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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복권에 줄 서게 만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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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복권에 줄 서게 만든 세상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22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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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사람과 차량의 이동이 많은 잠실역사거리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장관이 연출된다. 검역소도 아닌 곳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다. 특히 명절처럼 특별한 기간에는 줄이 더 길어진다. 

사람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선 곳은 잠실역 8번 출구 바로 옆에 위치한 조그만 가판점이다. 사람들이 늘어선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복권 때문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로또복권을 구입한 사람들 중에서 1등과 2등으로 당첨된 숫자만큼 줄 길이가 길어진다. 이곳은 일종의 복권명당인 것이다. 로또복권을 구입하려는 줄은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 마음만큼이나 길다. 

늘어선 줄의 길이가 말해주는 것이 있다.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공정과 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은 근면하게 일해서 부를 이룰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권을 사느니 한 권의 책을 사서 읽는 게 낫다는 의견이지만 세상의 흐름과 사람들의 의식변화가 무서울 뿐이다.

성실한 노동이 부정당하는 모습과 비리와 청탁 같은 부정이 부(富)를 이루고 성공하는 지름길이 되어버린 현실을 우리는 언론을 통해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근로는 살아가는 생계수단일 뿐이다. 경제는 성장하지만 돈벌이는 점점 어려워지다 보니 남들처럼 부를 이루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를 이루고 싶어 하는 국민들은 당첨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아도 복권구매를 하게 된다. 

투자에 대한 공부와 경험을 해야 함에도 자금이 부족해 부동산에 투자하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주식의 손실위험을 감내하기에는 용기가 없다. 주택의 값이 오르면서 더 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집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정당한 근로로 돈을 버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사람들은 일확천금(一攫千金)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복권이 사회적으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가 당첨금으로 제외하고 복권을 구입한 대부분의 자금은 국가예산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각종복지자금에 사용되거나 국가시설유지자금으로 쓰인다. 복권이 부족한 예산 대신 돈을 융통하는 또 다른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부분은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하는 일로 성공하기 어려워 부와 성공을 한낱 운인 복권에 기댄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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