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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당신은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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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당신은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05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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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경제상황이 좋을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과열로 인한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지만 반대인 경우에는 시장경기가 위축되면서 발생하는 침체로 가지 않도록 정부는 시장에 돈을 공급한다. 

이때 공급되는 돈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유동성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을 판단하는데 근거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거래다. 경제주체들 간 거래가 빈번해서 돈이 계속 돌고 돈다면 시장에 공급된 돈의 양이 적더라도 경제를 움직이는데 충분하지만 거래가 줄어서 돈이 움직이는 횟수가 줄어들게 시장경기가 점점 위축되면 정부는 시장에 좀 더 많은 돈, 즉 통화량을 늘려 유동성을 공급한다.  
 
통화량은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풀려있느냐를 말하는 것이다. M1(협의통화), M2(광의통화), Lf(협의유동성), L(광의유동성)를 가지고 양을 평가하는데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M2를 기준으로 한다. 주머니 속 돈을 포함해서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돈(M1) 외에도 은행의 예·적금과 보험사의 해지환급금 등이 포함된다. 이런 통화량이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거래를 통해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는 게 유동성이다. 나라 전체의 경제체질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통화유통속도나 통화승수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에서 찍어낸 돈이 1억원이라고 치자. 1억원은 은행을 통해 대출로 시장에 있는 일반 가계에 공급된다. 은행에 이자를 내고 이를 대출해간 가계는 소비로 돈을 사용한다. 식생활을 위한 재화에 소비를 하고 가전제품, 자전거, 골프채처럼 소비재에 사용한다. 영화, 운동 같은 서비스에도 소비를 한다. 서비스와 재화를 공급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소비로 인해 소득을 얻게 되고 은행에 자신의 소득 일부를 저축하거나 자신의 삶을 위한 소비를 한다. 이런 식으로 돈은 계속 돌고 도는 과정을 반복한다. 
 
다시 말하면 시중에 풀린 돈이 1억원이 100번의 거래를 발생시켜 100억원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래가 10%가 줄어 90번이 되면 90억원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 시간이 지나 90번의 10%가 더 줄어 81번이 81억원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이런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정부는 계속 감소하고 있는 거래를 감안해 100억 원의 효과가 유지되도록 하려고 감소한 시점의 80번의 거래를 감안해 추가적인 돈을 공급하게 된다. 2500만원*80회=20억원. 즉, 추가적인 돈을 공급할 때 당시의 거래되는 횟수를 감안해서 부족해진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80억원이 움직이던 시장은 20억원의 유동성이 공급되었기 때문에 시장은 100억원의 규모가 유지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에 돈이 공급된다고 해서 모두가 이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뉴스에서는 정부가 시장에 돈을 풀었다고 나온다. 그러나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없기에 현실적으로 느끼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주변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물어봐도 나라에서 돈을 풀었다는데 이를 실제로 느끼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유동성 공급을 잘 누린 가계는 조금이라도 사정이 나아지고 반대인 경우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없거나 사정이 더욱 나빠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풀린 돈은 어디로 간 것일까? 

상당 부분은 부동산시장에 흘러들었고 기업들의 자산시장에도 적지 않은 돈이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풀린 돈의 대부분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가계의 호주머니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산가격의 상승에 영향을 주다 보니 자산을 매입한 사람들만 돈이 풀린 것에 대한 이익을 얻고 자산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이익을 얻지 못했다. 

유동성의 증가가 다수가 아닌 소수에게만 집중되면서 다수의 자산이 없는 사람들이 가진 현금에 대한 가치만 더욱 떨어트려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물론 이때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 같은 자산을 보유했던 사람들은 자산의 가치가 더욱 높아져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가지는 효과를 누린다. 이때 정부가 나서서 조세를 비롯한 각종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익을 많이 얻은 가계나 기업에 대해서는 조세로 이익의 일부를 거둬들이고 시장에서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서 대출 금리를 올려 대출을 사용해 자산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가계의 경제상황을 금융으로 풀어보고자 저소득계층에 금리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조세와 금리를 적절히 녹여낸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갑자기 닥치는 경제위기가 발생할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각국 정부는 의도적으로 이익이 많은 기업과 소득이 많은 가계에 더 많은 과세를 하여 빈부의 격차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전 세계는 코로나로 활동이 감소하면서 돈의 거래가 줄었다. 경기가 위축되자 많은 국가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경색되는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된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라는 문제가 부각되었다. 또 다른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잇따른 증세 안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방향은 다른 나라들과 다르다.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줄이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부족해지는 세수가 발생한다. 나머지 세금은 결국 소득세로 채워야 한다. 소득세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등 일반 국민들이 납부한다. 기업보다 국민에게 부담을 지운다고 볼 수밖에 없다.
 
법인세뿐만 아니라 특정계층이 내는 상속세와 증여세, 주식양도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처럼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 내도록 되어있는 세금은 세율을 줄이거나 거의 내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무리 부자들이 즐비한 정부요직의 인사와 여당이라지만 자신들이 져야 할 부담을 일반가계로 돌리려는 것을 알만한 국민은 안다. 어차피 그들도 가계와 국민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적당히 빼앗아야지 지나치게 빼앗으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 이는 이미 고려의 권문세족과 조선의 60년 세도정치를 통해 증명됐다. 현 정부가 현명해졌으면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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