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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대학 연구비가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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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대학 연구비가 새고 있다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14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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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지난 대선과정에서 언론은 청와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에 대한 보도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유도했다. 전·현직 대통령 간의 특활비 검증 못지않게 영부인이 옷에 달고 다니던 브로치까지 소환되며 이슈가 되었지만 가짜뉴스로 인한 소동을 일으키더니 당시 검찰총장의 특활비에 대해서는 제대된 검증도 못한 채 유야무야 사라져버렸다. 

검증 못하는 특활비 분야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비다. 학문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비는 일부 교수들에 의해 꾸준히 유용되고 있고 여기에 학생들이 이용되고 있다. 

과거 문·이과와 국·사립을 가리지 않고 연구비유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간간이 드러나긴 했지만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교수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연구비의 규모는 헤아리기도 어렵고 밝혀지기도 어렵다. 

교수들의 이런 행태에 힘없는 학생들이 자주 이용당하고 있다. 특히 학부보다는 대학원에서 부당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을 연구에 참여시키거나 차명으로 등록해 학생명의의 계좌로 연구비와 급여를 지급받고 인출해 교수가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학위를 받는데 있어 교수들의 결정권이 절대적이다보니 석·박사 학위를 받으려고 공부하는 학생은 이런 상황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교수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부딪힌다. 

학생의 용기로 교수가 처벌을 받는다 해도 솜털처럼 가볍게 처벌받다 보니 내부고발이 어려운 현실을 만들어냈다. 괜히 문제를 고발했던 사람만 피해를 보는 결과로 인해 학생들은 문제 제기는커녕 고발하지 못한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한다. 눈과 귀가 있기에 연구비를 유용한 교수의 가벼운 처벌을 동료 교수들도 안다는 것이다. 이는 교수사회의 모럴헤저드를 유발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유혹은 그 어떤 것보다 강하다. 아편과 같이 중독성마저 있다. 일반인이었다면 횡령으로 실형을 비롯한 무거운 처벌을 받았겠지만 학문을 연구하고 해당분야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이들은 처벌에서 제외되는 특권을 누린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도 교수들의 연구비 착복은 지속되고 있다. 하나의 전통이 되어버린 교수사회의 이런 문제를 언론도 잘 다루지 않아 일반대중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교육이 발달한 아메리카에서도 발생하는 일이다. 다만 그들은 처벌의 강도가 높다.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살거나 횡령한 돈보다 더 많은 벌금을 납부하도록 하여 주변에서 강력한 경고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또 내부 고발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법으로 만들어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갖추어져 있다. 이런 이유로 비리의 40%이상이 내부고발에 의해서 밝혀졌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연구비는 철저히 관리되어야한다. 국립대의 경우 연구비 청구와 집행에 대해 교육부의 직접적인 관리를 받는다. 일부 국립대의 경우 이를 회피하고 연구비의 사용에 대한 통제를 덜 받고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립대면서도 법인을 만들어 ‘국립대학법인’으로 우회하는 잔머리를 쓰기도 한다. 

대학들의 이런 꼼수에 국회가 앞장서기도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는 이런 꼼수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연구비사용에 대한 교수사회의 안일함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국립대학법인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또 사립대학이 연구비 사용에 문제를 일으켰을 때 학과축소나 모집 학생 수 축소와 같은 제재를 취해야 한다. 소속 재단에는 세무조사와 같은 강력한 패널티도 필요하다. 실수가 반복되었을 때에는 과감하게 지원을 끊어야 한다. 그리고 사립대의 취지에 맞게 국가의 연구비 지원을 서서히 줄여가야 한다. 연구는 설립 취지에 맞게 국가의 지원이 아닌 사학재단의 지원 아래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연구비는 사학재단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배를 불리는 예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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