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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일본과 중국, 그리고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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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일본과 중국, 그리고 대한민국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0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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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세계에서 가장 강한 통화인 달러를 가진 기축통화국 미국. 그 중심에서 있는 Fed 의장은 거친 금융시장에서 전 세계의 경제와 금융을 아우르는 자리다. 39년 만에 연임에 실패한 의장으로 남았지만 바이든 정부의 재무부의 장관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은 재닛 옐런(Janet Louise Yellen, 이하 옐런)은 세계금융의 험난한 파고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인물이다. 

그런 옐런에게도 어려운 상황이 도래했다. 장관취임과 동시에 옐런 앞에 주어진 환경은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과도한 통화의 바다였다. 펜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풀었던 통화가 만들어낸 인플레이션으로 세계의 물가가 오르고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소비감소를 유발하고 결국 또 다른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신경이 곤두서있다. 이런 때 옐런이 일본을 방문했다.

옐런의 후임으로 Fed를 책임지고 있는 제롬 헤이든 파월(Jerome Hayden Powell, 이하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말해왔지만 결국 경제상황을 받아들이고 인플레 방어를 위해 금리(자이언트)를 올렸다. 이후 달러 인덱스에서 달러의 대조군인 6개국 중 EU와 영국는 베이비, 스웨덴과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같은 빅, 캐나다는 울트라자이언트로 금리를 인상했다. 

오직 한 나라 일본만이 지금의 현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G2로 불리는 중국도 마찬가지로 금리인상을 하지 않았다. 이는 그사이에서 금리인상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이 두 나라가 금리인상을 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은 ‘플라자 합의’가 불러온 버블이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40년’을 향해 가고 있는 나라다. 기업들이 이끌어가는 산업은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지만 붕괴된 경제구조로 인해 일본 가계의 중심인 자영업을 비롯해 직장생활을 하는 국민의 살림살이는 지쳐가고 있다. 동력을 잃은 저성장이 만든 저물가로 인해 디플레이션을 경험했고 과거 아베정권에서 일부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엔저 정책을 유지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유지됐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다른 나라처럼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만큼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가 어렵다. 옐런이 방문한 일본에서 스즈키 슌이치(일본 재무장관)를 만나 Fed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급격한 엔저와 일본금리에 관련된 논의를 했지만 금리인상을 할 수 없는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이해를 구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과거 70~80년대 세계 경제를 좌우했던 일본의 고통과 현실을 알고 있는 옐런은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었다. 

중국은 오랜 시간 세계의 인플레이션을 조절해주는 존재였다. 1999년 워싱턴을 방문한 주룽지 총리에게 클린턴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2001년 11월 10일에 14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자유무역에 지향점을 둔 WTO에 가입한 중국으로 세계적인 기업들의 투자가 유치되었고 오늘날 세계의 공장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재화가격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생산자의 인건비다.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생산되는 재화가 가격경쟁력에서 유리한 것은 자명하다.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된 재화는 전 세계로 팔려나가 물가의 안정을 이룰 수 있었다. 반대로 중국은 많은 돈을 벌어들이며 오늘날의 패권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재화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중국의 능력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품질의 우수성을 강조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쓸만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곳이 중국이다. 거기에 세계에서 제일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은 내수의 경쟁력까지 뒷받침하며 굳이 수출과 수입을 하지 않아도 산업의 순환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영향덕분일까? 중국의 지난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CPI)은 2.1%였다. 서구사회와 달리 낮은 물가를 유지하는 현상은 두 나라가 비슷하지만 원인은 다르다. 장기저성장이 일본의 원인이라면 중국은 20여년이 넘도록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렸다. 여러 나라에 다양한 품목을 수출할 수 있는 제조업의 발달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재화에서 물가인상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입에 의존하는 선진국의 물가가 오르는 이유의 반대편에는 직접 생산하는 품목이 많은 중국이 있다. 중국이 수입하는 재화는 상대적으로 적어 중국은 물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고 지방정부의 경우 채권을 발행할 정도의 여유도 갖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통화량을 줄일 때 일본과 중국, 두 나라는 모두 경기회복을 위해 돈을 풀고 있다. 일본은행은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매입하면서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행에서 매입한 국채의 규모는 6월 기준으로 약 150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엔저현상이 강해지는 것을 넘어 폭락으로 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국채와 더불어 지방채까지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금융이 흘러가는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통화량의 계속적인 증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다. 서로 원인과 이유는 다르지만 경제에 있어서 과거의 G2와 현재의 G2가 같은 방향을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두 나라 모두 제조업에 기반을 두는 국가다. 우리는 어떤가? 

일본과 중국의 현실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Fed의 방향성을 우리가 무조건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가계대출의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에는 버거운 상황이기에 주변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까지 물가인상의 압력요인으로 작용했던 밀 가격을 예로 들 수 있다. 쌀에 대한 소비를 진작시키면서 밀로 만드는 음식의 소비를 줄이도록 정책적으로 홍보하고 유도한다면 가격인상요인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저물가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정부의 노력여하에 따라 찾을 수 있다. 이런 노력들이 모인다면 물가는 안정될 수 있을 것이고 앞서 언급한 두 나라처럼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인상의 압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고 설사 금리를 인상 하더라도 그 폭이나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남들하는 대로 따라가는 정책이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는 있지만 반전을 꽤하거나 먼저 앞서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제와 금융의 대외적인 요인과 대내적인 요인이 모두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창의성과 주도적인 모습이다. 정부에 재직하는 공직자,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 등 세금으로 녹봉을 받아가는 이들의 노력과 성과를 기대하고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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