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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돈 총량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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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돈 총량 법칙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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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보험은 장기간 유지하는 금융상품이다.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사고나 사망할 때를 대비해서 가입한다. 그런데 보험회사입장에서는 오래 유지되고 있는 보험 상품이 굉장히 안 좋은 자산이다. 회사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손실의 위험만을 초래한다. 그래서 가입자가 기존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을 가입하면 보험회사는 굉장히 반긴다. 또다시 사업비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납부되는 보험료는 다른 곳에 계속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펜데믹이 지속되면서 기업은 수입이 늘었지만 가계수입은 줄었다. 어려울 때 더욱 필요한 것이 돈이다. 가입자가 돈이 필요한 할 때 은행과 보험사는 소비자가 가입한 금융상품과 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권한다.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은 돈이 급하다보니 가입한 상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급한 자금을 해결하지만 고금리 대출을 갚아야 한다. 그러다 납부하는 이자가 부담이 되면 그동안 유지했던 보험을 손해인 줄 알면서도 해지한다.

이런 사례가 코로나 발생 이후 급증했다. 물론 금융사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직접 이 일을 하진 않는다. 은행원과 보험설계사라는 집단에 ‘실적’이라는 명목으로 압박을 가해 진행한다. 

보험회사는 전속으로 소속되거나 GA에 소속된 모집인에게 캠페인과 시상금이라는 당근을 주면서 이런 상황에 동조하도록 한다. 특히 은행의 경우에는 이를 지표로 만들었다. 예·적금의 인기가 줄어들면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보험과 펀드가 은행의 주요 표적이다.

은행은 ‘영업점 성과평가(KPI, Key Performance Indicator)제도’를 통해 점수를 매긴다. 근무태도나 판매한 상품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 것보다는 금융상품 판매실적에 따라 진급과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제시해 실적을 부채질한다. 소비자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금융회사의 민낯이다.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는 과정에서 은행과 보험회사의 세심한 스킬이 작동된다. ‘캠페인’, ‘KP’I라는 이름의 평가다. 이런 평가를 개인적으로만 평가하면 참여하는 사람만 실적이 오르고 성과급이나 진급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실적이 덜 오른다. 그래서 기업은 직원을 소그룹으로 묶는다. 소그룹 내에서 한 명이라도 성과를 못 내면 구성원 전체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간주한다. 

금융회사는 구성원 간의 불화를 유도하고 회사의 지침에 따르지 않은 사람이 따돌림을 당하도록 유도한다. 금융회사들의 직장 내 실적연좌제와 따돌림은 이미 노동부에 수많은 사례가 신고·접수 돼 있다. 이는 인간의 존엄을 인정한 헌법적 가치를 무시한 것이다. 결국 과도한 성과주의로 인해 ‘라임사태’와 같은 불안전판매와 소비자피해가 양산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파악하고 감독해야하는 금융감독원은 모든 상황과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행동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상태에서 굳이 개입해 일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애써 보려하지 않고 눈을 감는다.   

펜데믹으로 실적이 줄어든 금융회사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비인간적인 영업방식을 다시 꺼내들었다. 5대 금융지주사와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를 포함한 금융권의 추태는 곧바로 금융소비자인 국민의 피해로 직결된다. 불필요한 보험 해지와 가입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금융소비자인 당신의 호주머니 돈이 강탈당하지 않는다.

무리한 금융상품해지와 가입으로 인한 가계의 부담과 적은 환급금은 결국 가계 손실과 기업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질량보존의 법칙이나 에너지보존의 법칙처럼 돈의 총량도 보존되기 때문에 누군가의 손실은 누군가의 이익이 된다.

정부당국은 이제라도 보험사와 은행의 과도한 영업행위를 막아야한다. 무리한 영업은 궁극적으로 소비시장을 위축시키고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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