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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실효성 있는 소비자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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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창] 실효성 있는 소비자 정책을 기대한다  
  • 정길호 <소비자와 함께> 공동대표
  • 승인 2022.05.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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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했다. 많은 국민과 단체 등 제 분야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상황인 것 같다.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탓도 있지만 정부가 친기업 정책 일변도로 소비자 권리와 기업의 이해관계 간의 균형이 무너질까 하는 우려에서다. 

대한민국에는 다양하고 즉시 문제 해결이 필요한 소비자 문제가 많다. 소비자의 니즈를 상품개발에 반영해 LG, 삼성이 그 분야에서 글로벌 넘버원의 자리를 차지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여온 것처럼 새 정부도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산하 소비자원을 통해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했으면 한다. 특히 관련 생태계 전반을 모두 관장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부가 할 일과 민간 소비자단체가 할 일을 구분하고 소비자단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에 반영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얼마 전 발언을 보면 우려 하지 않을 수 없다. 尹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호남을 찾아 지역 민생 다지기에 나서 “임기 중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겠다”, “우리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우리나라에서 마음껏 돈 벌 수 있게 해주겠다”와 같은 말을 했는데 이는 시장만능주의자의 발언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 규제인데 적절한 규제까지 모두 풀어버리면 기업과 소비자의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어떻게 구제한단 말인가. 이는 기업과 소비자의 불균형을 그대로 두고 보겠다는 것이 아닌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달 16일 삼성전자 주총이 끝난 직후 이례적으로 “삼성전자가 탄소 감축 계획을 너무 늦지 않게 공개하도록 지속해서 관여할 것이다.”라고 의결권 게시판에 공개한 바 있다. 최근 산업계의 화두는 ESG 경영(환경, 사회, 지배구조)이다. 특정 기업이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하며,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인가를 판단하는 개념으로 그 기업의 가치 평가에 절대적 기준이 되고 있다. 기업이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우선 정부는 실질적으로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한 정책과 법적/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2020년 9월 법무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한 바 있다. 하지만 추가 입법 및 실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은 미미했다. 집단 소송제는 피해자 50인 이상이 모여 기업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서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도 동일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이 영업행위 과정에서 반사회적 위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 이상을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그동안 소비자단체들이 10년 이상 요구했던 소비자 권익증진 ‘기본법’으로, 이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소비자 권익 확보가 어렵다. 새 정부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길 바란다.  

또 새 정부가 맹목적 친 기업 정부가 아닌 기업과 소비자에게 균형 잡힌 정부라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입증 책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이익은 여전하다, 의료 소비자들의 의료 사고에 대한 구제를 위한 수술실 CCTV 카메라 설치 관련 법안 통과가 7년여 투쟁 활동의 소산이었다. 소비자들이 공산품 관련 제조, 설계 정보를 기업보다 더 많이 알 수는 없다. 사고 보상을 위한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다면 기울어진 운동장 싸움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간 소비자 단체 지원 및 활성화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는 처음 접해보는 상품과 서비스의 출현이 빈번하다. 상품과 서비스의 주기가 빠르고 짧아 소비자 피해 발생 시 구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비해 소비자 교육은 학교나 소비자단체를 통해 실시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그동안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수많은 소비자 피해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들을 구제할 법적, 제도적 장치는 부족했다. 제조사와 유통 업체들의 무책임하고 방어적 대응, 피해 보상과 처벌을 위한 법과 제도의 미비, 언론 및 시민 사회단체들의 미진한 활동이 빚어낸 결과다.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한 법과 시행령 제정, 개정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했어야 했다. 이렇듯 민간 소비자단체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민간 소비자 단체를 지원, 촉진, 활성화시켜 기업과 소비자 간의 최적 균형을 찾게 하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친소비자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대한민국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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