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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보다 ‘힙’해진 농촌 ‘이중생활’을 꿈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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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보다 ‘힙’해진 농촌 ‘이중생활’을 꿈꾸는 사람들 
  • 이동윤 객원기자
  • 승인 2022.06.14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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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혹은 로컬에 대한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심보다 다소 불편할지라도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농촌의 가치가 재평가된 것이다. 오도이촌(五都二村)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농촌에서 산다는 뜻의 신조어다. 평일에는 치열한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이면 작은 텃밭이 딸린 농촌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삶의 양식을 말한다. 일명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두 집 살림인 셈이다.


 

러스틱 라이프를 꿈꾸다
조금 투박하고 촌스럽더라도 따뜻한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서일까. 오도이촌을 선택하는 3040 직장인들이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도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귀농귀촌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0.3%나 증가했다. 

* 2022년 트렌드 중 하나로 꼽힌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는 자연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즐기려는 시골형 라이프 스타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도이촌은 이러한 트렌드와 맞물려 첨단 도시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심적 안정을 취하고 숨통을 틔워 줄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도시와 단절된 생활이 아니라 새로운 놀이를 즐기듯 2~3일 농촌(어촌)라이프로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농촌으로의 인구 유입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약 4만3000명이 농촌으로 이동했으며, 이는 2019년 대비 2만8000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귀농·귀촌 전 '화순에서 먼저 살아보기'에 참가한 도시민의 모습. 출처=전남화순군

마땅한 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여기서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도시와 시골 생활의 비중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오도이촌은 ‘떠나기-머물기-자리 잡기-둥지 틀기’의 단계로 나뉜다. 또 사도삼촌, 이도오촌의 형태로 다양화된다. 방문 이후 정착을 결심하기도 한다. 

만약 오도이촌을 준비하고 있다면 앞서 언급한 ‘둥지 틀기’ 단계를 거쳐야 한다, 최근 시골집 수요는 오도이촌, 농촌 한 달 살기와 같은 분위기를 타고 점차 늘고 있지만 마땅한 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 현장의 이야기다. 

시중에 나온 매물은 밭을 끼워 수백 평대이거나 마을 주민끼리만 알음알음 거래해 공식적인 매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대안으로 낡은 폐가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폐가는 요즘 3040에게 러스크함이 반영된 힙한 매물이다.

하지만 폐가를 선택했다면 낡은 구조물을 제거하고 여러 겹의 도배지를 뜯어내는 등 힘겨운 철거 과정이 필요하다. 옛날 건축물의 특성상 취약했던 단열과 자재를 보수하고 천장, 장판 등 새로 단장하는 작업도 동반되어야 한다. 러스크함을 잃고 싶지 않다면 서까래, 창문 등 전통 가옥의 매력이 살아있는 구조는 그대로 남겨두면서 말이다. 

1억원 내외의 작은 아파트를 매입해 오도이촌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서핑 인구로 젊은 층 유입이 늘어난 양양을 비롯해 관광지가 즐비한 속초, 강릉, 동해, 삼척 등에서 거래가 많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한 아파트가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시골 특유의 소박한 주거를 즐길 수 없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사실 주거형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성공적인 오도이촌을 위해서는 관리가 용이한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매일 관리를 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풀이며 벌레가 무성히 자라고 번식할 수 있다. 이틀, 혹은 삼일 정도 머무를 것을 고려해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는 집을 고르는 것이 좋다.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지자체
한편 지자체에서는 오도이촌 트렌드를 반기는 추세다. 현재 우리 사회의 지방소멸은 커다란 문제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의 절반가량인 108개(47.2%)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러한 소멸위험 가운데 도시에서 농촌을 찾아 이틀, 삼일 현지에서 지내며 적응하는 오도이촌은 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되어 반전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지자체에서는 발 빠르게 오도이촌을 선택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며 이들이 긴 시간 한 곳에 머무르며 관광객이 아닌 거주민으로서의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한 귀촌인은 경북 문경에서는 20년 넘게 방치되던 폐가를 개조해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다. SNS 등에서 러스틱 핫플(핫플레이스)로 등장하며 방문객이 몰려들었고 개점 후 8만명이 다녀갔다는 후문이다. 

강원도는 ‘강원도에서 한 달 살기’, ‘강원도에서 반년 살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오도이촌에서 나아가 한 달, 반년 동안 직접 현지에서 살아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결과 평창, 홍천, 양양, 횡성, 강릉 등 수도권과 연결 교통망을 갖춘 지역은 참여 경쟁률이 최고 10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전라남도 역시 발빠르게 오도이촌을 원하는 도시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정주 공간 조성, 일자리 복지 확대, 생산물 유통망 구축 등 소득 창출과 정착 지원 모델 구축 계획을 수립, 추진 중이다. 또한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에게 여행을 통한 미래 삶의 터전으로 농촌의 삶을 미리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임을 밝혔다.

이동윤 객원기자 shygi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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