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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자연을 통해 본 자본시장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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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자연을 통해 본 자본시장의 균형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3.15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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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자연은 균형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표현 한 것은 자연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균형이 깨져 불안정한 상태가 되면 자연은 불안정한 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해 안정화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자연의 안정화 시스템 중에서 우리가 친숙하게 느끼는 자연현상이 있다. 바로 우리의 몸을 훑고 가는 바람이다.   

바람은 왜 부는 것일까? 기압의 차이 때문이다.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분다. 대기(大氣) 중에 있는 공기의 압력(壓力)을 의미하는 단어인 기압(氣壓)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인다. 

기압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온도(溫度)다. 지구는 해가 뜨면 태양의 영향으로 지표와 해수의 온도가 오르고 해가 지면 태양의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온도가 내려간다. 태양이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지표와 해수는 동일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바로 비열의 차이 때문이다. 

비열(比熱)은 어떤 물질 1g의 온도를 1℃ 올리는데 사용되는 열량을 의미한다. 물질마다 비열의 차이가 있는 이유는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구조의 인력이 차이나기 때문이다. 지표를 대표하는 흙과 해수를 대표하는 물을 생각하면 쉽다. 

흙은 인력이 작고 물은 인력이 크다. 흙처럼 인력이 작은 경우는 온도를 올리는데 적은 열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빨리 높은 온도에 도달한다. 이에 비해 인력이 큰 물은 온도를 올리는데 많은 열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흙에 비해 높은 온도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는 두 물질의 최종온도에도 영향을 준다. 해가 지면 환경이 바뀌면서 반대 상황이 생긴다. 해가 지면 비열이 작은 흙은 온도가 빨리 오른 만큼 빨리 식는다. 물은 천천히 식는다. 결국 흙과 물의 비열차이는 같은 열원이 주어지는 조건에서 기압차가 생기는 요인이다. 

낮에는 대지의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육지에서 바다방향으로 바람이 불게 되지만, 밤에는 육지보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바다에서부터 육지로 바람이 분다. 육풍과 해풍이 밤과 낮에 다르게 부는 것은 온도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이렇듯 바람은 균형을 맞추려는 지구의 수많은 활동 중 일부이면서 우리가 가장 친숙하게 접하는 자연현상이다.

균형을 맞추려는 이런 움직임은 자본시장에서도 필요하다. 가계마다 기업마다 조직마다 성장과 둔화, 하락의 시기가 다르고 성장 폭과 하락 폭이 다르다.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보이지 않던 위험이 하락하는 과정에서는 약한 고리로 작용해 가계와 기업의 아킬레스가 되기도 한다.  

자본주의에서 금융은 균형을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자본이 어느 한 곳에 집중되어 과도한 잉여가 발생하는 순간 나머지 공간에서는 결핍이 발생한다. 이런 불안정을 자연에서는 바람이 해결하듯이 자본시장에서는 금융이 해결해야 한다.

자연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면 재앙수준의 재해가 찾아오듯 금융이 자본시장을 빨리 안정화시키지 않는다면 자본시장에도 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금융은 자본잉여의 공간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본결핍의 공간에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금융은 자본결핍에 대한 배려에는 무관심하고 자본잉여가 더욱 공고해지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해왔다. 모든 자본시장의 금리는 결핍자보다 잉여자에게 유리했고 모든 신용마저 결핍자보다는 잉여자에게 유리했다. 자연에서 작동하는 바람과 다르게 자본시장에서는 금융이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다면 계속 불안정한 상태가 유지될 것이고 이는 사회의 안정화에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다.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자연이 바람을 일으키듯 정부는 시장에 모든 걸 맡기지 말고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금융이 자본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핍자들에게 지금보다 낮은 금리와 높은 신용을 제공하여 그들도 자본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정부 관료들은 자본시장에 대한 개입과 금융의 역할을 단순 업무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재앙을 막기 위한 해결방안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사회 안정화를 위해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자본시장의 균형을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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