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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富] 인구정책으로 이룬 부국강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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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富] 인구정책으로 이룬 부국강병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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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주나라의 힘보다는 지방제후들의 세력이 컸던 춘추 5패 시절 장강(長江, 양자강)을 중심으로 강남지방에 터를 잡고 있던 강대국 초나라가 있었다. 같은 세력권에 오나라와 월나라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나라와 월나라는 서로 경쟁관계이면서도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협력관계일 때는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표현을 낳았고 경쟁관계일 때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한자성어를 만들었다. 화북지역 못지않게 이 두 나라의 경쟁도 치열했다. 

오나라에는 손자병법을 지은 손무(孫武)와 오자병법을 지은 당대 천하의 명장 오자서伍子胥가 있었다. 합려(闔閭)를 도와 반정에 성공한 오자서는 자신의 가문을 무너뜨린 초나라를 공격하여 수도를 점령하고 초(楚)평왕(平王)을 부관참시하기도 한다. 이런 기세를 몰아 월나라를 공격하지만 월나라에는 범려(范蠡)와 문종(文種)이라는 인재가 버티고 있어 점령이 어려웠다.

오히려 합려가 부상을 당하고 상처가 덧나 사망한다. 왕위를 이은 아들 부차(夫差)는 원수를 갚기 위해 오자서를 비롯한 신하들의 도움으로 오나라의 힘을 키우고 있었다.

BC494년 월나라의 선공을 맞서 싸운 오나라는 대승을 거두게 되고 구천이 후퇴한 회계산 일대를 포위한다. 더 이상의 저항이 무의미해지자 범려의 권유로 구천은 항복한다. 이때 부차에게 당한 구천의 치욕을 회계산의 치욕이라는 의미가 있는 회계지치(會稽之恥)라고 한다.
 
구천은 오나라로 끌려가 온갖 치욕을 당하면서 충성을 맹세한다. 이후 범려의 노력으로 속국의 지위를 유지하기로 하고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복수를 다짐하고 범려를 중심으로 부국강병을 위한 정책들을 실행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추진된 것이 인구정책이었다. 농업이 국력이던 시대였으므로 농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필요했다. 인구가 많으면 농업의 생산성을 증가할 수 있었고 곡식의 증가는 부국으로 가는 길이었다. 또 인구증가는 군사력 증강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정책이었다. 이를 위해 결혼을 장려하는 정책을 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젊은 남자는 젊은 여자와만 결혼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출산 때문이었다. 딸이나 아들을 둔 가정에서 일정 나이가 되어도 자녀를 결혼 시키지 않으면 부모가 잡혀가 벌을 받았다. 부모는 자녀가 일정 나이가 되면 벌을 받지 않기 위해 자녀들을 혼인시켰다.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나라에서 지원도 했다. 아들을 낳으면 술 두병과 개 한 마리를 주었고 딸을 낳으면 술 두병과 돼지 한 마리를 주었다고 한다. 쌍둥이를 낳을 경우에는 한 아이에게 사용될 비용을 지급하였고 세쌍둥이를 낳으면 두 명의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아이를 낳아 생기는 부담을 덜게 된 젊은 부부들은 출산을 했다. 

버려진 땅은 개간을 해서 농사를 짓게 했다. 모든 정책이 한 번에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정책은 아니었지만 10여 년이라는 시간이 갈수록 위력이 커지는 정책이다 보니 실효성을 얻으면서 월나라는 점점 부강해져 갔다.
 
부국강병책 외에도 오나라를 방심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도 했다. 오나라의 힘을 약하게 만들기 위해 묘책을 끌어낸다. 절세의 미인으로 알려진 서시(西施)가 여기에서 등장한다. 

범려는 서시를 오왕 부차에게 보내 주색에 빠지도록 유도한다. 또 돈을 보내 무리한 토목공사를 벌여 국력을 소모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오자서와 부차의 불화로 오자서마저 제거된다. 

오나라의 힘을 약화시키며 기회를 엿보던 구천과 범려는 부차가 자리를 비운 틈에 오나라를 공격한다. 부차는 곧바로 돌아와 3년간 치열한 전투에 임했지만 구천의 준비를 이길 수 없었다. 회계산에서의 치욕을 경험한지 22년 만에 월나라는 오나라를 멸망시킨다. 그야말로 인구정책으로 이룬 부국강병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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