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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학위는 사학의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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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학위는 사학의 돈벌이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07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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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출산율의 감소는 여러모로 국가적인 문제를 양산한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자 사립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범죄의 유혹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그중 하나다. 

국공립과 달리 돈에 눈이 먼 사립대학들은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 문제는 학생들이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 존립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을 저지르는 지경에 와있다는 것이다. 현실에 맞게 학교의 규모를 줄이기보다는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부적절한 행위를 서슴지 않다 보니 사회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남발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국공립대학보다 사립대학교가 많다. 과거 조선으로부터 지금까지 세워진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나름의 건학이념을 가지고 세워졌을 사립대는 학문의 요람이라고 알려졌던 설립 당시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 현실이다.

자원 없는 나라에서 사람이 자원이라고 인식되었던 시절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서는 대학을 나와야 했다. 좋은 직장을 가야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교육의 보상은 좋은 직장과 높은 소득이 아님에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등식이 성립했다. 자본주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대학은 지식의 향유와 탐구가 아닌 학위 취득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처음에는 학사였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자 석사를 더 대우했고 석사가 넘쳐나자 이제는 박사를 원한다. 사용자인 기업이 원하자 많은 근로자들은 기업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또다시 학위에 목을 맨다. 학문탐구에 중심을 두었던 대학과 대학원은 직장인을 위한 대학과 대학원으로 변했다. 그런데 문제는 준비된 대학원을 채워줄 학생 모집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대학은 학사, 석사, 박사를 가리지 않고 학생 모집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교수들은 학문을 연구하기보다 주변 지인을 대학원에 입학하도록 권유하고 한명이라도 더 입학시키기 위해 뛰어다닌다. 보험회사에서 보험을 모집하는 설계사들 못지않은 영업 수완을 펼쳐야 하지만 교수라는 직함이 이런 영업을 대놓고 펼치기에는 어려웠는지 그래서 고민 끝에 내놓은 방법이 외주업체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원은 학생 모집을 외부업체에 위탁을 하고 입학생 한 명당 100만 원이라는 수수료를 지급했다. 대학원 학생 한 명당 받아내는 등록금이 많다 보니 학교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 없는 장사다. 문제는 모집 과정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수업을 받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교수들이 받는 향응은 물론이거니와 학교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는 행위도 버젓이 일어난다.  

공부를 마치고 논문을 통과한 학생에게 발전 기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학위수여를 하지 않겠다는 식의 통보는 울고 있는 학생의 손발을 묶고 억지로 겨자를 떠먹이는 것이다. 대출받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이라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할망정 금융회사 못지않은 수수료와 기부문화라는 덧칠로 발전 기금을 걷는 대학이 한 둘이 아니다. 물론 거기에는 침묵하고 동조하는 것을 넘어 알아서 충성하는 정치교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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