비대면 채널의 허용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한다는 의견이었다. 또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한 판매 인력의 ‘전문화’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가장 큰 의견 차는 판매비중 25% 규제에 관한 것이었다. 

은행 등 금융기관보험대리점 등은 25% 판매비중 규제에 따라 4개 이상의 생보사 또는 손보사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 본래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 판매비중은 49%였으나 대형보험사가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고 또 보험사가 판매사인 금융기관으로부터 경영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 때문에 2005년 25%로 낮췄다. 특별히 중소형사는 대형 금융기관과 판매 제휴를 맺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판매 비율 규제를 시행했다.  

도입 취지가 대형보험사와 은행계보험회사 위주의 시장 집중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듯 규제가 풀릴 경우 지주회사 중심의 은행은 자사의 보험 상품을 팔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중소형 보험사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점진적으로 룰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오히려 중소보험사의 참여 기회가 제한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대규 우리은행 WM추진부 부부장은 “특정 제품의 판매 비율이 25%가 넘는다는 건 상품이 경쟁력이 있다는 말인데 25% 룰 때문에 판매할 수 없으면 은행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 부분은 철폐라든지 단계적으로 상향해서 다시 한 번 조정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지주회사의 독점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제하더라도 이 제도로 인해 금융소비자에게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불이익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방카슈랑스 규제 도입에 직접 참여한 정영석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은행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동반 성장을 위한 취지에서 마련한 규제였으나 돌아보면 은행의 압도적인 지위 자체는 변화가 없다”고 운을 뗀 후 대형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가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25% 룰이 도입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격 경쟁을 통해 소비자 보험료가 낮아지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가격 인하에서는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은행이 소비자에게 보험료가 낮은 상품을 판매하기 보다는 수익이 높은 상품 위주로 판매한다는 비판이다. 

한편 패널들은 금융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한 만큼 오프라인의 규제를 온라인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플랫폼은 은행이 제공하고 보험사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으로 판매하는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가격 측면에서도 저렴한 디지털 상품이 팔릴 수 있도록 온라인 규제를 완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주소현 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방카슈랑스의 불완전판매비율이 다른 채널에 비해 낮다는 발표자의 주장에 “불완전판매비율이 낮은 것은 상품의 특성 상 종신보험과 같은 불완전판매 비율이 높은 상품을 팔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방카슈랑스 규제는 은행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보험사의 문제이고 앞으로 보험 판매 채널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상품을 판매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맞물려 있다고 언급하며 플랫폼에 따라 소비자를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교수는 마무리에서 “판매상품 다양화는 대부분 동의하는 점이며, 비대면 채널의 허용 역시 필요성에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다만 25% 룰 등에 대해서는 점진적인 변화라든지 여러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무엇을 중시할 것인가에 따라 규제의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번 세미나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확인된만큼 앞으로 구체적인 실행을 앞두고 관련 업계의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연 기자 yeon7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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