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사립대라 부를 수 없는 대학들
상태바
사립대라 부를 수 없는 대학들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1.20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코로나로 학생들이 캠퍼스를 사용하지 못함에도 대학 등록금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결코 싸지 않은 등록금을 자랑하는 사립대학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사립대학은 말 그대로 국가가 아닌 개인이나 단체에서 설립한 법인에 의해 운영되는 대학을 의미한다. 종교적이거나 기술적인 부분을 특화해서 설립하는 경우가 많은 외국의 경우와 다르게 우리는 교육 사업을 위해 설립된 경우가 많아서 비정상적으로 사립대학의 비중이 높다. 

교육부가 2021년 4월 30일을 기준으로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분석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일반대, 전문대, 교육대, 대학원대학 같은 다양한 형태의 대학이 분포되어 있다. 일반대와 교육대 195곳 중에서 국공립(국공립대29+교육대10) 39곳을 제외한 156곳은 사립대다. 

전문대의 경우는 국공립 8곳을 제외한 125곳이 사립대다. 사립대 숫자가 일반대의 경우 국공립대의 4배, 전문대의 경우 국공립대의 15배가 넘는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미국마저도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비율이 약 7 대 3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사립대학이 전체 대학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14.3:85.7)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대학도 하나의 시스템이다 보니 유지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 재원은 사립대학 설립취지에 맞게 재단에서 대학에 지원하는 ‘법인전입금’과 공부하려고 찾아온 학생이 납부하는 등록금이 되어야하는 게 맞다.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법인전입금은 재단이 학교가 운영되는데 사용하도록 학교에 지원하는 자금이다. 법인전입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종교관련 대학이나 특수목적으로 설립된 대학을 제외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유명 사립대학의 법인전입금은 적다. 

학교규모에 따라 명목금액이 서로 다르지만 대부분 1년 총수입액을 100%라고 보았을 때 5% 내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서 언급한대로 소속 재단으로부터 법인전입금을 많이 받는 학교들을 제외하고 법인전입금이 적은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등록금이 높을 뿐만 아니라 부족한 금액에 대해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서 ‘국고지원금’을 받는다. 

학교의 규모에 따라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유명사립대학의 대부분이 1년 총수입액에서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5%~30%에 이른다. 

사립대가 속한 재단의 지원(전입금)보다 국고의 지원을 더 많이 받는 곳을 어떻게 사립대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립대학의 1년 총수입액에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이다.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유난히 높은 이유다. 다음이 국고보조금, 그 다음이 학교의 ‘수익사업’이다. 

학교 운영비로 쓸 것처럼 보고되는 사업계획을 통해 사립대학은 교육부의 눈을 속이다. 속인다는 표현이 맞다. 왜냐하면 수익사업을 통해서 늘어나는 숫자만큼 법인전입금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많은 사학재단이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같은 용도로 돈을 더 쓰는 게 아니라 학교가 운영되는데 필요한 예산을 정하고 등록금과 국가보조금, 수익사업을 통한 이익을 산출한 뒤에 부족한 만큼만 법인전입금으로 채운다. 법인전입금을 적게 내려는 사학재단의 모습에서 이익을 좆는 영리법인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는 학교가 교육보다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명 사립대학에는 예전과 다르게 캠퍼스에 입점한 프랜차이즈가 즐비하다. 교직원과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미명하에 상가 수가 대폭 증가한 실질적인 이유는 이윤창출이다. 증가한 이윤만큼 법인전입금을 줄일 수 있는 재단 입장에서는 당연한 카드다.  
 
재단이 ‘운영’이라는 이름 아래 휘두르고 결정하는 이익사업의 범위는 실로 엄청나다. 배임과 횡령도 일어난다. 5% 내외의 쥐꼬리만 전입금을 납부한다는 이유로 학교운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학재단, 학교운영에 적지 않은 자금을 지원하면서도 손놓고 있는 정부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법인전입금 비율이 5% 전후인 사립대학을 국립대학으로 전환을 하더라도 문제될 게 없는 상황이다. 굳이 사립대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쥐꼬리만한 전입금보다 더 많은 돈이 국고에서 나가는데 아무런 권리행사를 하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제안을 해보자면 우선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국유지 수요에 따라 대학들을 분산배치 하고, 기존 캠퍼스의 땅과 건물을 일시적으로 임차 후 사용하면서 국공립대학 캠퍼스를 조성한 다음, 기존의 재단 소유의 땅과 건물을 넘겨주고 모든 교육을 국공립대학시스템으로 교육부에서 직접 관장한다면 어떨까. 
 
우선 다른 복지예산을 줄여서라도 교육예산을 확보하여 사립대를 국공립화 하는 것이 미래에 발생할 불필요한 사회갈등과 문제를 미리 제거하고 운영의 묘를 살리는데 유리하다. 말로만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부르짖을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