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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경제 대위기 시대 소비자운동의 새로운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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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경제 대위기 시대 소비자운동의 새로운 방향은?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 승인 2022.08.05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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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24조에는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라고 소비자운동을 헌법적 권리로 최상위 법에 명시해 두었다. 세부적으로는 1982년 제정된 소비자보호법에 의해 규율되어 있다.

소비자운동은 1844년 영국의 로치데일 조합이 효시이며,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60년에는 각국의 소비자단체가 연합하여 국제소비자연맹(The 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Consumers Unions)을 창립해 소비자 보호 운동의 국제적 협력 기반을 마련하였다.

우리나라 소비자운동은 1920년 물산장려운동에 원류를 찾을 수 있는데, 일제의 경제적 수탈정책에 맞서 국산물품사용을 장려하는 소비자운동이었고, 1960년대에는 대한부인회와 대한어머니회가 국산품 애용 운동과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벌이며 명맥을 이어 왔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물자절약, 금모으기 운동 등 소비생활 실천운동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삼각파도에 경제가 대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7월 13일 한국은행은 1.75%이었던 기준금리를 0.5% 올린 2.25%로 정했다. 2016년 1%대 기준금리가 숨가쁘게 2%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영끌로 빚을 내 집을 마련한 소비자들은 이자가 두배로 뛰자 비명을 지를 정도로 어려워졌다. 코로나19로 영업부진은 면치 못해 빚을 내 월세나 인건비를 메꾸어 오던 소상공인들도 영업을 재개할 수 있어서 겨우 숨을 돌리나 했더니 이자 폭탄에 다시 고꾸라지게 생겼다. 집과 부동산 거래도 절벽에 부딪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6.0% 상승해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 6.8% 이후 2년여 만에 최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석유류, 농산물, 공산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개인 서비스비용도 크게 올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도 쓸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뜩이나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금리 상승 흐름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인 셈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여 만에 1,326원대를 돌파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원·달러 환율 상승이 과거와 같이 수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금리 상승 등과 맞물리면서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 때와 마찬가지로 유학 간 자녀들에게 송금이 어려워지고 수입상품의 물건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현재까지의 소비자운동은 에너지와 생필품 가격 불안과 고금리, 저임금, 고실업 등으로 인한 가계의 위기와 개인파산의 증가, 시장의 세계화에 따른 다국적기업 상품의 소비문제와 수입식품 등의 소비자 안전의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었다. 또한 정보화사회에서 개인정보보호와 정보윤리 확립의 필요성도 크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정책기조가 경제 살리기와 기업규제 축소 및 완화를 통한 기업활동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어 소비자권익보호는 홀대해 왔다. 소비자운동이 지향해 온 거래질서의 확립, 공정거래의 강화를 위한 노력은 구호에 그치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면 3高시대와 신정부에서 부진한 소비자운동을 어떻게 활성화시켜야 할 것인가가 이제부터의 문제이다. 소비자운동을 주도하는 현재의 소비자단체들은 극심한 재정난으로 생존의 문제에 허덕이고 있다. 새로운 소비자운동의 방향을 찾아 연구하고 활동의 목표를 정하여 추구하기보다는 당장의 운동가들의 생활비나 사무실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이 더욱더 시급한 문제에 매몰되어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소비자운동을 멈추어야 할 것인가? 더구나 소비자권익3법이 없는 현재의 소비자운동은 공급자와 정부의 외면에, 아무리 외쳐도 허공에 소리지르는 공허함 뿐이 없다. 

앞으로의 소비자운동은 경제 대위기의 상황하에서 위축되어가는 가계경제의 보호와 합리적이며 공정한 유통구조의 확보를 통한 물가안정 등에 최대한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물량적인 삶에서 질적인 삶으로, 쾌적한 환경과 공동체 사회를 주축으로 한 지속가능한 삶의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의 의사와 자발성을 조직화하고, 소비자의 주체적 참여를 강화시켜야 한다. 이 활동이 제도적으로 법률적으로도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국가, 사회, 가정경제를 위해 소비자의 “천만 가구 공정소비·탄소중립 실천운동”을 제안한다. 우선, 공정소비 생활실천운동이다. 윤리적 소비는 공정무역 운동을 포함한 소비자운동의 일환으로 인간과 자연환경에 해를 끼치는 상품은 사지 않고, 공정거래에 의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말하는데,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소외된 공급자에게는 보다 좋은 조건의 거래를 제공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며, 소비자에게는 윤리적인 제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직거래방식을 의미한다. 

이에 더하여 여기서 말하는 공정소비는 환경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며 합리적인 조건으로 소비자에게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공급자에게는 정당한 몫을 돌려주며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환경과 국가에 이익이 되는 상품을 소비한다는 개념이다. 더불어 공급자의 노동 가치도 보호해 주고, 정당하게 지불된 제품 가격을 통해 소비자들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소비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공정한 제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밀가루 가격이 치솟고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경우 남아도는 쌀 등으로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식제품을 만들어 소비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국가와 공급자, 소비자 3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소비 활동이다. 농촌에서 양파나, 고구마, 감자 등 특정 농산물 생산이 많아 과잉공급으로 저장창고가 부족하고 가격이 폭락할 경우 대체작물로 과잉생산물을 소비자 운동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다음은 탄소중립 소비생활 실천운동은 에너지 절약운동의 전개이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천정부지의 원유값에 대응하고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 적정온도 지키기운동, 전등 1개 끄기운동, 플라스틱, 1회 용품 사용줄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의 에너지절약 실천운동의 전개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소비자 ‘집단소송제, 징벌배상제, 입증책임의 전환’의 제대로 된 소비자권익 3법이 없다. 공급자와 소비자의 상품에 대한 역량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상품에 소비자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가 대응할 방법이 없다. 단지 실효성이 없는 공동소송으로 대응하던지 부정적 여론을 형성시켜서 공급자에 대응하는 후진적 방법뿐이 없다. 이 법의 마련은 정부와 국회의 의무이지만 아직까지 없다. 이법의 마련과 함께 정부와 함께 손을 잡고 소비자들과 “천만 가구 공정소비·탄소중립 실천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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