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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국내 최초, 최고령 ‘마라토너 실버가수’ 양만석(85세)-김정자(81세)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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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국내 최초, 최고령 ‘마라토너 실버가수’ 양만석(85세)-김정자(81세) 부부 
  • 왕성상 대기자
  • 승인 2022.05.27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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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최고령 ‘마라토너 실버가수’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양만석(85)-김정자(81) 부부. 소띠인 남편, 말띠인 아내의 띠 앞 글자를 따 부부듀엣가수 ‘소와 말’로 이름나 있다. 20년 경력의 마라토너이자 마라톤가수다.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 창작분과위원회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으로 ‘스포츠 소리꾼’으로 유명하다. 각종 마라톤대회 행사장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함께 달린다. 듀엣 ‘소와 말’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서 만났다.

 

‘소와 말’이 음반을 낸 건 2006년 1월. 결혼 40주년 및 양만석 씨 고희기념으로 만들었다. 취입곡은 10곡. 음반엔 ▲마라톤 초심자의 마음과 중·고급 러너 마음을 담은 ‘인생은 마라톤’ ▲달리며 건강과 우정도 다지는 마라톤클럽 의형제를 노래한 ‘우리는 마라톤형제’ ▲휴일부부의 사연을 담은 ‘즐거운 휴일’ ▲집 정원에서 바라본 서울의 밤경치를 그린 ‘서울야경’ 등이 담겼다.

자작곡에서 마라톤 예찬과 소박한 일상의 삶이 느껴진다. 마라톤찬가이자 생활노래이기도 하다. 양만석-김정자 부부가 작사했다. 작곡자는 원로음악인 박남춘 씨. 가사가 쉽고 리듬이 흥겹다. 대표곡 ‘인생은 마라톤’ 노랫말 구절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가슴에 배번 달고 출발할 때는 / 걱정도 많았지만 절반이 벌써 지났네
기록도 좋지만은 완주가 목표 / 쉬지 않고 뛰었더니 골인에 성공했네
아~ 마라톤~ 인생은 마라톤 / 미래의 꿈을 안고 즐겁게 뛰자

연습도 많이 했고 날씨도 좋아 / 마음껏 달렸더니 절반이 벌써 지났네
완주도 좋지만은 기록이 생명 / 전력질주 하였더니 신기록 경신했네
아~ 마라톤~ 인생은 마라톤 / 미래의 꿈을 안고 즐겁게 뛰자

열심히 뛰면 건강과 행복이 온단다. 인내심으로 인생의 고비를 넘기다보면 좋은 날이 꼭 열린다는 얘기다. “결론은 마라톤과 노래야! 마라톤이 몸을 튼튼히 하고, 노래는 마음을 기쁘게 해요.” 양 씨는 노래취입을 계기로 부부마라톤과 노래인생을 본격 펼쳤다. 무대공연 횟수가 늘면서 2008년 봄엔 아인스디지털과 음원유통계약을 맺었다. 음악저작권료도 받고 있다. 

뛰면서 느낀 점들 모아 노래로 만들어
‘소와 말’이 무대에 선 회수는 165차례. ‘새 생명 찾아주기 마라톤대회’,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 ‘인천국제마라톤대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 ‘이봉주와 함께 하는 3·1절 마라톤대회’, ‘백마강마라톤대회’ 등 전국에서 열린 대회 때마다 초청가수로 무대에 섰다. 봉사위주로 노래를 불러 마라토너들을 즐겁게 하면서 행사분위기도 띄운다. “마라톤참가자들 긴장을 풀어줘 기록도 좋게 나옵니다. 시상식 땐 뒤풀이 겸 축하와 흥을 돋우고요.” 노래가 톡톡히 운동효과를 본다는 견해다. 

부부가 실버마라토너가수가 된 동기가 궁금했다. “마라톤대회 참석 때마다 마라톤 관련노래를 들을 수 없는 게 아쉬웠어요. 대회출발 전이나 시상식 때 마라톤노래를 틀어주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뛰면서 느낀 점들을 모아 노랫말을 지어 작곡가에게 보여줬더니 느낌이 좋다며 취입제의를 받았습니다. 남은 삶을 불우이웃이나 어르신들께 봉사하려고 준비하던 중 마라톤에 노래가 접목됐습니다.” 

부부는 노래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음반을 내기 전에 작곡가를 찾아가 가창력 테스트를 받고 4년여 노래지도를 받았다. 요즘은 노래를 알리고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에게 음반을 나눠주고 있다. 노래팬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구촌시대를 맞아 노래가 외국에 알려지도록 2곡을 영어번역까지 해놓았다.

 2006년 ‘인생은 마라톤’ 등 10곡 취입, 음반 발표…165차례 무대공연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 등 국내·외 마라톤 565회 뛰어 ‘노익장’

건강 때문에 시작한 마라톤
‘소와 말’의 마라톤기록도 예사롭지 않다. 부부참가 마라톤대회 500회 이상, 국내 최고령부부마라토너 등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그 바람에 매스컴을 많이 탔다. 신문, 방송, 잡지에 34차례 소개됐다. 인터뷰, 화제인물소개는 물론 KBS1-TV ‘생노병사의 비밀’, KBS 제1라디오 ‘지금은 실버시대’, KBS 제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JTBC ‘한끼줍쇼’ 등에 출연해 이름이 알려졌다. 2008년 4월부터는 전국마라톤협회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부부가 마라톤에 빠지게 된 건 건강 때문이었다. 양 씨가 1990년 봄 공직을 정년퇴임, 금융기업 사장을 거쳐 공인회계사로 일하면서 수십 년간 키 172㎝, 몸무게 85㎏을 유지했다. 술과 사람을 좋아해 회식이 잦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았다. 신체기능수치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 “살을 빼면 건강을 보증하겠다”는 말에 다이어트와 걷기로 몸무게를 줄였다. 1992년부터 매일 4km씩 걸어 몸무게가 74kg까지 내려갔다. 그 다음은 달리기(마라톤)에 나섰다. 운동기능검사결과 ‘합격’이었다. 2002년 가을 그의 ‘마라톤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프코스를 뛰다 풀코스(42.195㎞)에 도전했다. 2006년 3월 동아마라톤대회 풀코스를 뛰어 4시간31분58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7년 4월 16일 마라토너들 로망으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 풀코스를 뛰었다. 달리기에 재미와 탄력이 붙어 565번의 국내·외 마라톤대회에 나갔다. 부부의 마라톤사랑은 유별나다. 미국, 일본, 중국, 몽골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도 다녀왔다. 최고령부부상, 연대별기록상 등을 여러 번 받았다. 양 씨가 71세 때인 2007년 11월엔 100㎞ ‘울트라마라톤대회’에까지 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금 양 씨의 몸무게는 66㎏, 신체기능도 정상이다. 건강관리에 빈틈이 없다. “저녁 8시에 자고 새벽 4시면 일어납니다. 1시간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서울 계동 현대건설 헬스클럽에서 10㎞씩 뜁니다. 오후엔 가까운 산을 타고요. 휴일이면 고양시 호수공원에서 마라톤클럽회원들과 호수주위를 뜁니다.” 그는 매주 5일 이상 10km를 뛰거나 걷는다. 마라톤과 노래는 부부의 일상이 됐다. 식사 때도 원칙이 있다. 채소, 과일, 탄수화물, 단백질이 든 음식, 견과류 등 소화가 잘 되는 순서로 먹는다. 몸을 꾸준히 챙겨 한해 20개 마라톤대회에 나간 적도 있다. “달리고 나면 성취감이 생겨 너무 좋습니다. 건강과 행복을 얻고 마음의 여유도 생기죠.” 부부의 꿈은 ‘활력 넘치는 인생2막’을 이어가는 것. “마라톤을 통해 예전엔 몰랐던 진정한 삶의 즐거움을 알게 됐어요. 이게 바로 제2의 인생이 아닐까요.”

왕성상 대기자 wss4044@hanmail.net

 

양만석 씨는? 1938년 3월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청주상고, 중앙대 상학과를 졸업했다. 영남화학(현재 동부화학) 경리과장 등 기업체 간부를 거쳐 금융-회계분야에서 일했다. 1990년 3월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로 정년퇴임했다. 지금은 재단법인 청운연구장학회 이사, 남원양씨연곡종친회장을 맡고 있다. 증권감독원 재직시절 최연소임원, 최장수임원 기록을 세워 한국공인회계사 창립 50주년 때 산업포장을 받았다. 대부분 현역에서 퇴임하면서 공로를 인정, 상을 받는 게 관례지만 퇴임 후 15년이 지나 받은 것이어서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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