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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富] 고조선의 중계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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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富] 고조선의 중계무역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24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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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우리의 시조라고 불리는 국가가 있다. 처음에 불리던 이름은 조선(朝鮮)이었다. 훗날 그 이름을 본 따 세워진 나라들과 구분 짓기 위해 ‘옛’이라는 의미의 ‘고(古)’가 붙어 고조선이 되었다. 

훗날 삼국유사에는 고조선에 대한 신화가 자세하게 실렸다. 그 외에도 중국의 사서인 ‘사기’, ‘한서’, ‘후한서’, ‘삼국지’ 등에는 중국의 여러 국가들과 연계된 내용에서 조선에 대한 기록들이 단편적으로 남아있다. 고조선의 강역은 발굴되는 유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때 기준이 되는 유물이 바로 ‘고인돌’과 ‘비파형동검’이다. 

유물의 분포를 기반으로 고조선의 영역을 살펴보면 주로 압록강이북의 만주지역과 중국 화북지역까지 이어져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조선이 있던 요동지역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바다로 나가는 항구가 많았다. 

특히 제나라가 있던 산동반도와 함께 해상무역이 발달할 수 있는 지리적인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육지에서 이동하는 것보다 더 많은 교역을 가능하게 했다. 처음에는 큰 강가를 중심으로 항해가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반도의 서남해안과 요동을 중심으로 무역활동을 이어간다. 

기록에는 고조선이 얼룩무늬 가죽을 다루었다고 전해진다. 춘추오패의 맨 윗자리에 있는 제나라가 부국강병을 위한 방안을 논할 때 고조선의 ‘표범 가죽(一豹之皮)’을 값지게 받아주어야 한다는 기록이 있다. 

해상교역이 행해졌다고는 하지만 조선술이 발달하지 않아 배의 크기는 크지 않았다. 이런 이유들로 당시에는 풍랑으로 파도가 심한 먼 바다보다는 상대적으로 파도가 잔잔한 해안가를 따라 움직이는 연안항해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훗날 큰 배들이 나와 교역량이 증가할 때까지는 이런 모습이 유지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보니 일본이나 한반도의 남부지역에 있던 여러 도시국가들은 거리상 중국과 직접교역을 하지 못했다. 연안 항해를 하다보면 당시 서해바다를 장악하고 있던 고조선이라는 나라를 통해서 교역이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고조선은 중국과 한반도의 교역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여건이었다. 한반도 남부지역 일대의 나라들과 중국의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교역이 아닌 중계무역으로 이득을 취하는 고조선이 지리적인 위치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나라이후 춘추5패와 전국7웅의 혼란스러웠던 중국은 눈앞의 적과 대적하면서 이런 상황에 대응을 하지 못했지만 중국을 통일한 한(漢)은 달랐다. 당시 한(漢)을 다스리던 무제(武帝)는 북방의 흉노(匈奴)를 토벌하면서 눈앞의 적들을 모두 누르고 내부를 안정시킨 상태였다. 한(漢)은 무역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조선을 침략한다. 

무제는 누선장군 양복과 좌장군 순체에게 군사를 주고 산동과 요동으로 각각 진격시켰다. 당시 고조선은 위만 조선이었는데 한의 군대를 물리치며 초기에 승기를 잡았다. 이에 무제가 화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무제는 다시 공격을 이어갔다. 

당시에 왕이었던 우거(右渠)는 성문을 굳게 닫고 한(漢)에 대한 항전을 계속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주화(主和)와 주전(主戰)으로 갈라지게 된다. 내부갈등이 생기면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화세력이 주전세력의 암살을 시도할 때 우거가 사망하면서 한은 최후의 승자가 된다. 이후에도 우거의 신하였던 성기(成己)가 끝까지 항전하였지만 우거의 아들에 의해 살해되면서 왕검성은 함락된다. 

역사에서 가정은 불필요한 것이지만 이때 고조선이 좀 더 버틸 수 있었다면 승리와 함께 한의 국력을 꽤 많이 소진시켜 동아시아의 역사적 변화를 주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후 해상무역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고조선에는 한의 통치지역인 한사군(漢四郡, 낙랑, 임둔, 진번, 현도)이 설치된다. 그리고 한의 통치는 만주를 중심으로 일어난 고구려가 정복할 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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