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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富] 조공무역의 득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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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富] 조공무역의 득과 실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17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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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조공(朝貢)이라는 단어가주는 어감은 상당히 비굴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조공이 가져다 주는 경제적인 실익도 컸다. 한족의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지속되었던 조공무역이 특히 그랬다. 

조공은 말 그대로 속국이 종주국에게 예를 갖추어 물품을 바치는 것이다. 문제는 종주국은 속국에게 물품을 진상을 받으면 그에 따른 하사품을 지급했는데 이때 지급되는 하사품이 일반적으로 진상된 품목보다 훨씬 많았다는데 있다.

조선과 명나라와의 관계에서도 상국(上國)으로서의 채신을 세워야했던 명나라가 조공무역의 횟수를 줄이면 줄일수록 조선에 하사해야할 물건이 줄어들기 때문에 재정적인 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 명에게는 조공을 바치는 나라가 여럿이었기 때문이다. 

조선 초 명은 조선 사신을 받지 않으려고 사신의 자질을 문제 삼기도 했다. 또 조선에서 명으로 파견하는 사신을 1년에 3번 보내겠다고 하자 3년에 1번만 보내라고 직접 정해줄 정도였다. 

물론 사신 일행이 오가면서 명나라 변방의 군사정보가 노출될 수도 있었고 명나라와 조선을 오가는 사신들이 북방의 여진족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합하면 명에 위협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신의 이동을 줄이면 이를 모두 차단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명나라와 고려는 요동문제를 두고 갈등이 많았다. 이후 조선이 건국되면서 국호와 책봉문제로 조선의 입장이 수그러들었고 요동문제는 잠잠해졌지만 갈등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건국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선의 입장에서는 내부의 결속을 위해서 물자동원만 가능하다면 요동정벌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요동문제에 대해서는 조선에서도 정도전을 비롯한 개국공신들이 요동정벌을 주장하면서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었다.  

명나라는 세워진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 결속이 강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갈등관계에 있던 여러 지역에서 계속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안정이 필요했다. 또 외부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북방으로 밀려가기는 했지만 몽골의 세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고 새롭게 힘을 키우는 여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동북아의 국제정치 여건에서 요동을 두고 명과 대립했던 고려를 이은 조선과의 관계는 상당한 무게감이 있었다. 명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조선에 대한 유화책이 정치적으로 중요했던 이유다.  

조선이 북방세력과 연합해서 명을 공격한다면 쉽지 않은 대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역사의 시간은 명의 편이었다. 요동을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지만 명나라에 우호적이었던 정안대군 이방원이 왕위를 잇자 명은 이를 반기며 조선과의 조공무역을 허락하였다. 

명은 조선을 자기편으로 삼아 북방민족을 견제하고 싶었다. 조선의 입장에서는 인접국의 인정을 받아 왕조의 정통성을 살리면서 명나라에 조공하는 물건보다 더 좋고 귀한 품목들을 얻을 수 있어 많은 실익을 수 챙기게 되었다. 조공무역은 생각보다 많은 이윤은 얻을 수 있었다. 

중국과의 조공도 있었지만 우리나라를 상국으로 모시던 왜와 유구에게도 우리나라는 조공무역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었다. 이는 명과의 반대 상황을 가져왔다. 우리가 중국을 통해 하사받은 물품이 더 많고 좋았듯이 우리도 왜와 유구가 우리에게 바친 것보다 많은 것을 베풀어야했다. 

특히 대마도의 도주(島主)로 있던 종씨가문에서는 조선의 소주(燒酒)를 받아가기를 원하는 사절단이 빈번하게 오고갔다. 태종으로부터 하사받은 소주의 맛을 알게 된 도주는 수시로 부산에 대마도의 물건을 바쳤고 소주를 달라고 요구한 기록이 남아있다.  

조공무역의 형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약소국이 일방적으로 강대국에 많은 것을 바치는 굴욕적인 무역이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많은 것을 얻어가는 실리적인 무역이었다. 상하의 관계를 떠나 정치적으로 이해득실(利害得失)을 따져 진행되던 것이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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