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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富] 시바여왕과 남부아라비아의 중심 마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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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富] 시바여왕과 남부아라비아의 중심 마리브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16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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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구약성서에는 사바왕국(Kingdom of Saba)의 여왕이 나온다. 당시에 부(富)를 상징하였던 유향과 각종 보석을 가지고 솔로몬이 있는 이스라엘까지 와서 솔로몬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솔로몬은 여러 지역을 다스리면서 통행세를 받고 있었다. 사바왕국의 상인들의 안전한 교역을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보호가 필요했기 때문에 일종의 조공무역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록이 남겨진 바이블에는 솔로몬을 만나러 왔던 여왕의 나라를 시바(Sheba)라고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시바의 여왕이다. 

당시 사막을 오가며 무역을 하던 상인을 카라반이라 했다. 카라반은 낙타를 이용해서 사막을 다니며 유향을 팔아 막대한 이득을 남겼었다. 낙타에 실린 물건은 여러 오아시스지역을 통과하면서 교역으로 이득을 내고 있었다. 무역로에 있던 도시들은 카라반들에게 통행세를 내게 하였다. 카라반의 무역활동이 활발할수록 이들이 빈번하게 다니면서 내는 세금액수가 계속 증가해 오아시스 도시도 많은 돈을 벌게 된다. 

오아시스 도시들이 카라반을 통해 부유해진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때 오아시스 도시를 장악해 카라반들이 내는 세금을 받아 부유해진 나라 중 하나가 이스라엘이다. 무역로의 주요 거점을 솔로몬이 다스리던 이스라엘이 점령하자 사바왕국의 여왕은 상인들의 안전한 무역을 위해 이스라엘의 도움을 얻고자 솔로몬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이야기는 구약성서와 이슬람의 꾸란, 에티오피아의 건국 신화를 통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아라비아반도의 남쪽에 위치했던 사바왕국은 지금의 예멘에 있던 옛 나라다. 남부지역에 위치한 덕분에 북부 아라비아지역과는 기후가 달라 농산물도 상대적으로 풍부해 백성들은 안정된 생활을 하였다. 유향 같은 품목이 생산되기에는 유리한 기후를 가졌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유향을 비롯한 여러 재화를 거래하며 부(富)를 키워갔다. 

이런 활동의 중심에는 마리브(Marib)가 있다. 왕국의 수도면서 사막 횡단교역의 목적지이자 주요거점이었다. 많은 재화가 몰리는 도시여서 부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한다.  

고대 마리브는 사바왕국은 물론 이후의 왕국에게도 주요 도시였다. 사바왕국 때 만들어진 마리브 댐과 관개 시설을 잘 연결해서 농경지까지 물이 전달되도록 했다. 농경으로 인한 먹거리가 풍부해지면서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었다. 주변의 유향나무에서 생산되는 유향과 몰약을 사들여 주변에 수출하는 중계무역으로 많은 이익을 남겼다. 성채와 함께 바란, 아왐 신전을 세워 백성들의 마음과 정신을 하나로 모으려고 노력했다. 

풍요로운 환경은 자연스레 거래를 통해 잉여산물을 외부에 가져다 파는 상업에 종사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 중심에서 역사의 주역들을 품었던 도시 마리브(Marib)는 무역을 하며 얻은 부(富)가 모이는 도시였다. 카라반은 낙타를 이용한 육상교역으로 일대의 부를 거머쥐었지만 육상으로 하는 교역에서는 사막이라 장애물을 극복해야 했기에 육지를 통한 유향교역에 성에 차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큰 교역을 위해 무역항을 찾았다. 마리브의 재화를 아덴(Aden)으로 이동시켜 바닷길을 이용한 해상무역에도 뛰어들었다. 배를 통해유향을 수출했고 유향이 있던 자리에는 다른 지역의 특산물이 가득 채워져 수입되었다. 항구는 더 많은 물건을 교역하기 위해 모여든 카라반들로 북적이게 되었고 지금의 에티오피아, 이란, 인도지역과 유향교역을 하며 사바왕국, 마리브, 아덴의 명성이 전해졌다.

이런 풍요를 시기했던 외부의 침략으로 사바왕국과 마리브의 영광도 점점 사그라지게 된다. BC25년에 예멘을 원정하려고 나선 고대 로마의 이집트 총독 아엘리우스 갈루스가 나즈란(Najran)을 점령한다. 이후 마리브를 점령하려고 남하하여 도시를 포위했으나 함락하지 못하고 철군을 했다. 로마의 침략을 막아내긴 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얼마가지 않아 사바 왕국의 국력이 약해진 틈을 노린 힘야르(Himyar)왕국에게 정복된다. 이후 AD2세기에 독립하여 명맥을 유지하다가 275년에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진다. 

사바왕국의 여왕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솔로몬과 사이에서 아이를 가지게 된다. 이후 시바에 돌아와 아들을 낳게 되고 이 아들의 후손이 홍해를 사이에 두고 아라비아와 아프리카에 영토를 두었던 나라 악숨 왕국을 세우는 것으로 역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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