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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富] 무굴제국의 부를 삼켜버린 타지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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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富] 무굴제국의 부를 삼켜버린 타지마할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12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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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세계 곳곳에는 역사와 시대를 대변하는 건축물이 많다. 그중에는 피라미드, 진시황릉처럼 지배자의 시신을 안치한 건축물도 있다.  

그 중에서도 무굴제국(Mughal Empire, 이하 무굴)의 다섯 번째 황제인 샤자한이 죽은 황후를 안치하기 위해 만들었던 ‘타지마할(Taj Mahal)’은 오늘날 전 세계의 관광객이 그 자태를 확인하기 위해 ‘아그라(Agra)’로 모이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타지마할은 오늘날 단순한 무덤이 아닌 인류가 만들어낸 예술작품으로 손꼽히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으로 등록돼 관리되고 있다. 나중에 묻힌 샤 자한(Shah Jahan)의 관을 제외하고 건축물의 주인공인 왕비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의 관을 중심으로 모든 거리와 길이, 넓이가 좌우 대칭으로 만들어진 궁전 형식의 묘지건축물이다.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지다 보니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해의 높이에 따라 빛도 색도 달라진다.

샤 자한은 타지마할을 짓기 위해 무굴 제국 외에도 주변의 이란부터 터키를 포함한 아라비아지역을 넘어 이탈리아, 프랑스에 있던 외국의 유명한 건축가와 기술자를 불러 모았다. 그 외에도 무굴과 세계 각지에서 불러 모은 장인과 기능공의 수가 2만여 명 동원되었다고 전해진다. 

22년간 지속된 대공사로 인해 작품은 완성되었지만 많은 백성들이 떠안은 재정적인 부담도 상당했다. 이런 환경은 샤 자한의 치세 말기에 성인으로 성장한 아들 ‘아우랑제브(Aurangzeb)’가 아비를 몰아내고 집권을 시도하는데도 샤자한을 옹호하는 저항세력이 하나도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폭군도 아닌 성군으로 추앙받는 그가 활용도 낮은 건축물이 낭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까지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샤자한이 드넓은 무굴을 다스리는데 집중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황후였던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의 역할이 컸다. 황후는 황제가 가는 곳이라면 주변의 만류도 무시하고 동행했다. 그곳이 전쟁터이거나 오지여도 황제를 따라다니며 보필했다. 그녀는 결혼 후 19년간 8남 6녀를 낳았는데 그중에는 아우랑제브도 있었다. 마지막 출산 후 몸을 회복하지 못하고 38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문제는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주는 공허함이었다. 무굴은 전성기가 이어지면서 정복한 영토를 통해 막대한 부와 인구를 지배했다. 무굴은 막대한 부를 가진 세계 최고의 부국으로 성장했지만, 황제가 황후를 잃은 슬픔이 컸던 나머지 제국이 가진 부(富)를 황후를 기리는 데만 사용한 것이다.  

세계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상황은 지배층보다는 피지배층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조세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대부분의 백성들이 불만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하다. 샤 자한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기 위해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무덤건축에 사용할 자재와 장식에 사용할 귀금속을 들여왔다. 여기에 사용한 비용은 전부 당시의 피지배층이었던 무굴 백성들의 몫이었다. 

샤자한이 중간에 사망했다면 중단되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무굴을 다스린 기간은 30년이 넘었다. 결국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황후의 무덤을 만드는데 소요된 22년 동안 많은 백성들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다행히 쿠데타를 일으킨 아우랑제브가 무굴을 안정적으로 다스리며 정복지를 더욱 확대하였고 제국은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타지마할로 인한 불만이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고 잦아들었다.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비효율적인 건축물을 만들었던 무굴제국은 훗날 광활한 지역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반란과 동인도회사의 침탈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무굴에 진출한 영국 동인도회사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졌고 무굴의 영향력은 줄어 명맥만 유지하다가 세포이 반란으로 기회를 잡은 동인도회사와 잉글랜드 정부가 무굴을 멸망시키고 인도제국을 세운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알 듯 잉글랜드 국왕이 직접통치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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