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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물가, 금리, 미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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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물가, 금리, 미술시장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4.12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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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202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0년보다 2.5%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의 4.0%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였다. 펜데믹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소비시장의 경색을 막기 위해 공급했던 자금들이지만 지금은 물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수축산물, 철, 구리, 목재, 원유와 같은 원자재가 오르다보니 이를 가지고 생산하는 재화는 물론 이들을 활용하는 서비스 업종의 가격까지 가격인상이 있거나 가격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식자재인 채소, 달걀 같은 농수축산물이 오르면서 서민들 살림살이는 더욱 쉽지 않아졌다. 

물가상승을 잡기위해 당연히 시장되는 금리인상 압력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맞이할 국채가격 하락을 막아주었다. 이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된다. 특히 경제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금융환경에 먹구름을 보내면서 루블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러시아 국채가 급락하다보니 러시아국채를 가지고 있는 유럽과 중국에 동시에 충격을 줬다. 유럽과 중국의 위기가 부각될수록 미국의 국채는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당연하게 매수자가 증가하고 국채가격이 유지되거나 상승하면서 금리인상으로 인한 시장충격도 줄어들 수 있다.

대외변수가 계속 작용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유동성은 역대 최대치다. 펜데믹으로 공급된 유동성은 넘치지만 서민들을 위한 유동성은 씨가 말라가는 상황을 통해 기울어진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역설적인 모습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호황인 곳이 있다. 미술품거래시장이다. 2020년 32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미술품거래시장은 2021년 91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2022년은 3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화랑미술제’다. 역대 최다 갤러리가 참여한 행사에서 3월 16일 첫날만 45억원어치가 판매되었다. 20일까지 약 177억원의 미술품이 거래되었는데 역대 가장 많은 거래가 있었던 2021년의 72억원보다 두 배가 훨씬 넘는 규모다. 이런 흐름은 2022년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존 국내아트페어에 더해 세계적인 아트페어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잉글랜드의 프리즈(FRIEZE)가 9월에 키아프(KIAF)와 함께 열린다. 좋은 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행사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해당 시장이 성장하기 때문에 작품 활동을 하는 화가들에게는 좋은 모습이다. 미술품거래가 활발해지면 화가들의 자생력도 그만큼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나라의 또 하나의 역량으로 자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국내 미술품 거래의 활성화에 동의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술품거래시장의 과열은 정부가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다. 고(故)이건희 회장의 상속문제로 언론에 부각되었던 미술품시장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침체로 유동성이 갈 곳을 못 찾자 무조건 사고 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과열로 인해 5년 전에 비해 작품가격이 3배 이상 상승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과열은 자칫 미술품거래시장의 왜곡뿐만 아니라 미술계전체의 왜곡을 낳을 수 있다. 소수가 예술품을 소유하면서 감상의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에만 관심이 쏠리면서 해당 화가들의 미술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 미술품보다는 자산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산업이나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이나 거주와 생산, 상업 활동을 위해 거래되는 부동산과는 다르게 미술품은 정작 개인의 기호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다 보니 시장의 과열이 잠잠해지면 가격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그 폭도 꽤 클 가능성이 있다. 

거래가 늘어날수록 이와 관련된 조세가 정비되고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한 과세가 지금보다 강화되면 상당수의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환금성의 급격한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염려한 소유자들이 작품을 내놓게 되면서 가격하락을 동반할 수 있다.

튤립을 심는 이유가 꽃으로 감상하지 않고 매매를 위한 목적으로 변질되었을 때 발생한 버블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안다. 미술품 역시 감상을 위한 예술적 가치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시세차익을 위한 자산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취급하는 것은 역사가 주는 교훈을 무시하고 또 한 번의 버블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감상을 위한 것이든 투자를 위한 것이든 지금의 과열된 상황에는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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