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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실손보험이 사라지는 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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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실손보험이 사라지는 날을 꿈꾸며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4.20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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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적용받는 보험이 있다.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보험도 있다. 민간보험사가 판매하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이다. 

건강보험은 정부에서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제도이지만 많은 혜택을 주는 제도다. 물론 재산과 소득에 따라 비용을 내기에 고소득자는 같은 혜택을 보면서도 큰 비용을 부담하게 돼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건강보험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사회보장제도다. 

자동차 운행을 위해 필수로 가입을 해야 하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실손보험은 꼭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다만 누구나 가입해야 할 듯 과장하는 광고 덕에 대다수 국민이 가입돼 있다. 문제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이 보장 부분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다 보니 보장에 있어 실손보험의 범위가 줄어들거나 해주지 않는 부분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의료인들이 과잉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과도한 의료비를 청구하면서 매달 내는 보험료도 매년 오르고 있다. 의료인이 청구한 의료비를 보전받으려는 가입자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한 회사로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지급금액이 늘어나다 보니 보험사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보장기준을 강화하여 지급금액을 줄이는 꼼수를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자세히 모르는 소비자는 본인에게 필요하다기보다 주변에서 가입하니까 실손보험에 가입하기도 한다. 증가하는 보험료가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만약을 위해 사람들은 실손보험에 내는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감내하고 있다. 이는 가계의 돈이 기업으로 나쁘게 이전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건강보험이 없다면 비싼 의료비용을 보전받기 위해 미국처럼 개인이나 기업이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게 맞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전 국민에게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본인 부담 상한제’와 같은 좋은 제도를 통해 큰 비용이 들어가는 질병에 따른 국민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복지시스템으로 환자와 가족이 질병에 따른 비용 부담이 줄면 좋은 일이다. 문제는 환자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수록 보험사가 보전해줘야 할 비용도 감소한다는 데 있다. 재주는 정부가 부리고 이득은 민간보험사가 챙기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거다. 

치료를 마친 가입자가 청구한 보험금을 보험사가 지급하였더라도 나중에 건강보험공단에서 ‘본인 부담 상한제’에 따라 환자에게 추가로 낸 치료비용을 돌려주게 되면 보험사는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한다. 물론 실제 지급한 비용에 대해 보전받으려고 시작된 실손보험의 취지상 잘못된 요구는 아니다. 다만 국가에서 보장하는 질병이라면 실손보험에도 가입돼 있어도 제대로 보장을 받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가입해야 한다. 

혜택도 받지 못하는 보장내용을 담고 있는 금융상품을 위해 우리는 매달 돈을 내는 것일 수도 있다. 국민이 매달 내는 건강보험 납부보험료를 좀 더 올리고 더 넓은 범위로 보장을 확대한다면 굳이 실손보험에 가입할 필요 없는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여건도 나아지면서 국민은 좀 더 넓은 범위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도 나아질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왜 아직도 실손보험이 유지되도록 보험사를 돕고 있는지 의문이다.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사가 주도하는 ‘갱신’이라는 제도로 인해 매년 보험료를 인상 ‘당하고’ 있다. 보험사가 필요 이상의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사이 가계의 여유는 줄고 보험사의 이익만 증가하고 있다. 

이를 감시하고 지도해야 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눈감아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업무 태만이자 배임이다. 지금은 어려운 시절이다. 국민경제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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