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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富] 유향이 만든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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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富] 유향이 만든 흥망성쇠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09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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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12월 25일은 성탄절이라 불린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기독교에서 유래되었다. 천사로부터 얘기들은 동방박사 3명이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고 경배하려고 태어난 곳에 찾아가 황금과 유향, 몰약 등 세 가지의 선물을 바쳤다고 전해진다. 

예수가 태어난 중동지역에서 유향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종교적인 의식을 행할 때 유향에 불을 붙여 연기를 피운다. 고대사회에서는 신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유향을 피웠을 때 나는 향과 피어오르는 연기는 신에 닿을 수 있는 신성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종교적인 행사를 할 때 유향의 역할은 중요했다. 

이런 유향은 한그루 나무에서 시작되었다. 감람나무과 유향나무속에 속하는 이 나무는 메마른 땅에서 자라는 나무로 사람들은 깊지도 얕지도 않게 칼집을 낸다. 수액이 흐르는 부분이다. 그사이로 하얀 우윳빛 액체가 새어나온다. 액체는 건조한 바람에 수분이 증발하고 딱딱하게 굳는다. 굳어진 덩어리가 바로 유향(乳香)이다. 

아라비아반도 끝자락인 오만과 예멘에서 만들어지는 유향을 최고로 여겼다고 알려져 있다. 유향은 인간이 신에게 바치는 최고의 예물이었고 이에 만족한 신은 대가로 부(富)와 권력을 인간의 손에 쥐여준다고 여겼다. 결국 부와 권력에 대한 탐욕이 유향을 찾도록 만들었다.  

진시황처럼 권력자들은 영생과 불멸을 갈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위해 이집트의 권력자들은 자신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고 유향을 가득 채워 봉합했다. 부활한 뒤 영생을 얻기 위해서다. 

오만에서 만들어진 유향이 피라미드에서 사용되기까지 머나먼 여정을 거쳤다. 이 길은 최소한 4천여 년 전부터 이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최고의 문명이 형성되었던 이집트와 수메르는 물론이고 지중해까지 연결되었던 이 무역로는 ‘인센스 로드(Incense road)’라고 불린다. 남북으로 연결된 길을 타고 유향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유향은 당시 비싼 값에 거래되는 품목이었다. 유향은 동량의 금으로 거래되었다고 한다. 유향 1kg과 금 1kg이 같은 가격이었다는 것이다. 유향을 거래하는 것은 당시의 부를 거머쥐는 것이었다. 유향이 주로 거래되던 도시는 ‘우바르(Ubar)’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슬람 성전인 코란과 천일야화라고도 불리는 아라비안나이트에도 등장하는 신화적인 도시로 유향을 거래하면서 최고의 부를 누리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너무나도 번성한 나머지 풍요로움을 나눌 줄 모르는 거만과 교만이 넘쳐났고 재물에 대한 욕심이 과해 신의 노여움을 받아 땅에 묻혀 사막 속으로 사라졌다고 알려진다. 그런데 유적이 발견됐다.  

인공위성으로 땅속을 조사하던 NASA(미항공우주국)의 산하기관인 JPL(Jet Propulsion Laboratory, 제트추진연구소)는 1992년 우바르를 발견했다고 발표한다. 이어진 발굴 작업을 통해 동서로 22㎞에 이르는 유적을 찾아낸다. AD 1세기경 사라졌다고 알려진 도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유향을 생산하고 수출하면서 주변의 부러움을 살 정도의 풍요로운 번영을 누리던 이 도시가 사라진 이유는 주변의 침입이나 질병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기후 변화가 원인이다.  

BC 2000년경부터 시작된 사막화로 건조한 날씨 속에서도 유향은 계속 생산되었고 우바르의 풍요는 계속되었지만 AD 1세기경 찾아온 소빙하기는 온도 변화를 만들었고 많은 비가 내리는 몬순기후를 북상시켰다. 이는 도시 밑에 있던 석회암지대의 침식을 불러왔고 이로 인해 도시 전체가 땅속으로 꺼지면서 순식간에 도시가 멸망했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추정이다.

유적은 아직도 발굴 중이다. 그 외에도 유향이 움직이던 무역로 중간중간 많은 도시들이 있었다. 훗날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하게 되는 이들 도시는 교역은 물론이고 종교문화의 중심지로 역할을 담당하며 오늘날 아랍지역의 중추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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