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금융의 질풍노도] 군사정부와 검사정부 그리고 금융
상태바
[금융의 질풍노도] 군사정부와 검사정부 그리고 금융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28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과거 9시를 알리는 종소리로 시작하는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의 첫마디는 “전두환 대통령은...”이었다. 일반 대중은 이를 두고 ‘땡전뉴스’라고 희화화하였다.

그는 5공화국을 이끌던 대통령이었다. 체육관에 모인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모임에서 90.%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다. 그는 자신이 모셨던 전임 대통령의 후광을 받으며 정치군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였고 세를 이루었다. 여세를 몰아 그는 쿠데타에 성공하며 권력을 쥐었다. 이후 스스로 이뤄진 진급으로 모든 군인들이 열망하는 계급인 별 4개 육군대장을 거쳐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정부를 이끌 각 부처의 장차관을 자신이 신임하는 주변 인물로 채워갔다. 쿠데타에 함께했던 군의 선·후배·동기가 군복을 벗고 정부의 관료로 나섰다. 뉴스에서는 새로운 장차관의 명단과 함께 사진으로 신임장·차관의 얼굴을 알렸다. 

컬러 TV 송출이 시작된 당시의 방송에는 장교 정복을 입은 그들의 사진이 실렸다. 어깨에 달린 계급장에서 별이 반짝였다. 정치적인 움직이긴 했지만 상명하복의 군인으로만 살아온 사람들이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이들이 담당하던 부처의 성향도 비슷해졌다. 상명하복! 그렇게 군인들의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이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라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여론이 좋지 않자 발언을 사과했다. 사과를 내뱉은 입과는 다르게 머릿속의 생각은 반대였었나 보다. 쿠데타를 일으켰던 분과 유사한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10일 새롭게 들어선 정부를 맡게 된 그는 오랜 공직생활로 다져진 관료였다. 

정치보다는 검찰에서 오래 근무했던 탓인지 주변의 친분 있는 사람들은 거의 검사다. 그의 터전이 검찰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가 칭찬했던 전임 대통령과 비슷하게 그에게 임명받은 정부의 상당수 요직에는 검사였던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지금의 검사 정부에서 과거 군사정부가 재현된 것처럼 느껴지는 게 필자만의 느낌인지 독자에게 묻고 싶다. 한때 군사정부에는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던 검사 출신이 즐비했다. 
 
검찰 출신이 정부의 요직에 임명되는 것에 대해 “우리의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은 쓰는 게 원칙입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칭송했던 별 계급장 달았던 대통령은 자신의 인맥과 식견이 협소함을 알기보다는 자신이 추진하려는 게 모두 사회정의라고 주장했다. 1987년 많은 이가 피를 흘리며 이끌어낸 개헌으로 들어선 제6공화국 이후 점차 군사정부의 흔적은 지워져갔지만 오늘날 새로운 정부에서 그 당시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잘못되었다고 판단이 내려진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에 임명된 금융감독원장 인사에서도 검찰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검사가 요직에 앉았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있었던 신라젠, 라임, 옵티머스 사태와 같은 금융 사고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부류가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현 정부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는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한 수사가 조작되거나 흐지부지되어 면벌부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있는 게 사실이다. 또 조사나 수사만 해오다 보니 시장에 위기가 닥쳤을 때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진 이들이 많다.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 등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른 환율까지 움직이며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풍전등화의 상황이다. 이를 보여주듯이 주식시장은 혼란스럽다. 

어차피 임명된 금감원장은 맡은 임무를 수행하며 임기를 이어갈 것이기에 그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를 기원한다. 다만 사정만을 앞세운다면 실수를 두려워한 시장에서는 처벌이 두려워하는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위축될 것이고 시장은 발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가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걸맞은 금융환경과 시스템의 선진화를 갖춰야 하는 시점이다. 앞으로 다가올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위해서는 건강한 시장이 형성 되어야 하기에 금감원장의 방향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정보다는 국민의 가계금융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맡은 임무에 충실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