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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험] 보험사만을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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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험] 보험사만을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22.06.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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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방지는 보험사의 ‘기본 책무’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죽게 한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가 잡혔다. 이들은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할 줄 모르는 남편 윤 씨를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뛰어들게 한 혐의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됐다.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이 살해동기였다. 

지난 3일 부산 동백항 앞에 정차돼있던 소형차가 급작스러운 출발로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차 안에 탑승한 인원은 40대 여성과 그녀의 오빠 김 씨로, 동생은 그 자리서 숨졌다. 동생은 사망 시 5억원 가량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보험금 수익자는 오빠 김 씨로 그의 아버지 역시 차량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가족들의 차량 추락 사고엔 항상 김 씨가 있었다.

두 사건 외에도 보험 가입자가 이해할 수 없는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보험사기’라 부르는 사망사고다. 하지만 이런 작위적인 사고는 애당초 보험의 대상이 아니다. 이런 사건은 보험사기가 아닌, 보험을 잘못 이해한 ‘살인행위’일뿐이다. 

보험사는 이런 사고를 걸러내기 위해 수십조 원의 사업비를 보험료에 포함시켜 소비자들에게 받는다. 따라서 보험사가 이런 보험금을 노린 사고를 가리는 것은 보험사의 기본 업무이며 관리자로서의 제1의 책무로 여겨진다. 

보험사만을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보험을 이용한 범죄를 걸러내는 것은 보험사의 당연한 책무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쳐 정당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 바탕에는 보험사기를 막는다며 제정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서 ‘보험사기행위’란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하여 보험자를 기망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말하고, 동법 8조에는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법에 근거하면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해 입원치료나 과잉진료를 받을 경우 보험사는 소비자를 ‘기망’ 행위를 했다 하여 ‘보험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받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소비자를 ‘보험사기범’으로 몰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보험사에 부여하는 법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우리 형법에 ‘사기’는 이미 명시되어 있고, 특별히 ‘보험사기’만 따로 떼내어 가중처벌할 법이 필요하진 않다는 얘기다.

한 보험 전문가는 “특별법 이전에도 보험사는 입원비 등 보험금을 과잉청구 소비자를 경찰에 사기범으로 고발해 입원치료 중에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게 하고 법정에 불러내 보험사들이 원하는 금액으로 합의를 종용하면서 소비자를 무력화 시키는 전략을 쓰곤 했다”며 “이제는 보험사들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들먹이며 선량한 계약자를 고발하거나 협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원칙 지키고, 보험사기방지특별법 폐지해야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보험업은 보험가입을 승낙하는 언더라이팅(Underwriting, 계약인수)과 보험금을 주는 지급심사가 주된 업무인데,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계약자가 해당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신체적, 직업적, 경제적 등으로 적합하지를 따져 가입을 승낙하는 언더라이팅은 대충하고 지급심사는 철저히 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소비자입장에서는 가입은 쉽지만 보험금 받기는 까다롭다는 뜻이다. 언더라이팅을 대충하는 경우 보험사는 보험료를 계속해서 많이 받아 좋고, 보험금 줄 때는 보험사기 여부를 의심해 조사하고 특별법을 근거로 ‘부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전체 금융민원의 80%가 보험사 민원이다.

보험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일본의 경우 언더라이팅이 까다로워 병원의 건강진단을 받는 경우가 보험계약의 70%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험가입 시 건강진단을 받는 경우가 10%도 안된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러한 사고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보험사 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고 선량한 계약자자산의 관리자 역할을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그렇다고 보험사기 방지라는 미명하에 선량한 소비자를 잠재적인 보험사기범으로 취급하는 것은 더 나쁘다”며 보험사에 절대적인 힘을 부여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라이프 편집팀 sobilife1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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